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이 어떻게 지루할 수 있겠어!!

D+3113 첫째

by 바다별

아이들 방학을 맞아 시골 부모님 댁에 다녀오기로 했다.


출발은 이틀 뒤 금요일.

며칠만 있으면 시골에 간다는 말에 두 어린이는 벌써 신이 났다.

마당 있는 이층집, 덩치는 크지만 순한 개 두마리, 집 앞에 펼쳐진 작은 과수원에 논밭까지...

공부할 필요도 없고, 틈만 나면 간식이 척척 나오니 아이들에게 시골은 천국이나 다름없다.


엉덩이가 이마까지 올라 붙어 들썩이는 딸에게 물었다.

"시골가면 지루하지 않아? 놀이터도 없고, 친구도 없고, 도서관도 없잖아."


딸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되묻는다.

"아니?! 어떻게 그렇게 생각할 수가 있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눈으로 나를 바라보던 딸이 답답하다는 듯 설명을 이어간다.


아빠, 들어봐. 시골에 가면 할아버지 농사일 하는 곳이 놀이터야.
그리고 몽실이랑 호호가 친구고, 할머니집 2층에 작은 도서관이야.
어떻게 지루할 수가 있겠어."

날이 갈수록 초딩 2학년의 대답에 빈틈이 없어진다.

하나하나 맞는 말이라 반박할 수 없다.




사실, 시골에 가면 지루할 틈이 없다..

나도 어린 시절 시골 할머니 댁을 무척 좋아했다.


할머니 댁은 오래된 시골집이었다.

밤에 화장실을 가려면 랜턴을 챙겨야 했고, 에어컨이 없어 덜덜 거리는 선풍기로 땀을 식혔다.

알러지가 심한 나는 시골만 가면 눈이 팅팅 붓기도 했지만, 어떤 휴양지보다 할머니댁이 더 좋았다.


산과 들을 뛰어다니며 비밀 기지를 짓고, 도시에는 없는 왕잠자리를 잡고, 냇가에서 물놀이를 하다보면 일주일이 순식간에 끝났다.

그렇게 보낸 시간은 나에게 큰 추억으로 남아서, 아이들도 나같은 경험을 할 수 있기를 늘 바라고 있었다.


부모님이 귀촌하신 덕분에 내 바람은 현실이 되었다.

푸세식 변기는 깨끗한 양변기로, 후텁지근한 선풍기 바람은 시원한 에어컨 바람으로 바뀌었지만, 현관만 열어도 새파란 자연이 반기는 시골의 정취는 3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그대로다.


아이들과 시골집 이야기를 하다보니 내 마음도 설레기 시작한다.

새파란 하늘 아래서 읽을 책이라도 한 권 챙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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