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편이 될 수 없는 그 이름, 남편

by 석담

오헨리의 단편소설은 애절한 부부의 사랑으로 우리의 심금을 울렸다. 아내는 머리카락을 팔아 크리스마스에 남편에게 선물할 시계줄을 사고 남편은 시계를 팔아 아내에게 줄 고급 머리 빗을 산다는 조금은 슬픈 이야기이다.

이응태의 부인이 남편에게 쓴 편지(안동 박물관 소장)

우리나라에도 비슷한 이야기가 있었다.

조선시대에 안동사람 이응태가 요절하자 그의 아내는 장문의 애절한 사부곡(思夫曲)을 담은 편지를 쓰고 그녀는 머리카락을 잘라 미투리(짚신)를 삼아 남편의 묘에 같이 묻었다.


또한 신라시대 박제상의 아내가 일본에 간 남편을 기다리다 치술령 고개에서 죽어 망부석이 되었다는 설화도 부부 사이의 애틋한 사랑을 잘 보여준다.


아내와 각방을 쓴 지가 벌써 반년이 되어 간다.

그동안 나의 그칠 기미가 없는 코골이에도 한 번도 떨어져서 자 본 적 없던 우리 부부였지만 아내의 늦깎이 향학열에 우리는 각방을 쓰고 말았다.


오는 28일이 공인중개사 자격시험 2차 시험이다.

아내는 은퇴 후의 삶을 위해 공인중개사에 도전했다.

작년에 1차 시험은 어렵사리 통과했지만 2차는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은 모양이다.


요즘 전세 사기 사건이니 뭐니 해서 공인중개사의 인기가 예전만 못한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래도 아내의 도전은 멈추지 않는다.


아내는 항상 내게 공감 능력이 부족하다고 말한다.

나는 공감 능력의 의미도 제대로 모르고 있었다.

항상 분위기에 휩쓸리지 못하고 따로 놀고 바른 소리 잘하는 성격이라 그런 것이다.

아내가 잘못해도 아내 편을 들어야 할 때도 있다.

그럴 때 나는 항상 정의와 진실을 핑계 대며 아내의 편을 들지 않았다. 진정 남의 편이었던 것이다.


아내는 공부에 몰두하면 끼니를 잘 챙기지 못한다.

오늘도 텃밭에서 아내에게 밥 먹었냐며 메시지를 보내니 '놉'이라고 답장이 왔다.

그래서 배달 음식이라도 하나 시켜 줄까 하고 물으니 답이 없다.


그래서 준비했다.

나는 배달음식 앱으로 아내가 좋아하는 게장정식을 보냈다.

배달음식이라는 게 편차가 심해 맛이 없으면 어떡하나 걱정이 됐는데 '맛있었소'라고 답신이 왔다.

일단 오늘 이벤트는 성공인 것 같다.


공감 능력은 좀 부족한 남의 편이지만 그래도 남은 아니지 않은가? 이혼과 이별이 허물이 아닌 세상에서 그래도 남편으로 살아남으려면 마누라한테 기본은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