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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레디 Mar 17. 2024

5년차 초등교사 살아남기

특별한 아이를 만났다.

 새학기가 되고 새로운 아이들을 만났다. 새로 만난 6학년 아이들은 너무나 예쁜 아이들이었다. 초등학교 아이들은 급격하게 성장하는 단계에 있는 아이들이라 그런지 속한 환경에 따라 그 격차가 너무나도 분명한 것 같다. 아이들도 예쁘고, 동학년 선생님들도 좋고, 관리자님도 새로 전입한 나를 잘 대해주신다. 행복한 나날을 살고 있다.


학교는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만들어진다. 학생, 학부모, 교사, 지역사회 등. 내가 이전에 있었던 학교는 작년 한 해동안 교사가 5명이 바뀌었다. 단호한 학생 지도가 문제였다. 분명히 그들에게도 잘 못이 있었겠지만, 내 아이가 학교를 다니는 동안 저 선생이 학교에 있으면 아동학대로 신고하겠다고 했다는 학부모의 말은 나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내가 저런 말을 들으면 어떨까. 교육청에 신고하겠다는 말은 들어봤지만 아동학대로 신고한다고 한다면. 아이를 가르치는 일을 업으로 삼은 내가 그런 말을 듣게 된다면 나는 아마 버틸 수 없을 것이다. 아니 다를까? 연차가 좀 쌓였다고 그런 말도 버티고 강하게 대응할 수 있을까? 모르겠다. 교육현장에는 너무도 다양한 사람들이 있고 내가 어떤 사람을 만나 어떤 일을 겪게 될지는 모르겠으니 말이다. 주변 학교에서는 기간제가 7번이 바뀌었다는 말을 들었다. 어떤 일이 있는건지는 모르겠지만 한번이라도 그 학급의 담임을 맡게되면 그 반 아이들은 생활기록부의 그 선생님의 이름을 기록하게 된다. 그러니까 기간제가 7번이 바뀌면 예를 들어 6학년때 담임 명단으로 김기억 -> 강니은 -> 유디귿 -> 이리을 -> 최미음-> 송치읓 -> 심비읍 이 줄줄이 실린다는 말이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절로 궁금해진다.


 올 해 우리반에는 조금 특별한 아이가 있다. 다운증후군을 가진 소녀이다. 사랑으로 가득한 아이고 보면 나를 보면 기분좋게 웃어준다. 아이들이 껑중하게 자란 6학년 교실에서 작고 귀여운 1학년 아이가 하나 있는 것 같다. 한 해간 사랑으로 아이를 대해야 하기 때문에 앞으론 사랑이라 부르겠다. 사랑이는 항상 옆에 실무사(학교 안에서 도움이 필요한 아동의 곁에서 학교생활을 도와주는 역할을 맡으신 분)과 함께 학교생활을 한다. 6학년 수업을 하는 나로써는 사랑이가 이 수업내용을 얼마나 이해를 할 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그래도 사랑이는 실무사님과 열심히 마음대로 하고 싶은 충동을 참으며 수업을 듣는다. 6학년의 아이들은 8시 40분까지 등교해 2시 40분에 학교를 마친다. 하루 40분 x 6교시, 240분의 시간동안 자신의 책상 의자에 얌전히 앉아있어야 하는 셈이다. 이 시간은 결코 쉽지 않다. 성인들도 하기 힘든 일이다. 개별화회의(장애를 가진 아이들은 그 아이들에게 맞는 개별화 교육을 받는다. 이 회의는 보통 1학기에 1번씩 열리며 교감, 특수교사, 담임교사, 학부모가 참여한다.)에 참여한 사랑이의 어머님도 같은 입장이었다. 무슨 말인지 이해도 되지 않는 수업을 들으며 소리도 내지 않고 가만히 앉아있어야 하는 그 상황을 버텨내야 하는 사랑이가 안쓰럽다고. 생각해보니 공감이 되었다. 나도 그 입장에 처하면, 너무나 고통스러울 것 같았다. 상상해보라. 공학을 잘 모르는 내가 대학교 공학 강의실에 하루 몇 시간씩 앉아있어야 한다면 그 스트레스는 어마무시할 것이다.


 개별화 회의를 통해 얻은 자료들을 정리하며 사랑이와 어떻게 1년을 잘 보낼지를 궁리했다. 사랑이는 퍼즐, 간단한 연산문제 풀기, 미로찾기, 퍼즐 등을 좋아한다. 알라딘에 들어가 사랑이에게 맞을 책들을 찾아보았다. 이 아이가 내 교실에 있는 동안 스트레스를 좀 덜 받고 버텨내는 시간이 아닌 재미있는 시간을 보냈다고 느꼈으면 좋겠다. 다운증후군 아이를 처음 만나봤기 때문에 조금 헷갈리는 일이 있긴 하다. 하지만 나는 가르치는 일을 업으로 삼았기 때문에 프로 의식을 가져야 한다. 나는 프로다. 나는 프로다. 스스로 주문을 외운다.


 며칠 전 밤, 스마트폰으로 유튜브 세상을 탐방하다가 수학강사 정승제 선생님의 짧은 강의를 보았다. 그것은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프로의식을 가져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강의 내용은 지극히 합리적이었다. 어떠한 일로 돈을 번다면 그에 대한 프로의식을 갖는 것은 스스로를 더 멋지게 만드는 일이었다. 나는 내 일에 프로의식을 가졌을까? 잘 모르겠다. 그저 학부모에게 민원을 들으면 서러웠고, 그것을 마음에 상처로 누적시키고, 아동학대 신고가 두렵고 그랬다. 앞으로는 좀 덜 그러고 싶다. 합당한 기준에 의한 일인데도 민원을 들으면 받아칠 것이고, 내가 잘 못한 일이 없다면 아동학대도 불기소 처분이 날 것이니 나는 괜찮다고 생각할 것이다. 프로답게 확신을 가지고 싶다. 내가 대마초를 피는 것도 아니고 남의 돈을 도둑질해서 사는 것도 아닌데 스스로에게 당당하게 떳떳하게 살아야겠다.



당차게 말했지만 그저 기도하는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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