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미국 우체국에서는 추수감사절을 기점으로 임시직을 모집한다. 대대적인 세일이 개시되는 추수감사절을 시작으로 크리스마스까지 온·오프라인 쇼핑몰들은 대목이다. 미국의 주요 배송업체는 UPS, FedEx, 그리고 우체국이다. 추수감사절부터 연말까지 대략 6주간의 기간 동안 이들 배송업체 역시 대목이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이 시즌 동안에는 기존의 직원만으로는 밀려드는 배송 주문을 감당하기 힘들기에 임시직을 고용한다. 추수감사절부터 연말연시 사이에는 대략 150억 개의 우편물을 배달한다. 그 가운데서도 소포만 8억 개가 넘고, 가장 바쁜 크리스마스 2주 전에는 하루 평균 2000만 개가 넘는 소포를 배달한다. 일반인의 숫자 감각으로는 체감하기 힘든 어마어마한 양이다. 우편물을 실은 트럭은 쉴 새 없이 소포를 비롯한 우편물을 토해내고, 그걸 분류해내야 하는 우체국 플랜트 직원들은 팔이 여덟 개 달린 문어처럼 신속하게 처리해내야지만 약속된 시간 안에 겨우 배송할 수 있다. 내가 속했던 한가한 시골 우체국도 연휴기간만큼은 사정이 그러할진대, 대도시의 우체국들은 말할 것도 없다.
나는 미시간 남서부 작은 도시의 한 마을 우체국에 지원했다. 우체국 홈페이지에 들어가 인적 사항과 간단한 몇 가지 질문에 답하는 것으로 채용 지원은 끝이었다. 몇 주 후, 연락이 없어 포기하려던 찰나, 우체국에서 면접 오라는 전화가 왔다. 잔뜩 긴장한 마음으로 잘 차려입고 면접을 갔다. 임시직이라 그런 건지 원래 그런 건지 인터뷰는 10분도 채 되지 않았다. 나를 인터뷰했던 우체국장은 사람 얼굴은쳐다보지도 않고, 서류만 대강 넘겨보더니 딱 하나만 물었다.
“밤 근무도 가능한가?”
오후 5시부터 밤 11시까지, 또는 밤 12시부터 새벽 6시까지 두 번의 밤 근무가 있다고 했다. 둘 중 어떤 시간대가 걸려도 일할 수 있는지 물었다. 예상했던 질문이 아니었다. 첫 번째 시간대에 일하면 가족들과 하루 종일 얼굴 볼 시간이 없게 되고, 두 번째 시간대는 날밤을 새서 일해야 한다. 비록 6주 동안만일하는 임시직이라지만 고민이 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지만 수없이 뿌린 이력서에 응답이 온 몇 안 되는 곳이었다. 차마 No라고 답할 수 없었다. 아니, 어쩌면 임시직이기에 맘 편히 Yes라고 말할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며칠 뒤, 약물검사와 신원조회를 거쳐 최종 합격 통보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