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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제발!!!!! 제발 좀!! 아.. 아!! 아!!!!!!!!!!!!"
해가 지고 어둠이 짙어질 즈음, 위장에서 강한 신호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꿈틀거리는 불안과 걱정, 온갖 부정적인 감정들이 심장에 조용히 스며든다.
심장은 쿵쾅거리지만, 뇌는 이렇게 외친다.
'제발, 나 좀 살려줘.'
그 외침은 이내 입으로 전해져 괴성 같은 소리로 쏟아져 나온다.
침대 머리맡을 붙잡고 아무리 소리쳐도 눈물만 흐를 뿐, 위장과 심장, 뇌와 신체기관 어느 곳에서도 나아질 기미는 없다. 금세 싸워보려는 의지는 사라지고, 나는 작은 소리로 전해지지 않을 외침만 되뇔 뿐이다.
"살려주세요... 제발.. 저 좀 살려주세요.. 제발.. 제발요."
맑은 네 개의 눈빛이 나를 가만히 바라본다. 그 눈빛을 바라보며 길을 잃은 나의 탁한 눈빛은 끊임없이 눈물을 흘린다. 미안함과 죄책감, 원망과 후회의 눈물.
입덧지옥.
나는 벌써 세 번째 임신인데 까맣게 잊고 있었다.
지난 두 번의 임신 기간에도 입덧으로 고생했던 걸, 정녕 잊고 있었다. 그 끔찍했던 시간들이 머릿속에서 지워지는 건 어찌 보면 인간의 대단한 시스템이다.
어떻게 그렇게 쉽게 잊힐 수 있을까? 귀엽고 사랑스러운 아이들을 바라보며 다시금 또 다른 아이를 만나고 싶은 마음과 충동이 이는 건, 인간의 영역이 아닌 실로 대단한 우주적 영역이라 생각할 수밖에 없다.
첫째 아이를 임신했을 때는 입덧이 뭔지도 모른 채 호르몬 교란과 그에 따른 심리 작용으로 웃다, 울다, 신나다가 무기력해지기를 반복했다. 그래도 그때는 구토가 없었다. 속이 메슥거리긴 했지만 먹을 수 있었고, 냄새에 반응하긴 했어도 웬만큼 참을 수 있었다. 그러나 감정의 잦은 변화는 최상위 코스로 짜인 롤러코스터 같았고, 남편에게 괜한 화를 내고 울부짖으며 이상한 행동을 일삼았다.
어느 날엔 냉장고 문을 열다가 서러움에 복받쳐 열린 냉장고 안에 들어가 펑펑 눈물을 쏟았다. 뭐가 그렇게 서럽고 힘들었는지는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그냥 내가 나 같지 않았다. 그래도 다행이었던 건, 그때의 나를 남편은 제법 귀엽게 여겨주었던 것 같다. 실제로 그런지 아닌지는 알 수 없지만, 그런 모습을 조용히 휴대폰으로 찍는 남편을 보며 나는 그렇게 느꼈다. 이런 격동적인 변화를 바라보는 그 사람의 마음이 나쁘지 않음을 느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