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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사업자 대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2)

진정한 재무융통성이란?

by 고니파더

1편에 이어서 계속합니다.


그렇게 궁금증을 안고서 후배랑 지방행 KTX 열차에 몸을 실었습니다.


현장에 도착해서 여기저기 살펴보니 생각보다 건물 컨디션은 나빠 보이지 않더군요.


주변 상권 역시 활발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임대가 안 나갈 곳은 아니었습니다.


저렴한 금액으로 임대를 하면 충분히 가능하다는 판단.


또 들어오는 임대보증금만 잘 활용해도 미지급공사비의 일부분을 해결할 수 있는 구조이기도 했죠.


사실 제 눈길을 끄는 건 다른 부분이었는데, 차주분이 좀 이상해 보였다는 겁니다.


뭐랄까...느낌이 굉장히 '대차 보인다'라고나 할까?


뭔가 정확히 설명하기는 힘든데 암튼 '쎄보이면서도 연약해' 보이는 그런 인상이었습니다.


참고로 심사역 생활도 오래하다보면 절반은 관상쟁이가 됩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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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면담을 시작했는데 곧바로 난관에 봉착.


이유는 차주가 저희의 질문에 대답을 빙빙 돌리기만 하더라는 겁니다.


그렇다고 졸부들의 특징인 강압적이고 위압적인 태도는 아니었습니다.


'도와주세요'라고 앞에서는 이야기는 하지만 대답을 막상 들어보면 '그건 제가 사연이 있어서...'라고 말끝을 흐리는 패턴이 반복.


이러다가는 오늘 내로 인터뷰를 완료하지 못할 거라는 판단이 들어서 후배에게 양해를 구하고 중간에 제가 끼어 들어서 이야기 하기 시작했습니다.


"알아 두셔야 되는 것이 저희는 사장님 뒷조사 하려고 나온 게 아닙니다. 도와 드리려고 아침부터 서울에서 기차 타고 왔어요. 그런데 선생님이 가지고 있는 약점, 그러니까 소득이 없고 상환력은 부족하고 건물은 공실인 점을 다른 심사역들이 이미 알고 있습니다. 그 부분에 대한 의문점이 해소가 되지 않으면 도와 드릴 수가 없습니다. 말씀하기 힘든 부분이 있더라도 지금은 홀가분하게 이야기 하시는 것이 선생님께 도움이 될 겁니다."


잠시 주저하던 상대방은 주변의 눈치를 살피더니, 이야기를 시작했고 저희가 궁금했고 의심을 가졌던 부분에 대해 솔직하게 답해주기 시작했습니다.


개인 정보가 있기 때문에 세세히 밝힐 수 없는 점 양해 바랍니다.


어느정도 편집 및 각색을 해서 대략적인 인터뷰 내용을 아래에 첨부합니다.


Q) 소득이 없고 건물이 공실임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타행에서 이자 연체가 없을 수 있었나?


A) 오랜기간 과외 선생으로 일했고 지금도 하고 있다. 월 천만원이 넘는 금액을 받고 있고 신고는 하고 있지 않다.


Q) 지방에서 월 천만원의 고액 과외가 가능한가?


A) 지방에도 잘사는 사람이 많고 서울만큼 교육열 높은 곳도 있다.


Q) 당신의 평판은 어떻게 쌓은건가? 알려지게 된 계기는? 학원 강의 경력이 있나?


A) 학원 강의는 해본 적 없다. 다만 과거 수학 교사로 일을 했고 최근 수능에서 수학이 어려워지면서 수요가 크게 증가한 건 사실이다. 더불어 자녀들이 모두 좋은 대학에 갔다. 한명은 서울대 법대, 다른 한명은 부산대 의대에 다닌다. 그 부분이 영향을 미친 것 같다.


Q) 건물은 왜 공실로 놔두는 건가? 이 정도면 전체는 아니더라도 일부는 임대가 가능해 보이는데?


A) 자녀들이 이제 사회에 진출하는 시점이다. 자녀 직업과 연관된 사무실, 그러니까 변호사 사무소나 메디컬 센터를 유치해야 애들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노래방이나 일반 음식점에 대한 임대차 수요는 있었지만 주지 못했던 이유도 이와 같다.


...


이때의 인터뷰 경험은 지금도 잊지못할 추억임과 동시에 '심사역으로서 어떻게 상대방을 대해야 하는지' 제대로 알려주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날카로운 질문에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대답을 들으면서 아래와 같이 다짐했던 기억이 나네요.


다시는 '책상에서 서류만 보고 심사하는 사람이 되지 말아야지'라고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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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제목으로 다시 돌아가 봅니다.


'개인사업자 대출에서 하나를 강조해야 한다면 그게 무엇일까?' 라는 생각을 했고 나름 찾은 해답은 바로 재무융통성이었습니다.


그런데 재무융통성을 이야기 하면 다들 이렇게 답합니다.


'부동산 많은 사람에게 추가로 대출해 주라는 이야기? 뻔한 소리 하고 있네'


혹은


'재무융통성 많은 사람이 왜 대출을 받아요?'


그런데 말입니다.


실제 현장에서의 재무융통성은 부동산이나 예금 말고도 다양합니다.


개인사업자 여신, 대출이라면 말이죠.


이제는 비트코인, 주식도 재무융통성의 한가지 Tool로 자리 잡은지 오래.


이분의 경우는 사실 본인이 가지고 있는 능력이 재무융통성 중 하나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기업으로 치면 일종의 무형자산 가치가 엄청나게 높은 케이스라고 볼 수 있어요.


또 다른 재무융통성은 두 아들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역시나 기업으로 치면 좋은 스타트업을 두고 있는 셈이죠.


그것도 성장 잠재력이 풍부한...


인터뷰를 마치고 서울로 올라와서 동료 심사역들과 많은 심의를 했고 우여곡절 끝에 승인을 내줬던 기억이 납니다.


후배 녀석이 고생을 참 했는데 재밌었던 것은 제가 "이 정도면 처음하고 많이 다르다. 지원해도 괜찮지 않겠어?"라고 이야기 했는데도 불구하고,


"한가지만 더 확인해 보겠습니다"라고 말하더라는 것.


'뭘 더 확인하겠다는 거지?' 라고 의구심을 가졌는데, 나중에 보니 이 후배, 차주의 과거 교원 자격증 사본을 받았더군요.


'그래. 상대방 말이 거짓일수도 있지.'


본인이 궁금한 걸 집요하고 깊게 파는 걸 보면서'잘 크겠다'라고 생각했습니다.


...


교육 자료를 만들다 과거의 사례를 각색해서 풀어본 날입니다.


사실 개인사업자 여신은 금액이 소액이라 그렇지 어렵고 심사하기 꽤나 까다로운 분야입니다.


또 전형적인 틀이라는 것이 사실 없어요.


사례별로 다 다르기 때문이죠.


그렇기 때문에 만만치 않지만 그래서 더욱 재미있는 분야라고 생각합니다.


가끔보면 '내가 이번에 500개 승인했잖아'라고 자랑하며 떠들고 다니는 분들이 있는데, 제 기준에서 보면 아마추어적입니다.


개인적으로는 금액 500~1,000억짜리 대기업 투자 건보다, 금액이 20억~30억이지만 더 난이도가 높은 개인사업자 심사 건에서 더 많이 배울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ㅋ


결국 진짜는 규모나 형식이 아니라 실질에 있다는 걸 잊지 마시길 바랍니다.


개인사업자 여신, 대출을 담당하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오늘은 여기까지!


P.S. 회사를 나오고 관련 사업장 근처를 방문할 일이 생겨서 주변을 둘러봤습니다.


여전히 대부분이 공실이었지만 그래도 한 곳씩 임대가 나가기 시작하더군요.


오랜만에 후배에게 전화를 걸어 "그때 그 사업장 연체는 없니?"라고 물어봤습니다.


"임대가 아직 잘 안되는 거 같긴 한데 이자는 잘 내고 있어요!"라는 답변을 들었습니다.


당시 같이 일했던 사장님도, 사장님의 자녀도, 열심히 일했던 후배도 앞으로 별탈없이 모두 잘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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