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 앞에 당당한 인생

by 석담

오십 대 중반을 넘어서면서 새치라고 우기기엔 무리가 있는 흰머리가 부분적으로 생겼을 무렵부터였다.

부모님과의 이별에 대한 두려움이 스멀스멀 가슴속으로 부터 엄습해 왔다.


그 막연한 두려움 때문이었을까? 10년 전쯤 시작된 것 같다.

나는 언제부턴가 부모님이 계시는 집으로 매일 전화를 걸고 있었다. 매일 저녁 퇴근 무렵 차에 시동을 건 후 어떤 날은 아버지와, 또 어떤 날은 어머니와 영혼 없는 대화를 반복적으로 하고 있었다.


"아부 집니까? 오늘은 좀 춥지예? 저녁 드셨어요?

별일 없지예? 따뜻하게 해서 주무세요."


매일 같은 시간에 같은 레퍼토리의 통화이지만 아버지는 항상 허허 웃으시며 반갑게 받으신다.

그랬다. 그렇게 나는 매일매일 부모님과 통화를 하며 아버지와 어머니의 편안함과 무사함을 확인하는 습관을 통해 내 마음의 안식을 얻었다.


그것은 부모님의 안부를 핑계 삼아 내 마음의 평안을 확보하기 위한 도피용이었음을 솔직히 고백한다.

다행히도 부모님은 여전히 건강하시고 지금은 우리 가족과 가까운 곳에서 안부를 나누며 살고 있다.


올해 아버지는 여든넷이 되셨고 어머니는 팔순이 되셨다.

점점 더 부모님과의 이별이 현실로 다가오고 과연 그날이 오면 나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를 생각하면 갑자기 먹먹해진다. 인간의 삶은 유한하고 생로병사의 피할 수 없는 섭리에 따라야 하는 현실이 슬프다.


세상에는 슬프지 않은 이별은 없는 것인가?

어느 날 홀연히 다가올 이별에도 의연하고 당당하고 싶다.

그러기 위해 내일도 변함없이 퇴근길 안부 전화를 드리고

주말에는 입맛 돋는 청국장이 곁들여진 엄마표 집밥을 먹으러 청도로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