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화문 글의 마지막을 쓰고 든 생각은 ‘아, 끝났다.’였습니다. 답사기라는 말을 피해서 글을 조금 쉽게 쓸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이게 웬걸 정말 힘들게 썼습니다. 하루 동안의 5개의 궁궐여행과 궁궐과 얽힌 저의 삶, 그리고 궁궐 자체가 가지고 있는 수백 년의 역사를 적당히 섞어보려 한 과정 자체가 정말 어렵구나를 알게 된 것은 경복궁 근정전을 쓰면서였죠. 그때 쯤, ‘아, 괜히 했나.’란 생각이 들면서. ‘이게 맞나?’ 싶은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특히, 궁궐의 역사를 이야기할 때는 생각보다 모르는 부분이 많아 글을 쓰면서도 계속 공부를 해야 했습
니다. 이 글 쓰면서 사실 이렇게 공부할 줄 몰랐는데……. 하하하.
공부를 하다 보니 생각보다 글이 어려워진 감도 있습니다. 공부하면서 ‘이 내용은 담고 싶다!’하고 생각하면서 이것저것 넣다 보니 좀 글이 생각보다 인문학적인 내용이 많이 들어갔습니다. 좀 더 에세이 느낌이 났으면 어쩔까 싶다가도 역사학도가 궁궐과 관련된 역사 얘기 안 하면 뭐하나 싶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일단 흐름대로 고민하고, 쓰고를 반복하다 보니 여기까지 왔습니다.
이처럼 흐름대로 쓰다 보니 처음에 넣겠다고 생각한 내용들을 넣지 못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궁궐과 얽힌 저의 삶 부분에서 글의 일관성을 해치는 부분이 많아 더러 빠진 것이 많았습니다. 아쉽지만, 저만의 추억으로 남겨두어야죠. 가장 많이 넣지 못한 것은 역시 궁궐과 관련된 여러 인문학적 내용들입니다. 제가 알고 있었던 내용은 거의 다 들어갔지만, 새로 공부하면서 알게 된 내용의 많은 부분들은 들어가지 못했습니다. 너무 어렵거나 상세해져 다루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아마 나중에 궁궐답사기를 쓴다면 더 많은 공부를 통해 그런 내용들을 집어 넣어볼 생각입니다.
쓰고 싶었던 내용들이 빠지는 경우도 있었지만, 글의 맥락과는 상관없이 집어넣지 않은 내용도 있습니다. 경복궁, 창덕궁의 동궁 권역이나 경복궁의 소주방, 창경궁의 관천대와 그 주변의 터 등 빠진 내용이 많습니다. 이러한 공간들은 제가 아는 내용들도 많지 않고, 쌓은 경험들도 별로 없어 아예 의도적으로 빼고 글을 썼습니다. 뭐가 됐든 이 글은 저의 ‘지극히 사적인 궁궐’이니까요. 제가 자주 보았고, 자주 공부했던 것들을 위주로 쓰는 것이 맞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러한 고민들을 거쳐서 이번 글을 써냈습니다. 어떻게 읽으셨을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제가 궁궐을 보며 느꼈던 감정들을 같이 느끼시고, 제가 궁궐을 공부하며 알았던 것들을 조금이라도 같이 알아가셨다면 그것에서 어떤 긍정적인 느낌을 받으셨다면 저는 그걸로 만족합니다. 제가 가본만큼 궁궐을 가보시라고는 못하지만 계절에 한 번씩 달라지는 궁궐의 모습을 직접 보신다면 정말 다양한 경험을 하시고 다양한 감정을 느끼실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여기까지 제 지극히 사적인 궁궐이야기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