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어가기도 쉽지 않네
영하 6도, 이번 겨울 들고 가장 춥다. 어머니 곁에서 세 번째 맞는 겨울 중 처음으로 워머에 목도리 두르고 후드 안에 니트 모자도 쓴다. 어머니에게도 단속한다. 밍크모자에 가장 두툼한 목도리까지 휘두른다. 투석하는 날에 너무 춥다.
구순의 어머니는 추위에 무디다. 어제는 패딩 조끼만 입고 경로당에 다녀온다. 나는 호들갑스럽게 놀라고 어머니는 덤덤하다. 설 밑에 억하심정이 발동해서 고함쳤는데 눈만 껌뻑인다. 앙상해진 다리로 걸음도 더디다. 구순에 노환은 설상가상이다. 늙어가는 일이 쉽지 않아 보인다.
어머니의 긴기아난이 꽃을 피운다. 인색하게도 두 송이지만 그래서 더 애지중지한다. 이리저리 살피는데 꽃대에 물방울이 송송 맺혀 있다. 젖을 빠는 아기의 이마에 맺힌 땀방울 같다. 꽃망울을 터뜨리고 꽃잎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자꾸 눕는 어머니께 그림책을 디민다. 쓰윽 당겨 넘기신다. 그림보다 글을 꼼꼼히 본다. 다행이다. 할머니 시리즈를 은근슬쩍 바꾸어 계속 내밀어야지. 어느 할머니가 어머니 표정을 바꾸어줄까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