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3116 첫째/D+2251 둘째
밤 아홉시 삼십분.
우리집 어린이들이 침대에 눕는 시간이다.
침대로 갈 시간이 다가오면, 마치 군대 점호를 준비하듯 어린이들은 분주해진다.
하루 동안 난장판이 된 방을 정리하고 책가방을 챙긴다. 시원~한 물을 한잔 마시고, 화장실도 다녀와야 한다.
방 정리가 잘 되었는지 검사 받고, 집안 곳곳에 숨어있는 책들까지 책장에 꽂으면 그제야 침대에 누울 수 있다.
아내는 아이들이 잠든 후 운동과 영어 공부를 하기때문에 침실에는 나와 아이들이 먼저 들어가는 편이다.
불을 끄고 침대에 누우면 두 어린이가 양 옆을 파고들며 낄낄거린다.
밀고 당기고 간질이며 한판 장난을 치고나면 그 다음이 이야기 시간이다.
아이들이 지금보다 더 어릴때, 잠을 재우려고 밤마다 이야기를 해주었는데 이제는 절대 빠지지 않는 규칙이 되었다.
"아빠, 오늘 있었던 일 이야기 해줘!!"
역사이야기, 신화이야기, 아무렇게나 지어낸 이야기...
온갖 이야기가 있지만 아이들이 제일 좋아하는 것은 오늘 있었던 일이다.
버스에서 내 뒷통수에 가래기침을 하던 할머니 이야기, 버거킹에서 목젖까지 보여주며 햄버거를 먹던 아저씨 이야기는 잊을만 하면 다시 찾는 베스트 에피소드다.
대단히 재미있거나 강렬한 사건이 아니더라도, 오전에 들여다 보았던 하늘 색, 길가며 맡았던 빵집냄새, 새로운 일을 하며 고민중인 것들까지...
뭐든 주절주절 이야기하는데 어린이들이 열심히 들어주니 이야기하는 맛이 있다.
매일 밤 아이들에게 새로운 이야기를 들려주기 위해서 나는 열심히 하루를 모은다.
내가 들려주는 나의 하루가 차곡차곡 쌓여서 앞으로 아이들이 겪어갈 하루도 부메랑처럼 내게 돌아오기를 조심스럽게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