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문어 선생님'이라는 다큐멘터리를 봤다. 감독이 일 년간 문어를 관찰하며 친밀감을 쌓는 내용이 담긴 다큐다. 문어와 사람이 서로를 아주 조심스럽게 쓰다듬는 촉감이 나에게까지 전해져 마음이 간질거렸다. 아... 말도 통하지 않는 생명과 생명이 만나 이토록 소중히 대할 수 있구나. 말이 통하는 인간끼리도 그러지 못함이 만연한데. 잡아먹고, 먹히며 살아가는 바닷속 생물을 보며 인간 또한 생태계 속 작디작은 존재라는 것을 느낀다. 그런 인간이 너무나도 많은 걸 파괴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나님은 우리에게 이 땅을 정복하고 다스리라 하셨지, 파괴하라고 하신 적은 없는데 말이다.
알을 품다가 끝내 죽음을 맞이한 문어의 마지막 모습에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상어가 자신을 사냥하려고 할 때 죽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발버둥 치던 문어의 모습이 떠오른다. 다시마로 몸을 감고, 숨도 쉬지 못하는 육지에 올라가고, 조개껍데기로 제 몸을 감싸 둥그렇게 말아보기도 하며 안간힘을 쓰던 그 문어가, 제 알을 부화시키기 위한 죽음은 순순히 받아들인다. 그게 당연한 이치라도 되는 것인 마냥. 어미 문어는 알이 부화하는 날에 맞춰 죽는다. 제 할 일을 다 하고 깊은 잠에 빠지는 것처럼. 이 모습은 우리의 부모님 그리고 하늘 아버지의 모습과도 닮아있다. 희생과 헌신이란 단어로 밖에 표현하지 못하는 게 안타까울 만큼의 큰 마음이다.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지으신 분의 형상을 닮은 채로 살아가나 보다. 이 자연에 속한 우리는 그분의 성품을 겸허히 따라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