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으로 오염된 정보
커피는 항산화 물질이라고 한다. 동시에 누구는 발암 물질이라고 한다. 어딘가에선 심장 건강에 좋지 않다고, 누군가는 심혈관을 튼튼하게 한다고 한다. 이 부분에 대해 지금부터 여러분을 혼란에 빠트릴 이야기를 해 보려 한다. 물론 이 이야기를 숙지할 필요는 없다. 그냥 내가 느꼈을 혼란을 여러분도 이해해봤으면 하는 마음에서 하는 이야기일 뿐이다.
나는 커피를 하루에 5~6잔 마신다. 아주 그냥 오전 중에는 입에 달고 산다는 이야기이다. 이렇게 많이 마시는 것은 나의 만성적 피로와 수면부족 때문이기도 하지만, 뭔가를 먹고 싶을 때 칼로리가 거의 없는 음료를 마시는 용도로 커피를 애용하는 것도 있다.
이견 없이 커피는 각성제다. 이견이 없으니 간단하게만 설명하자면, 인체는 아데노신과 인산의 결합을 깨면서 발생하는 에너지를 이용한다. 깨진 결과물인 아데노신은 수용체에 결합하고, 수용체는 아데노신이 붙으면 피곤하다는 신호를 보내는데, 카페인은 아데노신 대신 이 수용체에 결합하는 성질이 있다. 카페인과 결합한 수용체는 잠시 어버버 하면서 피곤하다는 신호를 보내지 않는데, 이것이 직장인을 먹여 살리는 근원이 되겠다. 그리고 약 8~12시간 뒤 카페인이 수용체와 분리되면 밀려있던 아데노신이 우와앙 하고 달려들어서 더 피곤해지는 원인도 설명할 수 있다.
각성 효과는 몸에 좋다기보다 필요하니까 먹는 것이다. 그럼 좋은 건 뭐가 있을까. 커피는 지구상에서 가장 강력한 항산화 식품 중 하나다. 대충 암도 막고 노화도 막는다는 얘기다. 동시에 고온에서 다크 하게 로스팅한 커피는 아크릴 아마이드라는 물질로 인해 발암의 가능성이 있다. 아까는 암을 막는다고 했는데 동시에 발암물질이라고 한다. 귓싸대기와 반창고를 같이 주는 것 같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카페인은 지방산 분해를 억제하는 아데노신의 경쟁적인 억제제이기 때문에, 커피는 지방 연소를 돕는다. 살이 빠질 것만 같다. 그런데 카페인은 코티솔 분비를 늘려서 혈당을 올린다. 당뇨병에 걸릴 것만 같다. 하지만 하루 3~4잔의 커피는 2형 당뇨병의 발병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이쯤 되면 서로 그냥 아무 말이나 하는 것 같다.
커피는 차(tea) 업계나, 액상과당에 기반한 음료 회사들의 가장 강력한 적이다. 커피에 대한 비난에 가까운 연구는 보통 이 쪽 업계의 지원을 받아 이뤄진다. 논문을 자세히 읽어보면, 믹스커피를 사용한 연구, 인스턴트커피 또는 편의점 등에서 판매하는 기성품 커피, 혹은 그 품질과 유통기한, 제조방식이 표준화되지 않은 경우들이 많다. 믹스커피나 인스턴트커피는 여지없이 액상과당으로 인한 혈당 효과가 연구 결과에 포함되며, 저품질의 커피는 오크라톡신 등 매우 유해한 곰팡이들로 인해 신체에 치명적인 효과가 발생한다. 에스프레소인지, 프렌치프레스인지, 모카포트 커피인지, 종이필터 드립커피인지, 콜드 브루 커피인지에 따라 단위 중량 당 카페인 함량은 당연히 다르며, 카페스톨이라 불리는 커피 오일도 다르다. 미디엄 로스팅 커피의 오일은 신체에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나, 프렌치 로스팅, 다크 로스팅 커피의 오일은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유해할 수 있다.
학술 논문 자체를 부정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연구 윤리라는 것은 거대 자본 앞에 무력해지기 쉬우며, 잘 짜인 반쪽짜리 거짓말은 완전한 거짓말에 비해 더욱더 진위를 판단하기 힘들다는 위험성이 있다. 과학자들의 연구 윤리를 믿어야겠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자신의 논리적 또는 과학적 엄밀성을 꾸준히 단련하여, 과학적 정보를 접할 때 과학적 사고로 그 내용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과학이라 포장된 자본의 의도는 매우 교묘하다. 그리고 반복적으로 말하지만, 그 대표성에 내가 적용되지 않을 가능성 또한 감안해야 한다.
커피가 마냥 좋지만은 않다는 것은 분명하다. 카페인의 각성 작용은 중독성이 있고, 신경계와 소화기관, 호르몬 계통에 영향을 줄 것이다. 또한 사람마다 다른 카페인 민감성으로 인해, 누군가는 한 잔의 커피만으로도 심장 박동의 변화를 느낄 수도 있고, 밤 잠을 설칠 수도 있다. 나의 경우는 미디엄 로스팅 커피의 경우 에스프레소로 마시고, 프렌치 로스팅 강도 이상의 커피는 필터 드립을 선호한다. 인스턴트커피나, 스틱, 믹스 커피는 전혀 먹지 않는다. 나름의 기준으로, 회사에 있는 자동 에스프레소 머신의 원두는 주말 간 회전하지 않았을 것이기에, 월요일에 출근하면 원두를 교체해서 마신다. 다만 서두에 언급했듯이, 하루 5~6잔의 커피는 100kg에 육박하는 몸을 감안하더라도 조금 많은 것 같다는 생각에, 최근에는 하루 최대 에스프레소 기준 4샷 정도로 제한하려는 노력을 하는 중이다.
자신에게 맞는 음식을 찾아가는 과정은 생각보다 즐거운 일이다. 커피를 너무나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수많은 정보의 홍수 속에서 커피를 마셔도 된다는 나만의 확신과 방법을 찾아가는 일은 보람 있고 재미있는 일이었다. 물론 다른 연구결과가 또 등장한다면 다시 검토하겠지만, 아마 당분간은 이런 루틴으로 살아가지 않을까 생각한다. 과학과 자신의 경험을 접목하여, 본인에게 맞는 건강하고 즐거운 식생활을 찾아가는 일을 커피로 시작하는 것은 어떤지 여러분께 제안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