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2 하면 중2병인데 나는 중2병을 공부로 승화했나 보다. 중2는 인생을 통틀어 공부 리즈 시절이라고 할 수 있다.
1학년 때 같은 반이었던 친구들과 흩어지면서 2학년 새로운 반에서 친구를 사귀어야 됐다. 그런데 나는 반에서 적응하지 못했다. 익숙한 친구들을 찾느라 반에서는 친구를 찾지 못했다. 그래서인지 공부에 더더욱 집중할 수 있었다.
과학 부장도 하고 미술 부장도 했다. 누가 문과 머리 아니랄까 봐 과학도 정말 못했는데 쉬는 시간마다 과학 선생님을 찾아가서 질문했다. 미술은 못하지만 인체를 배울 때 노트에 그림도 그려가면서 정리했다. 이때 나는 시간과 노력을 들이면 안 되는 건 없다고 느꼈다. 수업 시간에 머리 밖으로 튕겨나갔던 지식들이 서서히 안으로 들어왔다.
수학도 못했던 나는 수포자가 될 위기였다. 중학교 2학년 초에 담임 선생님과 상담하면서 수학에 대한 두려움과 짜증을 토로했다. 초등학교 2학년 이후로 평균보다 못해본 적은 없지만 정말 큰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해왔던 것이다. 중학교 1학년 때부터 동네에 있는 학원을 다녔다. 학원을 다녀도 수학은 늘 제자리였다. 수학 문제에 함수나 도형이 나오면 속이 메스껍고 떼려 치고 싶었다.
그랬던 나는 학기 말에 수학과 영어 교과우수상을 받는다. 무언가를 해냈을 때의 성취감을 처음 맛봤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