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년 동안 우리의 밤하늘에서 가장 밝게 빛났던 별.
그리고 이 캄캄한 밤에 우리는 그 별빛을 좌표 삼아 다시 걸음을 내디딘다.
미래를 향해 발맞추어 나아간다.
앞으로, 앞으로, 우리가 걷는 미래는 1400억 년 후의 미래까지는 아니겠지만,
그저 손에 잡힐 듯 가까운 미래,
어깨를 1분 동안 톡톡 두드려 늘어난 팔을 쭉 뻗으면 닿을 정도의 미래일지라도" (p.284)
[좋아하길 잘했어]라는 책은 '좋아하길 잘했어'라는 제목을 포함해 모두 3가지의 이야기가 나오는 책입니다. 모두 다른 이야기 같지만, 사실 주인공들은 상당히 닮아 있습니다.
앞으로 다가올 미래는 상상할 수 없어 두렵고, 그렇다고 현재에 만족하고 사는 것도 아닌.
다가올 미래와 지나간 과거 사이에서 어떤 것도 주체적으로 하지 않는 무기력하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당기는 빛"의 화자는 친구들과 타임머신 이야기를 하지만 딱히 돌아가고 싶은 과거가 없었고,
미래를 생각하면 막막함과 두려움이 떠올라 아무것도 하지 않고, "내부 유령"의 화자는 자신이 성공과 돈에 대한 집착과 그것을 잃을 수 있다는 공포에 사로잡혀 행동하는 상위 집단을 견딜 수 없어 이리저리 자신이 싫어하는 것을 피해 다녔고, "좋아하길 잘했어"의 화자는 미래를 바라보기를 거부하죠. 하지만 이들은 어떤 순간에 지금까지의 자신이 내리던 것과는 다른 선택을 하게 됩니다.
"당기는 빛"의 화자는 삶에 매몰되어 있는 자신과 비슷한 듯 행동력이 넘쳤던, 자신이 가장 아꼈던 친구의 부고장을 받은 후부터, "내부 유령"의 화자는 자신이 관리하던 대상이 사실은 더 큰 이야기를 품고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난 후부터, "좋아하길 잘했어"의 화자는 자신의 부족함에 대해서 친구에게 마지막으로 보낸 문자에서 답장을 받고 난 후부터 그들은 행동을 하기 시작합니다. 그 행동의 끝이 완전한 행복이라던가, 혹은 완전한 승리는 아닐지 몰라도 기어이 그곳을 향해 나아가는 선택을 하는 것이지요.
과연 그들을 움직이게 한 동력을 무엇이었을까?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한 사람의 생각이라고 하는 것은 마치 습관처럼 굳어져,
시간이 지날수록 원래 자신이 가지고 있었던 다른 선택지마저 없애 나 홀로 고독한 탑을 세워버리고 마는 것인데 무엇이 주인공을 바꾸게 했는가에 대해서 생각했습니다.
'사랑'
'사랑을 하면 누가 밥 먹여주나'라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사랑이 삶을 사는 것과 어떤 관련이 있는데, 그냥 사랑하면 좋다가 끝나면 아린 그런 거 아닌가.
'내 삶의 어떠한 문제도 해결해주지 못하는데 그게 뭐가 중요해'라고 아주 오랜 시간 동안 생각했었습니다.
맞습니다. 사랑은 삶의 문제를 해결해주지 않습니다.
하지만 사랑은 그런 사람이 세상에 나 혼자만이 아님을, 비록 그 끝이 무엇일지 아무것도 모르지만 그럼에도 옳은 선택을 하면서 나아가는 사람이 있음을 알게 해 줍니다.
아, 그런 사람이 있음을 알게 되는 순간 그 사람과 사랑에 빠지는 것일까요?
사랑의 시작이 무엇인지, 끝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그 과정에 행복만 있을 것이라고 말할 수도 없습니다.
그럼에도 사랑은 가끔 내가 가진 어려움에 눈 감을 수 있는 미소를 주고,
자신에게 화가 나서 못 견딜 것 같은 순간에 여유를 주고,
나 자신조차 포기해 버린 나일지라도 기꺼이 안아줍니다.
그렇게 삶의 고통과 행복 사이 그 어디쯤에서 내가 균형을 잡을 수 있는 여유를 줍니다.
그리고 사랑을 가지고 가는 사람이 밝힌 작은 빛들이 누군가에게 발견되고,
그렇게 한 사람이 두 사람이 되고, 두 사람이 네 사람이 되고,,,
그러면 전혀 바뀌지 않을 것 같은 미래도,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은 세상도 조금은 바뀌지 않을까.
하고 기대하게 됩니다.
잘 느껴지지 않을지 모르지만 분명히 그렇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내부 유령"의 김 씨 경비아저씨처럼,,,
내가 하는 모든 것들이 무의미하다고 느껴질 때, 이것이 나의 인생의 미래에 대해 어떠한 것도 바꿔주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에 한 발자국도 내딛을 수 없을 때,
그런 날들을 함께 했던 우리가 있었고, 적어도 나는 불완전한 우리가 매 순간 서로에 대한 결핍을 보듬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했다는 것에는 의심할 여지가 없을 것입니다.
너무 큰 산이, 잘 그려지지 않는 미래가 두렵다고 느껴질 때면, 무의미하다고 느껴질 때면,
내가 누군가에게 나눈 사랑을 떠올립니다. 아니 누군가로부터 받은 우연한 사랑의 순간을 떠올립니다.
그러면 조금은 더 나아갈 용기가 생깁니다. 그렇게 또 다른 균형을 찾아서 나아갑니다.
나 하나를 생각하면 한 걸음을 내딛는 것이 어렵지만 그 길을 또 다른 누군가과 함께 걸어간다고 생각하면, 그리고 그로부터 나의 부족함도 너의 부족함도 채울 수 있다면
조금은 더 힘차게 발을 내딛을 수 있을 것입니다.
"행복이란 초대의 만족과는 다른 상태라고,
우리는 여전히 결핍되어 있고 서로를 위해 각자의 욕심을 포기하고 있지만 그렇기 때문에 누구 하나 대단히 부족하지 않다. " (p.285)
누군가를, 어떤 것을 사랑하고 있나요?
참 예쁜 시간들을 보내고 있는 것 같아요.
가끔 우리는 나 자신을 의심할 때가 많겠지만, 우리 그 추억을 빌미로
조금 더 가벼워져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