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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명옥 Sep 20. 2024

어머니의 여행 가방

더 건강해지려고 입원하시다

새벽 두 시, 구급차가 온다. 어머니를 태워서 응급실로 갈 119 구급차다. 요란한 소리 없이 빛으로 다가와서 안심이다. 동네 사람들이 우르르 나오고 이런저런 말과 눈을 나누는 상황이 생기지 않아서 다행이다.


"응급 상황이 아닙니다." 콧구멍에 지혈솜을 넣고 젊은 의사는 빠르게 말한다. "아침에 이비인후과에 가서 빼고 출혈 원인을 확인하세요." 코피는 이미 집에서 출발하기 전에 멎었지만 두 콧구멍을 야무지게 막는다. 비응급이  응급행세 한다고 진료비 90%를 내란다. 구순 환자가 코피를 줄줄 흘리니 가족에게는 분명 응급이었건만. 두 시간 만에 돌아오니 마을은 여전히 어둡다.


어머니는 오늘 입원한다. 새벽 응급 상황과 관계없이 계획한 과정이다. 어머니가 투석을 두려워해서 여러 부작용을 계속 견디며 버틴다. '투석하면 삶의 질이 나아질 것이니 더 버티지 말라'는 신뢰로운 이의 말씀이 결정타이다. 삼 남매와 어머니가 합의하여 디어 시작한다.


먼저 간 아내와 친구를 만나러 간다며 가방을 챙기는 할아버지 이야기가 있다. 옷 넣고 사진 넣고 삶은 달걀도 넣어 할아버지 여행 가방이 불룩해진다. 입원하는 우리 어머니는 가방이 세 개이다. 이번이 세 번째 입원이라 가방을 찬찬히 챙긴다. 겁쟁이 구순 노모가 이번 여행에서 활력을 얻어 오길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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