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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석담 Dec 04. 2023

네 꿈을 펼쳐라

큰 딸의 도전을 응원하며

큰 딸이 서울에서 첫 직장을 구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기쁨과 더불어 일말의 불안감이 엄습한  건 30여 년 전 도망치듯 서울을 떠나온 내가 떠올라서였다.

청운의 뜻을 품고  입성한 서울에서의 대학생활에 쓰디쓴 좌절을 맛보고 귀향했던 나의 어두운 과거가 떠올랐다.

그렇지만 재작년  작은 딸이 서울에  대학을 진학했을 때는 두려움보다는 기대감과  응원하는 마음이 더 컸었다.


며칠 전 큰 딸이 서울에 있는 대학의  연구원에서 면접을 본다는 소식에 졸업 후 일 년 가까이 백수로 지내던  그녀에게는 희소식이라 온 가족이 그 결과에 기대를 걸었었다.

면접을 보고 온 딸아이는 덤덤하게 면접 결과에 대한 확신보다는 아리송한 대답만 할 뿐이었다.

그리고 며칠이 지나지 않아 당장 이번주부터 출근하라는 소식이 왔다.


기간제라는 단서가 있어서 마음에 걸리기는 했었지만 열심히 하면 더 나은 결과가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딸아이의 첫 직장에 대한 도전을 응원하기로 했다. 당장 눈앞의 좋은 조건보다는 경험과 경력을  쌓을 좋은 기회다 싶어서 서울에서의 직장생활을 밀어주기로 마음먹었다.


큰 딸은 고등학교 때까지는 학교 공부에 썩 재미를 부치지 못했다. 수능  성적도 시원찮아서 지방의 대학 임상병리학과에 어렵사리 들어갔다.

지방에서 혼자 학교를 다니다 보니 신경도 제대로 써주지 못했고 성적은 바닥을 헤맨 듯했다.

그 무 그녀는 철이 들었나 보았다.


3학년 1학기를 마치고 휴학을 했다.

무슨 생각이 있었는지 편입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대구에서 괜찮은 국립대의 생명공학과에 편입을 했고 그때부터는 자기 자리를 찾은 듯했다.

해외교환학생에 선발되었지만 코로나 시국이라 호주에 가지는 못했고 비대면으로 교환학생 과정도 이수했다.

대학 생활도 열심히 해서 성적도 꽤 잘 받았다.


올해 2월에 대학을 졸업을 했지만 어려운 취업난에 당장 취업이 힘든 현실을 피할 수는 없었다.

그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아는 우리 부부는 딸아이를 지켜볼 뿐 어떤 조언도 할 수 없었다.

백수로 지내는 것이 미안했는지 딸아이는 학원강사로 알바를 하며 자기 용돈을 벌어 썼다.

매달 토익시험을 보고 스펙을 쌓고 자소서도 틈틈이 쓰며 취업을 준비했다.


어느 날 가족 단톡방에 서울에 있는 대학 연구원에서 전화가 왔다며 알바를 마치고 전화한다고 했다고 글을 올렸다. 얼마 전에 지원서를 냈는데 그래서 전화가 온 것 같다고 천연덕스럽게 댓글을 달았다.

아내는 부리나케 바로 전화해 보라고 닦달했다.

딸애는 얼마 지나지 않아 면접 보러 오라는 연락이었다는 소식을 전했다.


아내는 딸아이의 면접 복장까지 조언해 주며 기차역까지 딸아이를 배웅해 주었다.

우리의 기도가 통했던 것일까?

며칠 지나서 딸아이에게 출근하라는 통보가 왔다.

우리 부부는 졸였던 가슴을 쓸어내렸다.


지난 주말 우리 부부는 딸아이를 데리고 서울에 있는 처형집으로 올라갔다.

늦은 토요일 오후 어둑해진 고속도로를 달렸다.

멀고 먼 길이었지만 피곤한 줄 몰랐다.

방을 구할 때까지 처형 집에서 당분간 지내기로 하고 처형내외와 늦게까지 축하의  술잔을 기울였다.

일요일 오전 서울에서 학교에 다니는 둘째 딸까지 불러내서 완전체  우리 가족이  서울에서 모였다.

갈빗집에서 푸짐한 점심을 먹고 근처의 북악스카이 웨이로 향했다.

서울의 사방이 다 내려다 보이는 팔각정에서 나는 딸들에게 말했다.

"이제 세상은 너희 앞에 있다.

너희들의 꿈을 마음껏 펼쳐라.

세상은 너희들이  움직이는 거란다."


"시작하고 실패하는 것을 계속해야 해. 실패할 때마다 무엇인가 얻게 될 테니깐. 네가 원하는 것을 성취하지 못할지라도 무엇인가 가치 있는 것을 얻게 될 거야. 그러니 시작하고 실패하는 것을 계속해야 해. 우리는 절대로 포기하지 않을 거니깐."

-헬렌켈러의 가정교사였던 앤 설리반의 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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