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에 대해 알아간다는 것

어떤 상황에서도 나를 응원하는 존재를 만든다는 것

by 따뜻한 말 한마디

내가 지난 연재분에 어두운 과거를 기록한 이유는, 내가 정실 질환이라는 높은 벽에 부딪히면서 이를 극복해 나가기 위해 내가 어떤 것을 할 수 있는지 찾는 과정에서 정리한 내가 외면하고 싶었던 진실을 독자 여러분께 알리고 내가 그럼에도 잘 살아왔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환우들 중에는 나보다 더한 환경에 있는 사람도, 누가 봐도 정신 질환이 없을 것 같은 환경에 있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이들 모두의 공통점은 다른 사람들이 알지 못할 만큼 힘든 질환과 싸우고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살아가고 있다. 이는 분명히 위로와 칭찬을 받는 게 당연한 그들의 사투이다.


나도 같은 질환을 가진 사람으로서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나아지기 위해 노력하면서 살고 있다. 그리고 내가 조금이라도 괜찮아질 수 있었던 방법이 있어 이번 연재에 기록한다. 심리 상담을 받고, 이보다 더한 지옥이 있을까 싶을 때 내 삶을 지탱해 준 것은 나에 대해 알아가는 것이었다. 이게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다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나에 대해서 잘 알 수록 나 자신에게 위로를 더 잘해줄 수 있고 나 자신을 사랑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세상 사람 모두가 외면한다 하더라도 나 자신은 나를 응원할 테니 말이다.


나는 어찌 보면 우울이라는 감정을 친구들보다 먼저 알았다. 그리고 우리 집이 가난하다는 사실과 우울이라는 감정, 두 가지의 요인으로 인해 자존감이 상당히 낮은 상태에서 성장기를 보냈다. 낮은 자존감으로 인해 내가 가진 특징이 무엇인지, 내가 가진 장점은 무엇인지 잘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정신 질환을 앓게 되었다. 이 낮은 자존감은 내가 힘든 상황에 처했을 때 내가 나 자신을 혐오하게 되는 결과도 낳았다. 남들만큼 멘털이 강하지 못하다는 자책, 나는 남들보다 못하다는 자책이 대표적이다.


세상은 어찌 내게 이리도 힘든 것인가, 왜 나를 제외한 사람들은 괜찮아 보일까 등등 나를 둘러싼 환경을 원망하기만 하고, 나 자신을 제대로 쳐다보지 않았다. 내 인생의 주도권이 마치 내 환경에 있다는 듯. 하지만 그때 내면에서 또 다른 자아의 목소리를 들었다.

‘넌 행복할 자격이 있어.’

37년을 살면서 처음 들어본 내면의 목소리였다. 이를 기점으로 나는 나 자신에 대해서 알아가 보기 위해 내 인생을 돌아봤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내가 무엇을 잘하는지, 내가 어떨 때 조금이라도 행복했는지.


어렸을 때 내 취미는 레고 조립과 그림 그리기였다. 이 두 가지 행위를 하고 있으면 아무 생각도 나지 않고 그것에만 집중했다. ADHD 환자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무서운 집중력을 보여준다는 얘기도 있다. 내 경우에는 레고 조립과 그림 그리기였다. 아마도 내가 집중을 하면서 하는 터치에 사물이 변해가는 모습을 좋아했던 것 같다. 난 이렇게 내가 하는 행위로 하여금 변화를 만들어가는 것이 좋았던 것 같다. 그래서 최근에는 성인 미술 학원을 다녔고, 마음이 번잡할 때 카페나 조용한 곳에 가서 그림을 그리곤 한다. 30대 후반이 되어가는 지금에서야 이를 다시 발견하고 내 마음을 달래고 있다. 나 자신의 자존감도 올라가는 효과가 있었다.


최근에 업무 스트레스가 가중되면서 나 자신이 무너지는 것을 보았다. 나를 다시 일으켜 세우기 위해 어쩌면 나는 나 자신을 되돌아봤다. 나는 생각보다 장점이 많은 사람이었다. 그리고 내가 그동안 나 자신을 얼마나 모르고 살아왔는지도 반성하게 되었다. ‘내가 나다운 모습을 실현하지 못하고 있는데 어떻게 행복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 이르게 되었다.


이를 통해서 내가 한 가지 느낀 것은 정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도 다 장점은 있으며, 그 장점을 실현해 주는 존재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내가 결코 못난 존재가 아니며, 다른 사람들보다 더 나은 면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더 잘 살아볼 수 있겠다는 희망도 조금 가지게 되었다. 지금 당장 자신이 우울해서 죽을 것 같은가? 당신은 못난 사람이 아니다. 잠시 뇌신경의 문제로 마음의 어려움을 가진 것뿐이다. 당신은 사랑받을 자격도 있고,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대단한 사람이다. 단지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잘 몰라서 장점을 발현할 기회를 찾지 못한 것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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