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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밖은 여름

오후 세 시 반의 놀이공원

by 야식공룡


나는 종종 커다란 놀이공원에서 길을 잃고 헤매는 꿈을 꾸곤 한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아마도 어린이집 단체소풍 등의 이유로) 아기를 데려간 놀이 공원을 나 혼자 이곳저곳 구경하며 헤매고 다니다 오후가 되고 해가 머리 한가운데에서 옆으로 슬쩍 비껴가기 시작할 즈음에, 시계를 한 번 흘끗 보고는 마음을 차분하게 가다듬으려 애쓰면서 겨우 서너 살가량 밖에 안 된 어린애를 찾아 나서는 꿈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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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를 찾아 나선 지 몇 분 지나지 않은 것 같은데 콧잔등과 등 뒤에선 식은땀이 나기 시작하고 울고 싶은 기분이 서서히 번지기 시작한다.

‘큰 일 났다! 애초에 나는 왜 놀이공원처럼 하루 종일 걸어도 다 못 다닐 이런 곳에 애를 데려왔을까, 집에 같이 못 돌아가면 어쩌지?’


시계를 쳐다보는 빈도는 점점 잦아지고 발걸음은 빨라진다. 처음 마음과는 다르게 발걸음은 거의 뛰는 듯한 모양새다.


나는 왜 현실과 다른 이러한 꿈을 꾸는가?

꿈에서조차 선명하게 느껴지는 아찔한 당혹감과 공포감.

꿈속인데도 호흡이 점점 가빠진다. 저 좀 도와주세요! 하고 큰 소리로 외치고 싶은 기분이 드는 동시에 꿈에서 깨고 눈을 번쩍 뜬다.


그래, 지금은 이른 아침이고, 여긴 집이고 ’ 표면적으로는‘ ’아마도’ 안전하다.


하지만 온몸을 휘감았던 불안감은 여전히 나를 온통 지배한 채 놓아줄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물을 한 잔 마시고 식탁에 앉아 그동안 왜 이런 꿈을 잊을만하면 반복해서 꾸는지 생각해 보기로 했다.

내가 잃었거나 혹은 잃어버릴까 봐 찾아 헤매던 그 어린애는 대체 뭐였을까? 왜 그렇게 절박하게 헤매다 깨어날까.


더 고민해봐야 하지만, 잘 모르겠지만 한 가지는 확실해. 내가 지금 사회와 세상에 미안하구나.

그렇게 열심히 최선을 다해 살지 못하고 있는데, 몸이 지나치게 편하다는 자각에서 오는 죄책감이 온몸을, 정신을 옥죄어온다. 매일매일.


몸은 어른이지만 정신은 미숙한 의지박약 어른이.

마음은 간절히 무언가를 의지하고 안전한 무엇에 기대고 싶은데, 지금껏 살아보니 그럴 수 없는 것이 인생이었다.


허무함과 상실감이 차지한 공간들은 좀처럼 그 틈이 메워지지 않는다.

그 틈새. 계속해서 종종거리며 불안해하는

나는 무엇을 잃고 지금도 열심히 헤매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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