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슴슴한 것이 좋다.
혀끝을 자극하는 강한 맛보다는,
자극 없이 천천히 스며드는 담백함이 더 마음에 든다.
엽떡이나 불닭처럼 먹는 순간은 짜릿하지만
몸에 오래 남는 잔상은 이제 피하고 싶다.
그건 비단 음식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삶도 그렇다.
예전에는 사람을 만나고, 밤늦게까지 술잔을 기울이며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놀았다.
내가 누릴 수 있는 모든 감각을 좇았다.
그것이 결국 독이 된다는 것도 모른 채.
이제는 다르다.
서로의 감정을 무겁게 짊어지는 관계는 멀리하고,
내가 나로 있을 수 있는 사람과만 남고 싶다.
누구도 누구를 감정의 휴지통으로 만들지 않는, 그런 관계.
연애도 마찬가지다.
상대의 눈빛 하나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말 한마디에 의미를 부여하며 살아가던 시절은 지났다.
그런 불닭 같은 연애는 이제 하지 않는다.
고추장으로 진하게 비빈 비빔밥보다는
간장으로 살짝 간한 산나물 비빔밥이 어울리는 지금이다.
나는 왜 그리 자극을 좇았을까.
내 몸에 전해지는 감각이 그리도 좋았던 걸까.
역치는 또 왜 그리 올려놓았을까.
지금 생각해 보면, 그 나이대에 어울리는 자연스러운 욕망이었다.
어쩌면 MZ 세대처럼, 나 역시 인생의 전성기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보려 했던 것이다.
그 시절의 나는, 지금의 나를 준비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이제 나는 화려한 하이라이트에서 한 걸음 물러났다.
강한 조명보다는 조용한 조명의 무대가 더 편해졌다.
자극의 역치를 낮추고, 그만큼의 고요함에 만족하는 삶.
이제, 그 슴슴한 무대 위에 나는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