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프로배움러 입니까

by Blair

얼마 전 새롭게 시작한 취미인 그림 그리기를 소개한 적이 있다. 요즘은 한창 수채화 작품에 열정을 쏟고 있는 중이다. 소묘 과정을 끝내고 수채화 과정을 들어갔는데, 먼저 채색 작업에 앞서 스케치를 하는 작업 중인데 생각보다 어렵다. 도대체 어떻게 하는지 감을 잡을 수가 없다. 마음은 이미 한 편의 걸작을 완성했으나 현실은 선하나 그리기도 버거운 상태이다. 게다가 지금 하고 있는 스케치 작업이 좀처럼 진도가 나가지 않으니 지루하기까지 해져 당장에라도 물감으로 색칠해버리고 싶지만, 또 제대로 된 밑바탕 없이는 채색하는 일은 무리일께 뻔하니 이도저도 못하겠다.



게다가 지지난주에 결석한 덕분에 다른 사람들은 이미 채색을 시작했는데 나는 여전히 스케치 중이다. 그런 내 모습을 본 선생님께서 주중에 더 해오라고 숙제를 내주셨다. 그리고 사진으로 전송하면 확인해 주시겠다고 하셨다. 덕분에 지난주 내내 스트레스를 받으며 지냈다. 이렇게 하는 것이 맞나? 저녁마다 그림을 꺼내놓고 끄적거리며 스케치를 완성하려고 노력했으나, 도저히 어떻게 하는지 모르겠어서 수업 전전날 간신히 사진을 보내 검사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선생님께 사진을 전송하기 전까지 얼마나 고민을 했는지, 잘하지도 못하면서 스트레스나 받지 말걸 그랬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오늘 미술 수업에 일찍 가기로 했다. 다른 사람들보다 일찍 도착하면 선생님이 나의 그림을 한번 더 봐주실 수 있기 때문이다. 수업을 가려고 문밖을 나서려는데 진지하게 고민이 되었다. '가지 말까?' 그도 그럴 것이 스케치는 완전히 완성도 하지 못한 상태이고, 오늘은 과연 이 스케치를 완성시켜 채색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다 번뜩 드는 생각이 있었다. '못하더라도 괜찮아, 선생님이 하라는 대로만 하면 마지막엔 꼭 완성할 수 있어. 그러니까 그냥 가보자! '



그렇게 미술 수업에 다녀왔다. 도착하자마자 수정한 스케치를 다시 검사받았고, 그 후 선생님 손터치 한 번에 그림이 확 살아날 수 있었다. 마침내 오늘부터는 물감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포기하지 않고 참여한 자의 승리이다. 기분이 좋은 하루였다.








지난 세월을 쭈욱 돌아보니 나는 배움에서 새로운 활력소를 찾는 사람이었다. 대학을 다니는 중간에도, 졸업하고 영어를 배우려고 어학연수를 다녀왔고, 일을 시작한 후에도 일에 대한 전문성을 위해 대학원에 다녔다. 그리고 그밖에 다양한 배움으로는 캘리그래피를 배우고, 그림을 그리고, 프랑스 자수를 배웠다. 아쉽게도 현재 캘리그래피는 손에서 놓게 되었지만, 아이를 임신하게 되었을 당시에는 분명 좋은 태교가 되어주었던 기억이 있다. 그 후 아이를 키우느라 그동안 손을 놓았던 프랑스 자수는 제주에 와서 다시 시작했다. 젊었을 때 배워놓은 덕분일까, 아니면 손재주가 조금 있는 덕분일까 몇 년을 쉬었다 다시 하는데도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이곳에서 저녁마다 티비를 보며 하는 자수에 시간 가는 줄 몰랐다(지난번 댓글에 어떻게 티브이를 보며 자수를 놓냐고 하던데, 어려운 자수가 아니라 가능한 것 같다) 그 외에도 원데이 클래스로 밀크티도 만들어 보고, 기념일마다 꽃바구니를 만들어 보기도 하고, 선물할 앙금케이크를 만들어 보고는 했었다. 무엇이든 새롭게 배우는 것을 좋아하는 것 같다.



그런데 아이를 낳고부터는 조금 여유가 없었다. 그래서 그저 계속 육아만 한 줄 알았는데, 아이가 어린이집에 가자마자 바리스타 학원에 등록해 1,2급의 자격증을 땄다. 그 이후에는 계속 중국어를 계속 배웠다. 그러다 코로나가 터지며 중국어 수업을 못 듣게 되고 게다가 다른 취미활동 또한 멈춰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코로나가 조금 잠잠했을 무렵부터는 제주에 와서는 요가를 배우고 다시 미술 수업도 들을 수 있게 되었다.



중국어, 바리스타 같이 배우던 시절도 있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그 이후의 시간을 되돌아보건대 본 직업 외에 참으로 다양한 것을 배웠다. 그런데 그동안의 배움은 절대 날 배신하지 않더라. 덕분에 지금까지도 나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 주고 있다. 그래서 언제나 배움은 옳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하게 된다.




요즘도 새로운 재밌는 것을 꾸준히 찾아보고 있다. 평소에는 가진 체력도 열정도 없는 주제에 그것만큼은 쉬지 않는 것을 보면, 아직 배움에 대한 힘과 정열은 남아있는 것 같아서 참 다행이라 느낀다. 덕분에 취미 생활은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 끊임없이 추가되는 그리고 멈추지 않고 계속되는 새로운 활동들... 역시 배움은 참 재미있는 일이다. 앞으로도 새로운 것을 배우는 일에 흥미를 느끼고, 그것을 찾아 꾸준히만 한다면 나의 삶은 더욱 풍요로워질 것이라 확신이 든다.







이러한 다양한 배움을 통해 끝내 대단한 누군가가 되는 것을 원하는 것이 아니다. 대신 살아가는 동안 현재의 삶에 최선을 다하며 즐겁게 즐기며 사는 것에 의의를 두고 싶다.



앞으로 새롭게 배우고 싶은 것을 떠올려본다. 어느덧 요가를 배운 지 일 년이 다 되어 간다. 한 곳의 요가학원에 등록한 이후 만족하며 지금껏 다니고 있다. 그런데 지난겨울부터 최근까지 요가학원의 선생님이 계속 교체되고 있다. 처음엔 다른 선생님 수업을 들어볼 수 있으니 괜찮다 싶었는데 점점 요가 수업의 만족도가 떨어진다. 며칠 전에 수업에는 사전 알림 없이 당일에 선생님이 교체되기도 했는데, 듣는 내내 이건 좀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어 집중이 떨어지도 했다. 이제 더 이상 이것은 수련의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다시 진지한 고민이 시작되었다. 사실 요가를 배우기 전에 필라테스를 배워볼까, 요가를 배울까 고민했었는데 이번 기회에 새롭게 필라테스를 배워볼까 하는 생각 중이다. 한 번으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좋아하는 무엇인가를 꾸준히 오래 하고 싶은 마음이 더욱 크기 때문에 요가는 당분간은 혼자서 해볼 생각이다. 그리고 새로운 필라테스를 배우게 된다면 요가와 더불어 나의 체력이나 건강에 더욱 도움이 되지 않을까 기대가 되는 바이다.



지금 배우는 미술은 다음학기에도 꾸준히 할 생각이다. 처음 배울 때는 힘들지만 꾸준히 하게 된다면 실력이 늘게 되므로 다음 학기에는 더 재밌을 것이다. 물론 여전히 힘들 수도 있지만 배움의 기본조건은 '그저 즐거움' 이기 때문에 너무 잘하는 것에는 연연하지 않기로 한다.



가깝고도 먼 미래에는 도예수업을 들어보고 싶다. 언젠가 내가 사용하는 모든 그릇을 스스로 만든 것으로 사용해보고 싶다는 소박한 꿈이 있다. 생각만 해도 신이 나고 즐겁다. 역시 내가 좋아하는 것을 찾아내어 계속해가며, 유익한 삶을 살아가는 인생은 참 행운이라는 생각을 한다.



앞으로도 새로운 것을 배우는 동안 최선을 다해야겠다. 그리고 그렇게 배운 것을 꾸준히 유지해 가며 나의 것으로 만들려는 노력 또한 해나갈 것이다. 나는 프로배움러니까!




최근 완성한 프랑스 자수







메인사진 출처 : https://pin.it/pPyTig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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