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를 하고 나서 나에게는 극단적으로 변한 것이 하나 있다.
바로 폰의 활성화다.
나에게 연락할 사람은 없기에, 폰은 잠든 화면 그대로 있다.
어떤 날은 잠에 들 때도, 아침에 충전한 폰 배터리 잔량이
90퍼센트를 넘긴 채 그대로 남아 있기도 하다.
회사를 다닐 때 나는 하루에 200통 가까운 전화를 받았다.
그중 대부분은 업무와 관련된 연락이었다.
회사를 그만두고 나니, 그 모든 소리가 사라졌다.
폰이 울리지 않는 일상이 이렇게 조용할 줄은 몰랐다.
나이가 들면서 인간관계는 자연스럽게 좁아진다.
물론 친한 친구는 있지만,
어릴 때처럼 매일 연락을 주고받지는 않는다.
무소식이 희소식이라는 말이 성립하는 관계들.
큰일만 없다면 굳이 확인하지 않아도 되는 사이가 된다.
그러다 보니 요즘 내 폰이 켜지는 이유는 거의 광고 메시지뿐이다.
카카오톡과 문자함에는
사람이 남긴 흔적이라고 부를 만한 것이 없다.
이런 상황을 두고 누군가는 이렇게 말할지도 모른다.
“먼저 다가가지 않으면서, 왜 연락이 오길 바라?”
맞는 말이다.
내가 먼저 연락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다음 인생을 준비하는 구간에 있다.
정리되지 않은 상태의 나를 굳이 꺼내 보이고 싶지 않고,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지금의 나는 누군가에게 특별한 이득이 되는 사람도 아니다.
이런 생각이 들면 자존감은 자연스럽게 내려간다.
아니, 조금씩 깎여나간다.
어릴 때처럼 마음이 맞아 관계를 맺는 시기는 지나갔고,
각자의 삶이 버거운 나이가 되었다는 사실도 실감하게 된다.
다만 나도 알고 있다.
이 모든 생각이 나의 피해 망상일 수도 있다는 것을.
낮아진 자존감이 세상을 이렇게 보이게 만들고 있다는 것도.
그래서 지금은 조급해지지 않으려 한다.
내가 다시 사회로 나갈 자리를,
그리고 내가 다시 나 자신에게 당당해질 수 있는 위치를
조금 더 신중하게 바라보는 중이다.
언젠가는 다시
내 폰의 화면이 쉬지 않고 켜지는 날이 오겠지.
그날이 오기 전까지,
지금의 이 조용함 속에 머무는 나 자신을
완전히 부정하지는 않으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