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과 마음 다이어트 도전기
다이어트(diet)는 어떤 사람이 일상적으로 취하는 식사 혹은 음식, 식습관을 뜻한다. 그리고 식이요법을 위한 규칙으로 정해 놓은 식사, 음식 조절, 특히 체중을 줄이거나 건강의 증진을 위하여 제한된 식사를 하는 것을 뜻한다. 다이어트라는 단어를 인터넷이나 유튜브에 검색하면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이 단어에 얼마나 많은 관심을 보이는지 알 수 있다.
누가 그랬다. 여자는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다이어트를 한다고. 지난 나의 식생활과 주변을 둘러보기만 해도 이 말은 어느 정도 공감이 간다. 단지 체중 감량을 위한 다이어트로만 생각하는 게 아니라 건강 증진을 위한 다이어트는 사실상 여자가 아니더라도 남자도 평생 해야 한다. 그리고 다이어트는 몸에만 해당하는 이야기도 아니다. 몸도 마음도 그 무게가 스스로 감당할 수 있는 선을 넘어가면 탈이 난다. 그래서 주기적으로 돌아보며 관리를 해줘야 한다.
먼저 몸의 다이어트를 돌아본다. ‘당신이 먹는 게 삼대를 간다.’라는 책이 있다. 읽으려고 빌렸다가 다 읽지 못하고 반납했는데, 그 제목은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 최근에 읽었던 ‘나 없이 마트 가지 마라.’라는 책도 일상적으로 먹는 음식을 돌아보게 했고, 건강한 입맛이 건강한 삶을 만든다는 문장이 마음에 남았다. 건강하지 못했던 내 식생활이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미래의 나, 내 아이, 내 손녀까지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니 두려워졌다.
체중 감량을 위한 식단 관리가 아니라 건강을 위한 식단 관리를 처음 시도해본 것은 임신기간이었다. 임신 중기에 받는 임신성 당뇨 검사에서 나는 임신성 당뇨 판정을 받았다. 재검사 후 결과가 나오고 나서 막연한 두려움에 한참을 울었다. 아침 공복과 매끼 식사 후 혈당 체크를 해야 했고, 혈당이 지나치게 튀지 않도록 식단 조절과 운동을 해야 했다. 입덧으로 제대로 먹지 못하던 시기가 지나가고 이제 마음껏 먹을 수 있나 싶었는데, 임신성 당뇨로 인한 식단 조절이라니 정말 믿고 싶지 않았다.
임신성 당뇨를 계기로 당뇨병에 대해서도 알게 되고, 생각보다 많은 수의 사람들이 이 병으로 인해 식단 조절을 하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됐다. 혈당을 높이지 않는 건강한 간식을 찾게 되고, 되도록 간식이나 야식을 먹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식사는 채소 먼저 먹는 습관을 들이고, 백미 대신 잡곡을 먹기 시작했다. 임신성 당뇨에 대한 기록을 남겨둬야겠다고 생각해서 블로그 포스팅도 했다. 우울하고 힘들다는 생각이 자주 들었지만, 덕분에 아이도 나도 건강한 임신기간을 보낸다고 생각했다. 물론 식단 관리를 철저하게 하지 못해서 혈당이 높게 튀는 날도 많아서 남편과 의사 선생님께 혼도 많이 나고, 스스로 좌절하기도 했지만.
다행히 건강하게 아이가 태어났고, 출산 후에도 한동안 혈당 체크를 하며 주의했다. 그리고 혈당을 이제 확인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씀을 들은 후부터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먹고 싶던 음식을 마구 먹으며 지냈다. 임신기간에 원 없이 먹지 못한 서러움과 육아의 스트레스를 풀어야 한다는 명분으로 건강한 식습관은 없던 일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미국에 오기 전에 마지막으로 했던 건강검진에서 당뇨 전 단계라는 결과가 나왔다. 흥청망청 지냈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그 결과를 받고도 이미 무너져버린 습관을 다시 잡는 것은 처음 습관을 만들 때보다 훨씬 어렵게 느껴졌다.
변함없이 먹고 싶은 대로 먹으며, 될 대로 돼라 하며 지내던 어느 날이었다. 문득 이렇게 지내다가 당뇨 전 단계가 아니라 당뇨병으로 가면 어쩌지, 다른 곳이 더 아프게 되면 어쩌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임신성 당뇨 기간에 하루에도 몇 번씩 혈당 체크를 하느라 손가락이 남아나질 않던 기억까지 떠오르니, 이대로 지내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식단과 식사의 양, 식사 시간 등 먹는 일에 주의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그중 하나가 간헐적 단식이다.
간헐적 단식은 식사와 단식을 정기적으로 반복하여 일정 수준 이상의 공복 시간을 유지하도록 인위적으로 조정하는 방식을 뜻한다. 제2형 당뇨병, 심혈관질환, 암 등의 치료에 도움을 주거나 체질 개선 및 체중 감량 등 다양한 효과가 있다고 한다. 공복 시간과 식사 시간의 비율에 따라 23:1 단식(1일 1식)과 16:8 단식(16시간 공복)이 대표적인데, 나는 14:10 단식을 하는 중이다. 16:8 단식에 도전했었는데, 남편 퇴근 시간에 맞춰서 저녁을 함께 먹으니 단식 시작이 늦는 날이 많아서 다음날 첫 식사 시간까지 버티기가 힘들었다. 당뇨병이 있는 경우, 공복이 너무 길어지는 게 좋지 않다는 글도 읽어서 아직 당뇨는 아니지만 무리하지 않기로 했다.
처음에는 남편의 야식 유혹이나 육아 중 간식 유혹이 커서 힘들었다. 습관적으로 입이나 손이 허전하면 무언가 먹던 것도 끊기 어려웠다. 그런데 그런 순간에 물을 마시거나 다른 활동으로 관심을 돌리면 예상보다 금방 충동이 가라앉았다. 그리고 10시간의 식사 시간에도 최대한 규칙적으로 식사를 하고, 건강하게 식사하려고 노력했다. 그렇게 조금씩 노력하기 시작한 지 어느덧 10주가 지났다. 못 지킨 날도 종종 있었지만, 이제는 그냥 자연스럽게 저녁 식사 후에는 먹거리를 찾지 않는다. 그리고 요즘은 아침 식사도 살짝 넘겨서 16:8 단식을 성공해도 힘들지 않기도 했다. 공복을 유지하며 잠시 몸을 쉬게 해주는 패턴이 익숙해져 간다.
간헐적 단식 도전을 계속하고 있지만, 눈에 띄게 체중 감량에 성공하거나 특별히 무언가 더 건강해졌다는 느낌은 아직 들지 않았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더부룩한 느낌이 들 때까지 식사하는 일이 거의 없어졌고, 하나를 먹어도 건강하게 맛있게 먹으려고 노력한다는 점이다. 내 몸을 조금 더 사랑하게 됐고, 내 입으로 들어가서 나를 만드는 먹거리에 애정을 쏟게 됐다. 그리고 천천히 체중과 체지방이 줄어들고, 몸이 가벼워진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몸이 가벼워지니 집안일과 육아 등 일상을 정리하고 비우는 힘도 생겼다.
다음으로 마음 다이어트를 돌아보면, 몸을 비우는 것보다도 너무 힘든 일이었다. 예전부터 나에게 너무 애쓰지 말라, 마음을 내려놓아라, 예민하지 말라 등 마음 챙김에 관한 조언해주는 이들이 있었다. 스스로는 딱히 힘들지 않게 잘 지내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타인의 시선으로 바라보기에는 내 마음의 군살이 잘 보였나 보다. 그리고 가랑비에 옷 젖듯이 마음 곳곳에 군살이 조금씩 붙으면서 한껏 무거워진 마음은 나를 자꾸만 끌어내렸다. 모든 일에 화가 나고 불평이 생겼다. 있는 그대로 바라보지 못하고, 삐뚤어진 눈과 마음으로 일상을 바라보았다.
마음에 가득 붙어있는 군살을 빼야 했다. 분노, 짜증, 불평, 우울, 좌절, 열등감, 욕심 등 무거워진 마음에서 덜어내야 할 감정이 다양했다. 군살 같은 감정이 그 자체로 부정적인 것은 아니지만, 그런 마음만 가득한 일상은 긍정적이지 않다.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되, 그 감정을 흘려보내거나 지나치게 빠져들지 않도록 노력해야 했다. 독서, 운동, 명상 등 다양한 시도를 했다. 그중 가장 효과적이었던 것은 명상이었다.
명상은 생각에 집중하고 마음을 훈련해 자신의 내면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수행법을 말한다. 마음의 고통에서 벗어나 아무런 왜곡 없는 순수한 마음 상태로 돌아가려는 수행법이라고도 한다. 몸도 마음도 쉴 틈을 주지 않고 쫓기듯 지내던 하루 속에서 명상을 시작했다. 마음 다이어트를 위해 짧게는 5분, 길게는 10분 이상의 시간을 명상에 썼다. 오롯이 나에게만, 나를 위해서만 쓰는 그 시간이 좋아졌다. 억지로 무언가 하지 않아도, 그저 멈춰있는 그 자체로도 마음이 비워지는 기분이 들었다. 특히 마음에 다닥다닥 붙어있던 군살 중 분노를 가라앉히는 데에 도움이 되었다.
몸과 마음이 필요 이상으로 무거워지지 않도록 스스로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하루 중 아주 짧은 시간이라도 나의 몸과 마음을 챙겨야 한다. 간헐적 단식과 명상을 시작한 후, 나를 건강하게 챙기는 일이 루틴이 되었다. 몸과 마음이 가벼워지는 만큼, 주변을 돌아볼 여유도 생겼다. 몸과 마음이 건강해지는 것, 그것이 미니멀 라이프 도전과 유지를 위해서도 중요하다고 느꼈다. 앞으로도 조금씩 더 가벼워지고 싶다, 몸도 마음도 일상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