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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스크 Mar 16. 2022

미국 스테이크하우스 견문록

비건은 못 될 운명

미국에 처음 왔을 때 뭐를 먹어야 할지도 몰라서 여러 사람에게 식당을 추천해 달라고 부탁을 했었다. 그때마다 다들 입을 모아 하는 말이 '미국에서는 스테이크와 햄버거를 먹어야죠'라는 대답이었다. 물가 비싼 미국에서 한국보다 싼 몇 안 되는 것 중 하나가 소고기라 미국에서 지내는 동안 많이 즐겨야겠다는 욕심도 있고, 모두가 스테이크를 첫 번째로 꼽을 때는 그만한 이유가 있겠다 싶어 특별한 날에는 주로 스테이크를 먹으러 가는데 어디를 가든 만족스러워서 사람들의 추천이 충분히 납득이 간다. 지난번에는 미국의 대표 음식 중 하나인 햄버거 가게를 순례했으니 이번에는 스테이크 하우스를 순례할 차례이다. 훌륭한 스테이크를 자랑하는 고급 레스토랑이야 한 둘이 아닐 것이므로, 비교적 저렴하고 캐주얼하게 즐길 수 있는 프랜차이즈 스테이크하우스를 소개한다.


1. 롱혼 스테이크하우스

롱혼은 미국의 대표적인 프랜차이즈 스테이크하우스 중 하나이다. 우리는 뭐를 주문해야 할지 몰라 고민하다가 구글로 롱혼 베스트 메뉴를 검색해서 추천 메뉴인 딸기 샐러드와 <본 인 아웃 로우 립아이>를 주문했다. 재미있게도 메뉴판에 '본 인 아웃 로우 립아이를 안 먹으면 범죄'라고 쓰여 있는데 실제로 먹어보니 안 먹었다가는 크나큰 범죄를 저지른 사람처럼 땅을 치며 후회할 뻔했다. 사람들 말로는 미국 사람들은 롱혼의 식전 빵을 가장 좋아한다던데 그래서 그런지 구글에 롱혼 식전 빵의 레시피도 많이 올라와 있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해서 식감이 훌륭한 데다 함께 나오는 버터의 간도 적당하고 고소해서 빵 한 덩어리가 순식간에 입 안으로 사라진다. 한편 미국에서 사 먹은 딸기는 죄다 시고 맛이 없었는데 여기 샐러드의 딸기는 무슨 조화를 부린 것인지 맛이 있어서 신기했다. 내 입에는 스테이크가 약간 짜서 간만 조금 더 맞았다면 좀 더 맛있었을 것 같은 .


2. 텍사스 로드하우스

텍사스 로드하우스는 한국에 살 때도 10분 정도면 갈 수 있는 곳에 있었는데 정작 가까이 있을 때는 한 번도 가지 않다가 미국에 온 후에 가게 되었다. 한국에서는 대기가 상당히 길다고 하는데 미국은 특별히 그렇지는 않아서 언제든 부담 없이 찾아갈 수 있다. 프랜차이즈 스테이크 하우스 중에서는 여기가 제일 맛있다는 얘기를 많이 들어서 기대를 품고 찾아갔는데 역시 사람들의 입맛은 차이가 없나 보다. 식전 빵과 샐러드도 무난하니 맛있고 시그니처 메뉴인 마가리타 역시 양도 많고 달콤하다. 메인 메뉴로 주문한 <본 인 립아이>양이 상당히 푸짐해서 둘이서 다 먹을까봐 했는데 막상 먹어보니 소고기가 너무 부드럽고 맛이 있어서 게눈 감추듯이 먹었다. 식당에 있는 다른 사람들이 저 동양인들은 자기 나라에서 굶고 살았나 하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음식의 맛보다 더 마음에 드는 것은 역시 가격인데, 팁을 포함해도 한국의 절반 정도 가격이면 근사한 스테이크를 즐길 수 있다. 이곳 역시 평일 점심은 저렴한 런치 스페셜을 제공하기 때문에 시간을 맞춰 가면 더 알뜰하게 먹을 수 있다.


3. 스토니 리버 스테이크하우스

저렴한 프랜차이즈 스테이크하우스를 소개하겠다고 했는데 이곳만은 예외이다. 체인점인데도 위 식당들에 비해 가격이 상당히 비싼 편이라 음식이 맛이 없었으면 분노할 뻔했는데 다행히 음식들은 모두 아주 맛있었다. 찹쌀도넛 느낌의 쫄깃한 식전 빵과 시나몬 향이 감도는 달콤한 버터가 아주 잘 어울렸는데 미국에서 먹은 식전 빵 중 여기가 가장 맛이 있었다. 이곳의 스테이크는 살짝 익히는 것을 추천하다고 하여 <립아이 스테이크>를 미디엄으로 주문했는데 핏기가 많이 돌지 않고 적당히 부드러워 맛이 있었다. 스테이크 위에 얹어진 버터도 맛있어서 뭔가 버터 맛집인 건가 하고 생각했다. 한편 당근 케이크가 시그니처 메뉴라길래 건강한 맛을 기대하고 주문했는데 하나도 안 건강한 달콤한 케이크였다. 이곳은 생일날 방문하면 당근 케이크를 무료로 준다고 하니 생일을 앞둔 사람은 가도 좋겠다. 애피타이저부터 디저트까지 음식은 전부 다 맛있었으나 가격이 비싸서 또 가게 될지는 모르겠다.


4. 치즈케이크 팩토리

치즈케이크와 식전 빵으로 유명한 치즈케이크 팩토리는 사실 스테이크 하우스는 아니지만 남편 기준으로 여기 스테이크가 가장 맛있었다고 하여 소개한다. 치즈케이크가 기대와 달리 냉동이라 별로라는 사람도 있는데 내 입맛에는 꾸덕하고 진해서 나쁘지 않았다. 식전 빵은 약간 딱딱하고 짭조름해서 나는 맛있게 먹었으나 부드러운 빵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으므로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맛. 여하튼 이곳의 스테이크는 크게 기대하지 않고 찾아갔는데 웬걸, 남편은 미국에서 먹은 스테이크 중 최고라고 할 정도로 상당히 맛이 있었다. 치즈케이크 팩토리는 <히바치 스테이크>가 가장 유명하지만 마침 우리가 갔을 때는 재료가 다 떨어졌다고 해서 하는 수 없이 <뉴욕 스트립>을 주문했는데 굽기도 간도 딱 적당해서 감탄을 연발하며 먹었다. 한편 함께 주문한 퀘사디아 역시 미국에서 먹어본 퀘사디아 중 가장 바삭한 토르티야에 부드러운 치킨과 치즈가 들어간 흠잡을 데 없는 맛이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식사가 아주 만족스러워서 <히바치 스테이크>에 도전하러 다시 한번 와야겠다고 다짐하며 가게를 나섰다.




맛이란 기준이 모호하기에 음식점 순위가 의미가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National Steakhouse Chains Ranking에 따르면 롱혼이 4위, 텍사스 로드하우스가 9위, 스토니 리버가 10위라는 모양이다. 1~3위의 스테이크하우스들은 나중에 기회가 되면 가볼까 했는데 확인해 보니 가격들이 만만치 않아서 과연 가게 될지 어떨지는 모르겠다. 미국의 스테이크가 이렇게 맛이 있으니 요즘 대세라는 비건은 영 못 될 운명인가 보다. 여기서 지내는 동안은 그냥 열심히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다 돌아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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