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3117 첫째
초등학교 2학년 첫째는 엄마아빠가 야속할 때가 많다.
수학 문제를 풀다가 집중을 못 한다며 아빠에게 야단을 맞을 때도 그렇고, 생소한 영어 발음 때문에 엄마에게 꾸중을 들을 때도 그렇다.
엄마 아빠의 잔소리에 마음이 상하면 첫째의 얼굴에 티가 나기 시작한다.
굳게 다문 입술에 매서운 도끼눈, 콧구멍까지 크게 키우고는 '나 지금 기분이 상했다'는 분위기를 팍팍 풍긴다.
“아, 진짜~”라며 볼멘 소리를 하는 때도 있는데
나는 그럴때마다 다시 불러세워 잘못된 태도를 지적하는 편이다.
엄마 아빠의 어떤 행동이 네 마음을 상하게 했는지, 엄마 아빠는 왜 그렇게 할 수 밖에 없었는지.
불편한 기분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이 왜 잘못되었는지 이야기 해주면 첫째는 이해한다며 고개를 끄덕일 때도 있고, 도저히 마음이 풀리지 않아 입이 툭 튀어나오기도 한다.
어느날 밤, 첫째가 내게 물었다.
"아빠, 아빠도 예전에 할아버지가 잘못한거 이야기하면 한숨쉬거나 한 적 있어?"
나라고 왜 없겠나. 돌이켜 생각해보면 예전 나보다 지금의 아이들이 훨씬 똑똑하고, 말도 잘 듣는다.
"있지, 아빠도 그랬어. 그런데 아빠는 처음에 좀 그러다 말았던 것 같아."
"어떻게 안 그럴 수 있었어?"
아이는 비법이 궁금한가 보다.
얼굴을 바짝 들이대며 묻길래, 내 어린 시절 비법을 알려줬다.
"아빠는 그렇게 하면 할아버지한테 맞았거든."
아, 그랬구나...
첫째가 모든 것을 이해했다는 듯 물러 앉았다.
ㅋㅋㅋ 딸아. 그런 시절이 있었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