누나한테 혼날 것 같아

D+2244 둘째

by 바다별

놀이방 책장 제일 아래에는 아이들만의 수납칸이 있다.

아이들이 찰흙으로 만든 작품을 전시하거나 피규어나 편지 같은 소중한 것을 보관하기 위한 곳이다.


지난밤 먼저 공부를 마치고 놀이방으로 들어간 둘째.

잠시 조용하다 싶더니 훌쩍이는 소리가 들린다.

무슨일인가 들여보니 수납칸 앞에서 찡얼이고 있다.




“무슨일이야? 왜 울어?”

슬쩍 물어봐도 훌쩍이기만 하고 답이없다.


“괜찮아. 천천히 이야기해봐. 뭐가 슬펐어?”

들썩이던 어깨가 움직임을 멈추고 둘째가 입을 뗀다.


“누나가 너무 많이 줘서, 자리가 없어.”

이게 무슨말이람. 도대체 무슨 말인지 알 수 없는 대답.

몇 번이나 다시 물어 알아낸 자초지종은 이랬다.


첫째가 둘째에게 자기에게 필요없는 물건들을 줬단다.

누나가 주는 물건이니 잔뜩 받기는 했는데, 막상 살펴보니 자신에게도 필요 없는 물건들.

잡다구레하게 쌓여있는 물건들을 보고선 수납칸 정리를 못해서 찡얼이고 있는 것이었다.


“그냥 버리면 되잖아”

설명을 듣고나서, 필요없는 것들은 그냥 버리면 되지 않냐는 나의 말에 둘째는 다시 울음이 터졌다.


누나한테 혼날 것 같아.

아...누나한테 혼날까봐 누나가 준 물건은 버리지도 못하는 구나;;;

누나가 준 것이라 해도 버려도 된다는 설득 후에야 둘째는 한 바구니 가득 필요없는 물건을 내 놓았다.




그제야 기분이 좋아진 둘째.

둘째의 정신세계는 도대체 어디까지 첫째에게 잠식되어 있는 걸까.

나도 둘째지만, 나 어릴적을 보는 듯 하여 마음이 짠하다.


고생많다. 둘째야...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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