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2249 둘째
우리 가족은 토,일요일 저녁마다 함께 영화를 본다.
첫째가 4살 때부터 시작한 가족 행사인데 아이들이 어릴 때는 아내와 내가 영화를 정했지만, 지금은 '첫째-아내-둘째-나' 순서대로 원하는 영화를 고르고 있다.
이번주는 아내가 영화를 선택할 차례였다.
아내의 선택은 해리포터 3편, 아즈카반의 죄수.
첫째가 소설을 읽기 시작하면서 해리포터 시리즈를 다시 영화로 보는 중이다.
아내는 해리포터의 엄청난 팬이라 영화를 볼때마다 “소설이 훨씬 나아”라며 아쉬워한다.
소설을 읽지 않았지만 나와 첫째도 해리포터 시리즈를 좋아한다.
신기한 마법이나 물건, 동물같은 볼거리가 많아서 영화를 본 후 아이들과 이야기 하기에도 좋은 편이다.
한편 둘째는 해리포터를 좋아하지 않는다.
7살 어린이는 귀신을 무서워하는데 '뒤통수에 붙은 볼드모트 얼굴'이나 '유령같은 디멘터'를 보면 질겁을 하며 펄떡인다.
둘째에게는 안타까운 일이지만 이번 영화는 해리포터로 결정됐다.
둘째는 무서운 장면이 나올때마다 눈을 가리기 위해 책 한권을 챙겨들고 쇼파에 앉았다.
영화를 보면서 아이들 손발톱을 깎아주는데, 하필 둘째가 손톱을 깎을 때 디멘터가 떼로 등장했다.
한손이 붙잡힌 채 온몸을 비틀며 둘째가 말한다.
"아빠 너무 도망가고 싶은데, 아빠가 붙잡고 있어서 도망을 못가겠어."
ㅋㅋㅋ 티비앞을 벗어나면 무서움이 사라지는 걸까?
둘째는 손톱을 다 깎은 후에도 영화보는 내내 안절부절, 어찌할 바를 몰라 했다.
내 등 뒤에 숨었다가, 무릎에 앉아 안겼다가...
내 손을 가져다 눈을 가리고 손가락 틈으로 살짝 엿보기까지 한다.
"손가락 사이로 보면 덜 무서워?"
응, 작게 보면 조금만 무서워
작게보면 조금 무섭구나...ㅎㅎㅎ
힘들고 무서운 일이 있을 때, 어려운 일이 있을때... 아빠를 먼저 떠올리는 순간이 언제까지 계속될까.
여름밤, 비비적거리며 품을 파고드는 둘째를 안아주며,
이런 순간이 조금만 더 길었으면 하는 소원을 빌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