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한테 맞는 방법은 따로 있다
아내는 법적으로 나보다 한 살이 많다. 나는 시간을 넘나들며 사는 1월생이라, 무려 10개월 차이가 나는 아내와 같은 학년으로 살아왔다. 분명히 내가 더 어린데, 외관상 아내가 열 살은 더 어려 보이는 게 억울한 부분이다.
아내는 잠이 많다. 매일마다 자야 하는 시간을 다 채우지 못한 경우, 무슨 수를 써서라도 자야 하는 사람이기도 하다. 잠에 관한 한 자기는 장인 정신이 있어서, 제대로 못 잔 것 같으면 처음부터 다시 자야 한다는 얘기를 하기도 하는 엄청난 사람이다. 수면 시간이 극단적으로 짧다 못해 임상적으로 수면 장애라는 판정을 받아도 할 말이 없을 나로서는 신기하면서 부러운 부분이다.
내가 잠을 잃어버린 것은 군 복무가 시작이었던 것 같다. 군 복무 시절에는 모두가 잠이 부족하다. 거기에 내가 있던 부대는 몇몇 안 좋은 사건 사고가 있었고, 나는 그것을 처리하는 역할을 하다 보니 극단적으로 잠이 부족했다. 매일 악몽을 꿨고, 나중에는 그 악몽이 현실과 구분이 되질 않아 병원에 가기도 했다. 병원에 다녀온 후로는 행보관이 하루 4시간의 수면은 보장해 주는 근무 편성을 해 주면서, 다행히도 착란 증세는 사라졌다.
잠을 못 자던 군인아저씨는, 지금 생각해 보면 핏덩이 같은 21세였지만, 흰 머리칼이 우수수 나기 시작했다. 부모님은 새치가 빨리 나는 게 유전이라고 말씀하셨고 나도 그러려니 하고 살았다. 하나 최근 아이를 출산한 아내의 입원기간 동안 머리를 감겨주면서, 몇 년 뒤면 불혹의 나이가 됨에도 흰 머리칼, 주름 하나 없는 아내를 보자니, 도대체 나는 뭐가 잘못된 건가 하는 억한 심정이 들기 시작했다.
다이어트를 할 때마다 엄청난 불면증에 시달리곤 했다. 외려 뭔가를 먹고 자거나, 소주를 한 병 이상 마시고 자면, 잠도 바로 들고 꽤 잘 잤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먹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자는 행위는, 어릴 때는 부모님에 의해 엄격히 금지되는 행위였는데, 항상 어머니는 밥 먹고 자면 소 된다는 말씀을 하셨고, 그때마다 나는 "소가 된 게으름뱅이는 소 탈을 써서 그런 거지, 먹고 자서 소 된 건 아닌데요."라고 바득바득 반항하곤 했다.
그렇게 금지되었던 행위를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성인의 맛에 취해, 나는 먹고 자면 소 된다는 명제를 실현한 사람이 되었다. 되새김질하듯이, 밤마다 역류한 위산으로 잠에서 깨어나는 반추동물이 되어버린 것이다. 우화는 부지런함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 역류성 식도염 근절 캠페인이었다.
잠에 들지 않아 힘들어하다가 뭔가를 먹는 나를 보며, 아내는 "잠은 그렇게 자는 게 아니야. 30분은 따뜻하게 꼼지락거리면서 정성껏 자는 준비를 해야 하는 거지."라고 가르친다. 운동 중 갈증이 심해졌을 때는 이미 물을 마셔도 탈수 증상을 막을 수 없다. 마찬가지로 잠도 졸려 쓰러져서 자는 것은 피곤을 해소하기엔 이미 늦은 타이밍이라는 것이다. 배가 고파도, 한 30분 지루하고 따뜻하게 누워서, 의미 없는 생각을 하는 정성스러운 과정으로 잠을 청하면 잘 수 있다는 가르침. 부지런을 인생의 기준으로 사는 나의 성장환경과는 너무나 상반된 가르침.
오토 파지(Autophargy)라는 개념이 있다. 세포의 자가 포식 과정을 의미하는데, 간단히 말해 외부에서 에너지 공급이 없으면, 우리 몸이 상태 안 좋은 세포들을 스스로 잡아먹고 그 에너지로 다시 새로운 세포를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2016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은 생물학적 기전인데, 이를 이용한 완전 단식, 간헐적 단식 등이 한때, 그리고 지금도 유행하고 있다.
뚱뚱한 나는 당연히 오토 파지를 이용한 다이어트를 해 보았고, 확실히 살도 잘 빠지지만, 몸이 정말 건강해진다는 느낌이 더 강했다. 그래서 이 좋은 방법과 컨디션을 공유하고 싶어서, 아내에게 한참 설명하다 보니, 우리는 어느새 그 오토파지인지 뭔지 하는 방법을 매일마다 실천하고 있는 사람이 바로 아내라는 것을 깨달았다.
하루 12시간도 너끈히 잘 수 있는 아내는, 일어나서 나처럼 원하는 걸 바로 만들어 먹는 요리 실력을 갖추지도 않았고, 잠에서 깨어나는데도 한참이 걸린다. 그러다 보니 절대적인 공복 시간이 충분히 확보되고, 일어나서 양껏 먹어봐야 하루 종일 두 끼 먹기도 힘든 생활시간으로 살다 보니, 자기도 모르게 18시간 공복 - 6시간 식사 같은 간헐적 단식 프로그램을 평생 돌려온 것이다. 덕분에 피부도, 머리카락도, 다른 사람의 절반의 속도로 노화되고 있는 것을 나는 매일 실시간으로 목격하고 있다.
인간의 생물학적, 생화학적인 부분은, 편향되고 유도된 연구 결과가 많다. 다른 글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엄밀하게 설계된 연구결과라 해도 나와 맞지 않을 가능성도 매우 높다. 세끼 밥 규칙적으로 먹고 많이 움직이라는 건강 신화를 30년 넘게 실천해 왔던 나와, 불규칙적인 한두 끼와 적은 활동량에 오랜 시간 자던 아내는, 안티에이징의 측면에서는 거의 정반대의 결과를 낸 것처럼. 어떤 하나의 절대적이고 단순화된 사실을 철석같이 믿고, 그걸 실천한다 해도, 결과가 배신할 수 있다는 것을 늘 경계하면서, 자신에게 맞는 건강 관리법을 찾아나가야 한다.
내 몸을 통한 오랜 실패의 경험 끝에, 나는 적절한 공복과 불규칙한 식사 패턴을 가질 때 건강해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매일 세끼 먹던 쌀밥이 나와 잘 맞지 않고, 과자와 빵을 먹으면 컨디션이 급격하게 나빠진다는 것도 깨달았다. 아침을 먹지 않고 공복에 커피 한두 잔 마시면, 오전에 졸리지 않고 속이 아프지도 않다. 잠들기 5시간 전부터는 식사를 멈춰야 자다가 위산 역류로 깨는 일이 없고, 식사에 기름기가 부족하면 쉽게 배고파진다. 매일 하는 가벼운 활동은 식욕을 부추겨서 다이어트에는 역효과가 나고, 한 달에 한두 번 격렬한 운동을 하는 것이 컨디션 유지에 더 좋았다.
내가 파괴한 가장 큰 상식은, 나는 구워 먹는 삼겹살보다, 삶거나 찐 고기를 더 좋아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한 말 중 가장 말도 안 되는 이야기 같지만, 이렇게나 상식이라는 것은 허구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 여러분들도 항상 인식하고 경계하면서, 그러면서도 과학을 포기하지 않는 자세로 스스로의 건강방법을 찾아가셨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