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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폴리탄 미술관 경비원의 삶이 궁금합니다

삶은 여러 챕터로 되어 있으며

by 송명옥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패트릭 브링리 짓고, 김희정 조현주 옮김. 2023년 웅진지식하우스, 365쪽


미술관 경비원들의 세계로 초대받은 느낌으로 읽기 시작했다. 미술 작품에 대한 저자의 접근과 느낌이 신선하고 무대 뒤의 이야기도 재미있었다. 형을 잃은 슬픔에 공감하고 육아에 대한 솔직함에도 매우 동의했다. 상실감을 치유해 가는 과정, 육아에 대한 생각의 변화, 예술에 대한 아마추어로서의 진정성 들을 아껴가며 읽었다. 전시된 작품들의 시간을 오르내리고 저자의 공간을 그리면서 현재 내 시간과 공간을 많이 생각했다.


경비원이 되기 위해 교육받고 업무를 시작한다. 낯선 사람들과 환경에서 어색하게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전시실에 선다. '인간은 어떤 의미에서는 모두 아마추어야. ~ 그러니 실수도 하면서 즐거움과 의미를 찾는 것이 최선이야'는 긍정적이다. '사치스럽고 초연한 경비원의 시간이 거북이처럼 흐르지만 귀족적이다.'는 진솔하다. '위대한 그림은 경외감, 사랑, 고독 같은 감정을 불러일으킨다'는 자극의 필요성과 효능을 생각하게 한다. 낯설게 시작하여 익숙해진 경비원 생활을 정리하는 아쉬움이 느껴진다.


일상적이지 않은 작품들과 언어도 재미있다. 콜로폰, 곽희의 <수색평원도>는 35cm였는데 콜로폰이 붙어 폭이 9m를 넘는다. 쿠로스, 쿠로스 대리석 조각상은 그리스 청년이지만 '뉴욕 쿠로스'라 불린다. 은키시, 현대 콩고 민주 공화국인 송예 사람들이 만든 은키시는 영적인 힘을 담는다고 믿었던 주술상이다.


저자가 깨친 말들도 인상적이다. "예술을 흡수하고 예술과 씨름하고 예술이 던지는 질문에 부딪쳐라." "한자를 모르는 덕을 본다. 화려하고 다양한 문자들이 펼치는 향연을 오롯이 감상할 수 있다." "복잡한 세상은 멈추지 않고 계속 돌아간다. 우리는 삶을 살아야 하고 삶은 우리를 내버려 두지 않는다." "삶은 여러 개의 챕터로 되어 있다"는 말에 나는 위로받는다. 현재의 챕터는 끝날 때가 있다는 말이다.


놀랍다. 하나, <All the beauty in the world>가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경비원입니다>로 변신하다니. 우리나라 정서를 파악한 센스가 돋보인다. 둘, 본문의 좌우 여백이 다르다. 가운데 접히는 쪽 여백이 바깥쪽의 두 배이다. 대단한 배려이고 눈썰미이다. 아쉽다. 옮긴이의 설명이 불편하다. 옮긴이의 설명은 원서에 없다는 뜻이겠지. 과잉 친절이고 본문의 흐름을 방해한다. 본문에 버젓이 끼어든 옮긴이의 설명은 신작로의 자갈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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