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프레디 Mar 07. 2024

5년차 초등교사 살아남기

나의 새로운 행운에 대해서

 올 해 새로운 아이들을 맡았다. 6학년 아이들을 다시 맡는다는 생각에 개학 전 나는 후라이팬에 바짝 눌러붙은 감자전처럼 쪼그라들었다. 남자친구의 차를 타고 이동할 때마다 생각에 빠졌다. 경험도 제대로 싸이기 전 만난 6학년 아이들은 나에게 많은 상처를 남겼다. 지금 그것들은 굳은 살이 된 것도 있지만 아직도 들쳐보기만 해도 고통스러운 기억도 있다. 새로 이동한 학교의 아이들이 더 무섭다는 소문을 들은 것도 영향이 있었다. 새로 학교를 옮긴 내게 주변 친한 선생님들은 왜 그 학교를 갔니? 다른 곳을 갔어야지… 와 같은 반응으로 나를 더욱 쪼글쪼글해지게 했다.


 개학 일주일 전 동안 거의 드라마에 가까운 감정변화를 느꼈다. 난 잘할 수 있을거야! 올 해 맡을 아이들이 어떨지는 아직 몰라. 새로 간 학교가 규모도 더 작으니 괜찮을거야 와 같은 생각을 하다가 또 그래봤자 6학년인데 착해봤자 얼마나 착하겠어. 그 호르몬 덩어리들에게 또 1년간 상처받겠지 같은 부정적인 생각이 무럭무럭 자라 나를 암울하게 만들었다. 생각은 하염없이 꼬리를 물고 교차했지만 이는 내게 도움이 되는 행위가 아니었다. 새로운 학기가 시작되는 내게 용기를 준 것도 아니고 그저 불안감만 더욱 키웠다. 차라리 생각하지 않는 것이 내 심신 안정에 더 도움이 될테지만 의지에 따라 생각을 멈출 수 있다는 것도 쉬운 경지가 아니다. 이너피스로 향하는 길은 멀기만 하다.


 그런 걱정을 안고 만난 6학년! 아직 출근한 지 며칠 되지 않았지만 우려와 반대로 아이들이 너무 괜찮았다. 무슨 말이냐면, 괜찮아서 걱정이 될 정도랄까..?



 아이들은 교사인 나를 보면 깍듯하게 폴더처럼 상체를 숙이며 인사했고 예의바른 태도로 새로 온 교사인 나를 대해줬다. 아직 사춘기의 거센 호르몬이 거치지 않은 것처럼 맑고 그 순수한 얼굴들! 나를 걱정하게 만들었던, 불손한 태도를 가졌으니 조심하라며 선생님들이 경고한 새로운 루키도 작년 우리반 1등만 못했다. 4일간의 짧은 탐색이 오류일 수도 있지만 정말 아직까진 행운이라 느낀다. 이게 6학년 아이들에게 가능한 일이란 말인가? 아이들을 만난지 4일째 되는 목요일 밤이다. 오늘은 수업을 마치며 아이들에게 진심으로 말했다. 너희같은 6학년을 만난 것은 선생님의 행운이야. 너희처럼 아름다운 아이들은 내가 처음 본다. 제발 한 달 뒤까지 내 뒷통수 치지 말아라. 아이들에 대한 칭찬으로 시작된 말이 나의 걱정과 불안으로 끝났다. 제발 이렇게만 가다오. 큰 사고 치지말고.


작년 나의 1등 소년… 잘 살아라! 선생님 말 잘 듣고!

작가의 이전글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3박 5일 여행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