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더더기 없이 가볍게.
시간 관리. 누군가는 24시간을 48시간처럼 살기도 하고 누군가는 12시간처럼 살기도 한다. 우리에게 주어지는 시간은 매일 똑같다. 그리고 그 시간이 쌓여서 하루, 일주일, 한 달, 일 년이 된다. 매일 똑같이 주어지기에 너무나 익숙해지고 소중함을 잊기 쉽다. 그래서 ‘내일’부터 하지 뭐, ‘새해’부터는 달라질 거야! 같이 언제나 다시 찾아오는 ‘다음’으로 미루곤 한다.
대학교 입학 후 스케줄러를 제법 열심히 썼다. 일과도 기록하고, 과제나 일정 등 중요한 내용도 기록하며 꼼꼼히 채워져 가는 하루하루를 즐겼다. 계획이 눈에 보이지 않거나, 계획을 실천하지 못하면 스트레스를 받기도 했다. 네이버 웹툰 중 ‘바른 연애 길잡이’의 주인공인 정바름은 매일 다이어리에 세워 둔 계획을 지키며 살아간다. 이 주인공의 고민과 변화가 공감되기도 하고 옛 생각이 나서 재밌게 봤다. 그렇게 살아가는 주인공을 향한 말도 낯설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예전만큼 스케줄러를 열심히 기록하진 않는다. 그러나 달력 앱이나 각종 시간 관리 앱을 썼다. Time log나 Time traker 등으로 앱을 검색하면 정말 많은 앱이 나온다. 자신이 어떻게 시간을 보내고 있는지 기록하는 것에 관심이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저 흘러가는 하루가 아니라 내가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를 살펴봄으로써 조금 더 알찬 하루를 보내고 싶은 것이다.
Time log는 정해진 시간 동안에 컴퓨터 시스템이 어떻게 사용되었는가를 기록하는 행위이다. 나도 앱으로 나의 일과를 기록한 적이 있는데, 생각보다 별것 없이 흘러가는 시간이 많았다. 무의미하게 각종 SNS에 들락날락하기도 하고, 별로 관심도 없는 내용을 그냥 멍하니 보기도 했다. 물론 그런 시간도 일상에서 필요하겠지만, 그런 시간만 가득한 느낌이었다. 그래서 꾸준히 할 수 있는 좋은 습관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하루를 돌아봤을 때, 아쉬움이 남지 않게끔 내가 원하는 나의 하루를 만들기 시작했다. 운동, 명상, 독서, 일기, 정리, 영어 공부, 글쓰기 등 ‘다음’에 해야지 하고 미뤘던 일을 일상에 넣었다. 각각에 드는 시간은 최소 10분, 길면 30분-1시간으로 잡았다. 아침에 눈을 뜨면 명상 5-10분, 운동 10-30분, 독서 10-30분, 영어 공부 10-30분이 걸렸다. 짧게 걸리는 날은 30분 내외, 길게 걸리는 날은 약 2시간이 걸렸다. 아기가 깨기 전에 해야 하기에 늦잠을 자는 날은 시간이 부족했다. 그런 날은 아기 낮잠 시간을 활용했다. 글쓰기는 주로 낮잠 시간을 썼는데, 요 며칠 아기가 낮잠을 자지 않아서 밤에 쓰느라 조금 힘들어졌다. 육아 퇴근을 하고 나면 일기, 정리 등 간단하게 하루를 끝낸다.
육아를 하기 전보다 육아를 하면서 시간 관리에 더 관심이 생겼다. 똑같이 주어지는 24시간이지만, 내가 재량껏 쓸 수 있는 시간은 육아 출근 전, 퇴근 후, 낮잠 시간으로 줄었기 때문이다. 그나마도 내가 마음대로 예측할 수 없다는 이유로 나에게 주어진 시간을 최대한 활용하고 싶었다. 육아하면서 하고 싶은 일을 모두 할 수는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가끔은 그 사실이 너무 속상하고 힘들었다. 새벽에 잠을 줄이니 몸과 마음은 더 힘들어져서 그것도 쉽지 않았다. 그래서 루틴도 그것에 대한 내 마음도 군더더기 없이 가볍게 만들어야 했다.
다행히도 아기에게도 나름대로 루틴이 생기고, 나에게도 그에 맞춰서 루틴이 생겼다. 모든 것을 다 하려는 욕심도 조금씩 내려놓았다. 눈을 뜨면 바로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하나씩 한다. 생각하지 않아도 몸이 먼저 움직이는 것, 그게 루틴의 장점인 듯하다. ‘해야 하는데’라는 생각을 하기 전에 먼저 ‘시작’해버리면 ‘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해버린 것’이 된다. 27개월 아기와 함께 하는 24시간은 나만의 24시간이 아니다. 그래서 시간 활용을 미니멀하게 하는 것도 쉽지 않다. 그런 일상 속에서 나를 위한 시간을 잘 쓰는 것, 그게 요즘 내 행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