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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혼의 문턱

by 석담

한때 대중가수 '왁스'의 '황혼의 문턱'이라는 노래의 가사가 와닿았다.

나도 이제 그만큼 나이가 들었다는 이야기일 테다.

동생이 보내준 어머니의 아버지 면회 사진을 보고 그 노래를 떠올리다니 참 아이러니했다.


캐나다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 시차적응할 시간도 없이 아버지의 전원(轉院) 절차를 밟았다.

수술 후 2 주가 되어 정형외과를 퇴원하고 재활병원으로 옮겨 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아버지의 가슴 청진에 소리가 좀 나니 호흡기 내과에 가보라는 의사의 소견도 있었다.

나는 산 넘어 또 산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반차를 내고 앰뷸런스를 불러 타고 근처에 있는 제법 큰 규모의 재활병원으로 아버지를 옮겨 드렸다.

아버지는 10주간 절대 안정이 필요하다는 수술의사의 진단서 때문에 걷기 운동은 엄두도 못 내고 그저 관절운동이나 근육운동 정도만 받을 수 있었다.


입원 후 일주일쯤 뒤에 아버지의 주치의에게서 전화가 왔다. 아버지의 간수치가 높아서 외래 진료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나는 시간을 내기가 버거워서 간병사에게 앰뷸런스로 모시고 가서 진료를 좀 받아 달라고 간청했다. 그녀는 기꺼이 그렇게 해 주었다.


그 후에 약이 다 떨어져서 병원에서 내게 약을 더 타오라는 전화가 왔다. 나는 또 외출을 해서 병원 원무과 앞에 갔다.

담당자는 환자와 같이 오지 않으면 약을 줄 수 없다며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나는 보건복지부 고객센터에까지 전화해서 물어보았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사정사정하다 마침내 인근의 행정복지센터에 들러 가족관계증명서까지 떼어 오고, 의사에게 사정하고 나서야 약을 받을 수 있었다.

원칙은 옳지만 고압적이고 거만한 원무과 직원의 태도는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내가 생각하는 고객응대는 고객의 마음이 불편하지 않고 편안하도록 해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 달이 쏜살같이 지났다.

아버지는 또 퇴원하셔야 했다.

이번에는 또 어디로 가야 할지 나는 막막하기만 했다.

또 모바일을 뒤적거려 보니 재활요양원이라는 곳이 있었다.

행정부장에게 전화하니 최대 2달 정도는 입원이 가능하다 했다.


아버지가 퇴원하는 날 또 반차를 냈다.

이번에는 앰뷸런스를 부르지 않았다. 아버지를 휠체어에 태워서 주차장으로 모시고 가서 아버지가 혼자 일어서도록 한 후 내 차에 태웠다.


수술한 병원에 외래로 갔더니 담당의사가 뼈가 잘 붙었다며 걷기 연습을 시작해도 좋다 했다.

간병사에게 감사함을 전하고 작별을 했다.

새로 입원하는 재활요양병원에 왔더니 또 문제가 생겼다.


입원을 위한 코로나 검사에 양성이 나왔다.

"오, 맙소사"

아버지는 5일간 독방에 가셨다.

비싼 비용의 코로나 간병사도 동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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