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더 섬세함이 필요한 지식들
사무실에서 가끔 샐러드를 먹을 때, "야 너 그거도 많이 먹으면 살쪄."라든가, "그거 먹는다고 살 안 빠진다."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안 물어봤는데요 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오지만, 이 오지랖 넓은 사회에서 살아남아야 처자식 먹여 살릴 돈이 나오니 웃음과 함께 머리를 긁적이며, "제가 그래서 지금까지 이런가 봐요 헤헤." 하고 넘어가야 한다.
무례함은 여러 번 이야기했으니, 발언의 진위로 들어가 보자. 샐러드를 정말 많이 먹으면 살이 찔까. 샐러드를 먹는다고 살이 안 빠질까. 그럴 리가 없다. 풀도 많이 먹으면 살찐다며 항상 코끼리가 소환되지만, 초식동물은 셀룰로오스라는 식물 내 탄수화물이 가진 베타 글리코시드 결합을 분해할 수 있는 미생물과, 그 미생물의 도움을 받기 좋은 긴 소화기관 덕분에, 채소를 먹고 에너지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다. 사람 및 육식동물은 맹장(또는 그 끝의 돌기인 충수)이 짧거나, 되새김질을 하지 않아서, 채소의 셀룰로오스를 에너지화하기 어렵다.
식사의 한 끼니를 샐러드로 바꿨을 때 체중 감량이 발생하지 않는 이유는, 배고파서 다음 끼니를 더 많이 먹었거나, 샐러드와 함께 맛있는 무언가를 함께 먹었거나, 또는 남에겐 말 못 할 이유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다이어트를 할 때 초기에 계획했던 당찬 포부에 비해 너무나 많은 잔기술을 구사하면서, 스스로는 그걸 잊는다. 그리고 결과가 좋지 않을 때에는, 애초에 세운 전략이 효과가 없는 것이라는 결론으로 마무리되는 경우가 많다.
나는 오토파지, 또는 케토시스 상태를 이용한 다이어트를 좋아한다. 기본적으로 나는 기름진 음식을 좋아하고, 탄수화물에 대한 욕심이 없으며, 칼로리를 제한하는 세끼보다 든든한 한 끼를 선호하는 편이라, 나의 일상과 잘 맞는 편이다. 날씬한 사람은 공감 못 하겠지만, 뚱땡이들은 보통 다이어트 할 때 정보를 많이 찾아보는 편인데, 나도 케토시스에 대한 정보나 사람들의 방법을 참고하기 위해 종종 인터넷 카페를 찾아보곤 한다.
3일 물 단식, 5일 물 단식, 간헐적 단식 등등 여러 가지 프로젝트를 실천하는 분들이 많고, 그 경험담이 함께 공유되는데, 읽다 보면 재밌는 경험담들이 많다. 5일 물 단식을 하며 힘들 때는 포도당 캔디를 하나씩 먹었는데, 단식이 효과가 없어서 그만할 거라는 이야기나, 혈당 관리를 위해 클린 식단을 목표로 아침에는 베이글, 딸기, 샐러드를 먹었는데도 혈당이 높다며 울상 짓는 경험담을 보면 웃음이 절로 난다.
의학계 또는 과학계에서 나온 다이어트에 대한 이론이 상업화되어 생활에 침투하는 과정에서, 대부분의 이론은 과학적 엄밀성을 상실하게 된다. 일례로, 방탄 커피의 창시자인 데이브 아스프리가 그의 저서 '최강의 식사'에서 언급한 방탄 커피의 주의사항은, 커피 내 지방에 제거되지 않는 에스프레소 추출이나 금속필터 커피를 사용할 것, 커피는 곰팡이가 없는 신선한 원두를 사용할 것, 목초를 먹고 자란 소의 무항생제 우유로 만든 고급 버터를 이용할 것, 커피 + 버터 + MCT오일을 혼합할 때는 블렌더를 이용해 미셀 입자를 만들어서, 섭취 시 쓸개즙의 도움 없이도 중쇄지방산이 흡수 및 에너지원으로 사용될 수 있게 할 것 등이 있다. 그리고 방탄 커피는 엄격한 식사 시간과 구성 성분이 통제된 한 끼의 식사를 하는 간헐적 단식을 할 때에만 의미가 있는 방법이다. 먹고 싶은 대로 맘껏 먹으면서 시판용 방탄 커피 한 잔 마신다고 살이 빠진다고 생각하는 것은 너무 도둑 심보가 아닌가.
인간의 몸을 대상으로 논문을 쓰는 것은, 해 본 적은 없지만, 상상만 해도 너무나 어려운 일이다. 로켓 하나를 만들고 쏘아 올릴 때와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변인들이 존재하고, 개별 변인을 통제하기는 더더욱 어려울 것이다. 생체 실험 격인 임상에 동참해 줄 사람이 거의 없을 것도 당연하다. 결국은 거대한 자본으로 자원을 공급하면서 본인들의 기호에 맞는 결론을 내기 위한 연구를 만들어내는 회사나 집단이 만들어낸 논문들이 대다수를 차지하게 될 것이 분명하다. 그런 홍수 속에서 나와 맞는 정보를 찾아내야 하는 일이기 때문에, 현대의 다이어트는 더 어려워지고 있다.
구시대의 다이어트 방법은 적게 먹고 많이 운동하는 것이고, 개인차는 있겠지만 효과는 분명히 있다. 다만 정말 힘든 과정이고, 유지하는 것은 더욱 어렵다. 체내 항상성을 변화시키는 작업을 짧게는 6개월에서 1년, 길게는 3년 이상 끌고 가야 하는데, 항상성의 격렬한 저항과 마주하기 때문에, 보통은 실패하기 마련이다. 이렇게 힘든 과정을 통해 결실을 얻고, 또 그것을 유지하는 사람들은 정말 존경받아 마땅하지만, 나는 내가 그렇게 강하지 않은 사람이라고 확신한다. 사람마다 극한의 의지가 발현되는 영역은 다르고, 나는 그쪽 방면에 대한 재능은 없다.
결국 다이어트 방식을 정할 때는, 먼저 효과가 확실한 방법이어야 하고, 그것이 나의 생활패턴이나 몸의 상태와 맞아야 하며, 유지하기에 많은 노력이 들지 않아 평생 한다 해도 부담이 없는 방법이어야 한다. 효과가 확실한 방법인지 판단하기 위해서는, 여러 방법에 대한 탐색과, 우리 스스로의 논리적 분석이 필요하다. 엄밀한 근거가 무엇인지, 옳다는 쪽과 아니라는 쪽의 의견을 잘 들어보고, 책도 읽어보고, 논문도 살펴보고, 전문가의 말도 들어보면서, 잘 정제된 이론과 그 조건들을 살펴봐야 한다.
예를 들자면, 간헐적 단식에서 중요한 부분 중 하나는 음식의 질(quality)이다. 지방을 총 섭취 칼로리의 80%로 가져가는 것이 다가 아니고, 몸에서 염증을 일으키지 않는 질 좋은 중쇄지방산을 포함한 음식들로 섭취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는다. 또한 이를 고기로 섭취하게 되는 경우에는 필연적으로 단백질의 과다 섭취가 발생을 하면서, 과잉 단백질로 인한 염증반응이 몸의 케토시스를 억제한다던지, 혹은 간에서의 포도당 신생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 이러한 세부 조건의 불이행은, 의도했던 케토시스와는 거리가 먼 단순 과잉 칼로리 섭취로 전환되어 체중감량 효과가 없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되려 체중 증가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즉, 조건 하나하나를 어떻게 엄밀하게 지킬 것인지 고려하지 않고 접근하는 방식은, 생활에의 접목 과정에서 인자들의 변형이 발생하고, 원치 않은 결과와 함께 애꿎은 이론의 불신을 야기하게 된다.
많은 고민과 검토가 필요하다. 당장 급하게 5kg을 감량해야 한다면, 작정하고 일주일 동안 물만 마시면 된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오래오래 건강하게 살면서 좋은 꼴 많이 보고 맛있는 거 먹는다는데 의의가 있는 것이라는 것을 잊으면 안 된다. 내가 지금 들이는 노력으로 원하는 몸의 상태와 건강함, 훌륭한 기량을 만들어 낼 수 있다면, 책 한두 권 읽는 노력, 내 몸의 반응을 면밀히 살피면서 다이어트의 조건을 테스트하는 과정, 나의 재정 상태와 유지 가능성, 사회생활 패턴과 식사 및 여유시간 등을 고려하는 과정은 그리 비싼 과정이 아니다.
우리 사회보다 양극화와 빈부 격차가 극심한 미국 같은 경우에, 자산 및 소득과 비만율의 상관관계가 뚜렷하게 나타난다. 부자는 그만큼 몸에 신경을 쓰기도 하지만, 반대로 신경 쓸 시간과 재정적 여력, 수단이 있다는 말이기도 하고, 가난한 사람일수록 먹고사는 생업에 치여 몸을 신경 쓰지 못한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만큼 건강 관리는 많은 시간과 비용을 요구한다. 그리고 이런 상관관계는 개인의 생물학적 상태, 수단적 결여, 노력의 유무뿐만 아니라, 개인이 처한 사회경제적 상황도 얼마나 다이어트에 중요한 요소인지를 알 수 있는 지표가 된다. 누군가가 많은 체중으로 힘들어하고 있다면, 다시 한번 말하지만, 그의 잘못이 아닐 가능성은 꽤 높으니, 비난하지 말자. 그리고 수많은 역경과 어려움, 불필요한 사회적 평가불안에도 불구하고 살을 빼고 싶다면, 무작정 시작하기보다 더 엄밀한 검증과 치밀한 계획, 오랜 검토기간, 정확한 실현과 오랜 일관성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을 실천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