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그렇게 막역한가요?
나라고 항상 뚱뚱했던 건 아니다. 고등학교 때는 운동부이기도 했고, 꽤 운동도 잘하는 편이었다. 날씬한 적은 없어도, 운동에는 항상 자신이 있었다. 장사 체형이라고 불리며, 학창 시절 괴롭힘 당하는 일도 없는 운수 좋은 사람이라 생각했다.
만원 버스를 50분가량 타야 갈 수 있었던 대학에 가면서부터는 모든 것이 달라졌다. 땀이라도 나면 집에 가는 길에 주변에 땀냄새가 날까 걱정했던 나는, 그 좋아하던 농구도 축구도 하지 않게 되었고, 친구들과는 늘 PC방에서 죽치다가 과방에서 치킨 먹고 집에 가는 일상이 반복되었다. 1년에 10킬로그램씩 꾸준히 늘어나면서 어느새 3 자릿수에 육박한 몸무게는 군대에 가면서 다시 정상화되는 듯했으나, 군 전역 후 들어간 고시촌에서 나는 또 한 번 3 자릿수의 체중을 만나게 되었다.
그 후로는 계속된 감량 - 복귀 사이클의 반복이 이어지고 있다. 체중은 88 - 110kg 사이를 반복하고 있고, 체중이 올랐을 즈음엔 어김없이 전 여자친구이자 현 아내와의 다툼이 있었다. 보기만 해도 싫은 뚱땡이를 옆에 두고 있자니, 얼마나 싫었을지 나도 안다. 떠나지 않았음에 감사할 뿐이다.
비만의 원인을 찾으면서, 나는 인간사의 레버리지 효과를 온몸으로 느꼈다. 비만이 되는 과정은, 마치 퍼펙트 스톰처럼 모든 것이 맞아떨어진다. 먼저, 나는 유아기 때부터 아킬레스건이 짧았고, 이로 인해 발바닥의 아치가 무너졌으며, 아치가 무너진 발바닥은 서있는 발목의 중심축이 몸 안쪽으로 꺾이는 내전을 유발하고, 내전 된 발목은 무릎이 체중의 중심축보다 안쪽으로 꺾여 들어가는 외반슬 구조가 되었다.
이러한 다리 형태는 하중을 효과적으로 지탱하지 못하기 때문에 운동능력이 약화되고, 구조적 불안정을 보완하기 위해 추가적인 근육이 성장하면서 하반신이 전체적으로 무거워지고 순발력과 탄력이 감소하면서 쿰척쿰척 움직이게 된다. 무거운 다리와 빈약한 아치는 걸을 때 다리를 장요근과 무릎으로 들지 않고, 뒤에서 다리를 가져오게 되는 팔자걸음을 유발한다.
남들보다 과한 체중을 가지게 되고, 당연히 동일한 움직임에 더 많은 산소를 필요로 하게 되면서 파오후의 호흡을 가지게 되었다. 변명을 추가하자면, 꽤 오랜 시간 축농증과 중이염을 겪으면서, 코를 안 쓰고 입으로 숨 쉬는 구호흡이 익숙해졌으며, 폐활량은 점점 남들보다 발전하지 못하게 된 것도 파오후의 호흡에 일조했다.
많은 운동량으로 신체적 불리함을 커버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늘어난 대사량과 식사량은, 운동을 하지 않게 된 대학시절부터 급속하게 체중을 불려 갔다. 솔직히 남들 먹는 것과 비교했을 때, 이만큼만 뚱뚱한 것에 감사해야 할 정도로 많이 먹긴 한다. 그나마 군것질 안 하고, 탄수화물이나 당류를 좋아하지 않는 것이 이상지질혈증 없이 살아있는 이유 되겠다.
핑계다. 핑계가 맞고 변명이 맞다. 하지만 그건 나 스스로에게 내가 할 수 있는 다그침이지, 그 어느 누구도 나에게 그런 말을 할 자격은 없다. 충고를 원하지 않는 사람에게 하는 충고는, 소크라테스의 말도 잔소리에 불과하다. 내가 나의 현재 상태를 받아들이기만 한다면, 나의 현재 상태는 전혀 이상한 상태가 아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숨 쉬듯 자연스럽게 누군가의 체중을 이야기하고, 몸매를 이야기한다. 특히 성인 남성의 몸매를 함부로 품평하는 것은, 사회적으로 언제 합의를 봤는지 모르겠지만 당연하게 여겨진다.
회사에 있다 보면, 살 좀 빼라, 젊은 놈이 벌써부터 팔자로 걷냐, 건방지다, 너 이리 와봐, 너 내가 살 빼는 법 알려줄게, 밥을 어떻게 먹고 배드민턴을 쳐라 자전거를 타라, 네가 회사 풋살 안 나오니까 살이 안 빠지지 등등, 스스로 얼마나 무례한지 인식하지도 못한 채로 던지는 말들의 파티가 열린다. 남초회사라 그런 것도 있겠지만, MZ MZ 하면서 요새는 말 함부로 하면 안 돼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실제로는 절대로 바뀌지 않고, 조금도 조심하지 않는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우리가 그렇게 막역한가요? 하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온다.
나는 세대 갈등에 동의하지 않는다. 아무렇지도 않게 상대방에게 해서는 안될 말을 하는 무례한 사람과, 상대방의 영역을 함부로 침범하지 않는 조심스러운 사람이 있을 뿐이다. 나라고 그런 말을 못 해서 안 할까. 아, 못하는 것 같다. 내가 저들보다 나은 점을 내세우며 왜 그거밖에 안되세요?라고 말 했을 때, 그런 말들이 일으킬 파장과 그 사람의 상처를 생각하면 나는 그런 말을 못 한다. 별 뜻 없이 내가 한 말이 상대방의 인생 자체를 송두리째 부정하거나 흔들어버릴 수 있다 생각하면, 내 입에서는 칭찬 말고는 나올 말이 없다.
여러 날 울부짖어봐야, 사람들이 바뀌지 않는다는 것도 알기에, 무례한 사람들을 하나하나 계도할 생각도 없다. 허나 언젠가 내가 또 감량에 성공해서, 그때 그 무례한 사람들이 "거 봐, 하면 할 수 있잖아!"라는 식으로 한 마디씩 거들었을 때, 면전에 욕지거리를 때려 박지 않기 위한 나의 마음 수양은 앞으로도 계속되어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