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주넘기 열세 번째 주제: 좋아하는 자연
배우 탕웨이 씨가 이루고 싶은 바람 같은 게 혹시 있을까요?
일 년에 한 편의 영화를 찍고 그사이에 차분히 에너지를 모으고, 삶을 충실히 살아가며 역할이 오면 그것을 다 쏟아붓고 싶어요. 왜냐하면 노력에는 지름길이 없으니까요.
탕웨이의 인터뷰를 보며 생각한다.
작가 오말초 씨가 이루고 싶은 바람 같은 게 혹시 있을까요?
하루에 한 편 글을 쓰고 그사이에 차분히 에너지를 모으고, 삶을 충실히 살가아며 텅 빈 문서창이 오면 그것을 다 쏟아붓고 싶어요. 왜냐하면 노력에는 지름길이 없으니까요.
요즘은 쏟아부을 것은 없으며 지름길로 숨고 싶어 진다. 그전에 하루에 한 편이라는 말은 기적에 가깝다. 오말초 페이퍼를 준비하면서 열음과 남편이 했던 말을 떠올린다. 일간 연재는 힘들지 않겠어? 덕분에 마음을 고쳐 먹고 이틀로 변경했고, 그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며 일주일을 보냈다. 돈을 받았으니 써내야 한다는 압박감과 돈을 받지 않았으니 소홀해져도 된다는 묘연함 사이에서 ‘자연’을 생각한다.
지난봄에 갔던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정동길’이라는 단편을 봤다. 감독은 평소에 그 길을 좋아한 댔다. 그는 gv에서 이렇게 말했다. “아무리 비참해도 그 거리를 걸을 때만큼은 그렇게 비참하다고 느껴지지 않았어요”
내가 좋아하는 자연도 그 자연이다.
그 바다
그 산
그 별
그 하늘
주황색 철제로 된 배를 타고 가야만 닿을 수 있는 조그만 바닷 마을. 선착장에 내려, 아바이 순대를 싸게 많이 준다는 상인들의 호객 행위를 지나면 바다가 보인다. 넓지 않은 모래사장에 벤치 서너 개가 턱, 턱 무심히 박혀있고. 조용하다. 자주 그곳에 가 마음을 비웠다. 채운건지 비운건지 모르겠지만, 그 바다는 그런 사람들이 많이 왔다. 삼삼오오 모인 여행객 대신 혼자 벤치에 앉아 이어폰을 끼고 바다를 바라보는 그 사람들. 이어폰에 흐르는 노래를 궁금해하는 것은 나의 또 다른 취미였다. 때로는 아무 노래도 흘러나오고 있지 않을 것 같았다.
이야기가 담기는 순간 그 라는 지시 대명사를 앞세우게 된다.
그 도시
그 노래
그 사람
그 사랑
너무 많은 이유가 있을 때 ‘그냥’이라고 답해버리는 것처럼, 너무 소중해진 것에는 이름 앞에 그 를 붙여본다. 이런 식으로 정 붙인 자연이 늘어났고 결국 속초는 내게 그 도시가 되었다. 얼마후면 떠날 그 도시를 마음껏 서성여야겠다. 노력에는 지름길이 없지만, 자연은 늘 지름길을 허용하니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