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라고 하고 싶네요.
<엉망진창 한글철자와 말도 안 되는 문장구조. 멋지다.>
이통사 음성사서함이다.
멋진 신세계. 난 왜 이런 거에 열이 오르는 건가.
부재중 전화 표시가 찍혀있는 걸 보고 그 위에 띄워진 박스창에 적힌 글자를 쳐다보는데 이상하게 스멀스멀 모멸감이 밀려온다.
왜 그런지 모르겠으나 세금고지서 모양새와 흡사한 디자인을 하고 있는 적십자 회비 고지서가 떠오른다.(의도가 다분하고 솔직히 그 의도가 사악하고 음흉해서 귀엽지가 않다. 기획자는 본인이 대견했을지도 모르나.. 노인들은 의무적인 세금인 줄 알고 속는다. 진짜다.)
이통사 음성사서함과 별다른 연결고리는 딱히 없지만.
마음을 가라앉히며 커피를 내리고 식빵 한 조각에 생크림과 토마토를 올린 후에,
마침 필요한 광고였다면 반가웠을지도 모른다. 광고는 대체로 스킵(skip)하고 넘어가는 편이지만, 이 글을 쓰고 있는 것도 우연히 발견한 글쓰기 모임 팀원모집 글 덕분이었다는 데까지 생각이 미치자, 바람 빠진 풍선마냥 열이 한 김 식었다.
역시 인간이란 좋고 싫음에 있어 자의적으로 해석하는 존재다. 언제까지 안하면 되고, 안 보면 될까. 내가 밟고 선 이 땅은 점점 좁아지고 있는데. 타인을, 타 생명체를 최대한 해치고 싶지 않아. 이런 몹시 사소한 문제들에 매사 냉철할 수 있다면.
음성사서함 메시지는 확인하지 않고 그냥 두었지만(친절하게 은행 가서 직접 확인하면 되니까) 이 모멸감은 왜 일어났던 것일까.
세상의 변화는 그 속도가 점점 가파른데 거기에 마냥 의심없이 동참하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는다.
창밖은 여름이고 커피는 향이 좋고 내 기분은 몹시 처참하다. 할 일이 많지만 이거 다 마시고 사랑하는 동네도서관에서 늘어져있을 거야.
그 후에 산책해야지. 느리게 천천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