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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ed Oct 23. 2021

來 (올 래)

초등학교 1학년

 이제는 미취학 아동이 아니다! 취학 아동이다! 8살이 된 나는 초등학교에 입학한다. 이주현에게 초등학교는 조금은 빡센 곳이었다. 급식을 먹을 때 꼭 김치를 먹어야 되고, 신발주머니를 안 가져오면 하루가 조금 피곤해졌다.  

    

 초딩 이주현을 괴롭힌 한 가지가 있었다. 바로 한자였다. 한글도 겨우 띄었는데 외간 나라 문자도 배워야 했다. 초등학교 1학년 교실에서는 천자문 외우는 소리가 퍼져나갔다. 우리 담임선생님은 매주 한자 쪽지 시험을 보기로 결정하셨다. 이주현은 처음으로 지옥을 맛본다.  

   

 한자 쪽지 시험은 효율적이면서도 고통스러웠다. 매주 한자 4개씩 시험을 보는데 누적되는 것이었다. 첫째 주에 한자 4개를 봤으면, 둘째 주에는 8개를 보는 식이었다. 등차수열인가. 그전에 시험 봤던 한자를 까먹지는 않을 수 있어서 좋긴 하지만 하루 종일 틀어놓은 선풍기처럼 머리가 과열돼서 터질 것 같았다.     


 하루는 한자 쪽지 시험을 채점하시던 담임선생님이 아이들이 있는 앞에서 나를 불렀다. “차암 너는 올 래 자만 매주 틀리니.” 그렇다. 나는 매주 진행되는 한자 쪽지 시험에서 올 래 자를 항상 쓰지 못했다.


 계속 틀리다 보니 이젠 틀려야 될 것만 같았나. 왜 올 래만 못 썼는지 모르겠다. 시험 직전까지 올 래자만 생각했는데 오히려 시험이 시작되면 머리를 새하얗게 만들었다. 올 래가 내 손에 마법을 건 것 마냥 손이 움직이지를 않았다.      


 가로로 찍. 세로로 찍. 시옷 두 개에 날개 두 개. 가로로 찍. 세로로 찍. 시옷 두 개에 날개 두 개. 초딩 이주현은 한자 쪽지 시험마다 되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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