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생각해보면 아닐텐데
자의식이 생긴 지 30년 좀 넘은 지금까지, 내게 게으르다고 다그친 유일한 사람은 아버지뿐이었다. 나의 아버지야 워낙 부지런하시고, 잠은 죽어서나 자는 거라며 스스로를 재촉하시는 분이다. 사실 객관적으로 내가 아버지보다 덜 부지런하지도 않고, 덜 움직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아버지 눈에 차는 아들이 어디 있겠는가. 오늘 산후조리원에서 아이를 집으로 데려오면서 나도 한 가정의 아버지가 되었음에도, 아버지는 여전히 내 세차의 꼼꼼하지 못함과 냉장고 정리의 미숙함을 지적하시는 분이다.
그런 아버지와 함께 한 시간 덕분에, 나는 평균적으로 하루 4~5시간 정도 자는 사람이 되었다. 집 정리도 잘해야 하고, 본업에는 충실하며, 사람들과 함께 하는 일상도 빼놓지 않고, 집에서는 사랑하는 아내를 위해 밥도 하고 빨래, 청소 등 집안일도 한다. 주변 사람들에게 '너의 하루는 48시간은 되는 것 같다'는 말을 종종 듣기도 한다. 이렇게 바쁘게 사는 내가 남들보다 안 하는 것이 있다면 아마 휴식 정도 될 것이다.
나와 가까운 사람들은 내가 게을러서 뚱뚱하다고 얘기하지 않지만, 얼추 인사나 하며 사는 정도의 회사 동료들은 어김없이 게으르고 운동 안 해서 뚱뚱하다고 일갈하곤 한다. 이렇게 편견에 기반한 인신공격이 나는 정말 비열하다고 생각한다. 나에 대한 모욕을 해명하기 위해, 내가 하루를 얼마나 부지런하게 살고 있는지 이야기하는 장면은 너무나 처연하고, 상대방에게는 전혀 와닿지 않을 것이며, 어느 순간 나는 '해명'을 해야 하는 '죄지은 사람'이 되어있기 때문이다. 한 때는 나도 그들의 편견을 바꾸기 위해 노력하기도 했지만, 이제는 그런 식으로 이야기하는 '가깝지 않은' 사람의 경우, 영원히 가깝지 않은 사람으로 대하고 있다.
뚱뚱한 사람들은 에너지가 많다. 근 섬유 내 로딩된 글리코겐이 풍부하기 때문에 일상생활만으로는 쉽게 지치지 않으며, 날씬한 사람보다 평균적으로 높은 혈압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정지 상태에서 운동 상태로 변화하는데 걸리는 부하가 상대적으로 크지 않아, 의외로 엉덩이가 가볍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한다.
여러분의 주변을 잘 살펴보면, 이와 반대의 경우를 찾아보기 쉽다. 사회생활은 겨우 해내는 수준이며, 집에 가서 조용히 숨만 쉬는 정도의 활동을 하는 깡마른 사람들. 손 닿는 곳에 있는 과자 몇 개를 하루 식량으로 살아가는 게으른 자취생들. 요리라고는 해 본 적 없이 배가 고플 때까지 자다가 저녁에 간신히 배달음식 하나 주문해 먹는 휴일을 보내는 사람들. 활동량은 거의 없음에도 이들은 높은 확률로 날씬하다. 이쯤 되면 세상이 잘못 프로그래밍된 것이 아닐까 하는 억울함도 든다.
지금까지 발견한 현상을 간단한 비례관계로 분석해 보자. 어이없게도 처음에는 활동량이 증가함에 따라서 체중이 증가한다는 이상한 비례관계가 성립한다. 가설 검증을 위해, 활동량이 1일 때에는 허기가 1, 이로 인한 섭취량이 1, 에너지로 쓰이는 것이 1이라고 해보자. 만약 활동량이 2가 되었을 때, 허기가 3, 이로 인한 섭취량이 4, 에너지로 쓰이는 것은 1.1이라면 어떨까. 이어서, 활동량이 3이 되었을 때, 허기는 5, 이로 인한 섭취는 7, 에너지로 쓰이는 것은 1.2라고 생각해 보자. 활동량은 3배가 되었지만, 섭취량은 7배, 에너지 소모는 1.2배가 되었고, 잉여 에너지는 0에서 5.8로 증가했다. 이 어설픈 가설은, 투박하지만, 활동량이 증가함에 따라 잉여 에너지가 증가하면서 체중이 증가하게 되는 이상한 비례관계를 설명할 수 있다.
그렇다. 내가 뚱뚱한 것은 내가 너무 부지런해서였다. 나의 이 이상한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 나는 앞으로 굉장히 게으르게 살아 보려고 한다. 활동량의 감소를 통해 허기와 섭취량을 줄이고, 게으르고 날씬한 사람이 될 수 있는지, 내 삶을 통해 검증해 볼 예정이다. 삶의 불필요한 부분을 없애서 여유를 가지고, 부지런하게 휴식하는 삶을 통해 건강을 찾는 과정을 여러분도 함께 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