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브런치 스토리
실행
신고
라이킷
3
댓글
공유
작가의 글을 SNS에 공유해보세요
카카오톡공유
페이스북공유
트위터공유
닫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브런치스토리 시작하기
브런치스토리 홈
브런치스토리 나우
브런치스토리 책방
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겉보기 좋은 기업 VS 내실 있는 기업
홈플러스와 식자재마트
by
고니파더
Sep 26. 2024
눈길을 끄는 기사와 함께 시작합니다.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408307719
식자재 마트가 대형마트 규제에 힘입어 급성장하고 있다는 기사.
사실 3년 전, 식자재 마트를 심사 관점에서 한번 다루었습니다.
부결이 나긴 했지만 조금 아쉬웠던 건으로 기억해요.
참고로 제가 주 심사역은 아니었고 부심으로 따라갔는데, '내가 주 심사역이라면?'이라는 생각을 심사하는 내내 했던 것 같습니다.
아마도 저의 결정은 '승인'이었을 겁니다만, 아무리 후배라고 해도 그 의견은 존중해야 한다고 믿기 때문에 별말 않고 그대로 의견을 존중해 줬던 걸로 기억합니다.
당시에 여러 가지 이야기가 있었어요.
'
우리가 무슨 슈퍼마켓까지 심사를 해야 하냐?'라는
비아냥부터,
'대형마트 규제 풀리면 이런 업체는 한방에 간다'라는
협박까지,
돌이켜보면 별의별 의견들을 들어왔던 것 같습니다.
어떤 심사 팀장은 이런 말도 했었습니다.
'우리가 홈플러스 매장 담보대출도 하는 은행인데, 무슨 식자재 마트 담보대출을 하냐? 격이 안 맞지 않느냐?'라고
이야기하더군요.
홈플러스라... 뭐 남들이 보기에는 근사한 기업에 여신을 팍팍 지원해 주는 모습이 멋있어 보일 수도 있죠.
하지만 그건 알맹이 없는 껍데기에 불과할 뿐입니다.
진실을 알면 말이죠.
석 달째 새 주인 못 찾는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 한국경제 (hankyung.com)
뭐 저런 반대 의견들의 대다수는
'해당 지점장이 힘 있는 사람도 아닌데'라는
그릇된 사고방식에서 나온 것이지만,
어쨌든 그 의견도 절대적으로 틀린 말이라고 볼 수는 없죠.
더불어 당시 업체의 재무 구조도 그다지 좋다고 생각할 수는 없었기 때문에 무리하지 않고 마무리했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하지만 조금 아쉬웠어요.
왜냐하면 전통적인 유통업을 제조업에 맞춰서 심사하는 잘못을 범했기 때문이죠.
보통 부채비율이 200%가 넘어가면 '위험하네?'라는 생각을 하죠.
부채비율과 같은 재무비율을 공식처럼 적용하는 것.
이 자체가 문제가 있다고 말하는 것은 전혀 아닙니다.
하지만 거기에서 그치면 그건 진정한 심사가 아닌 것이죠.
누구나 할 수 있는 '퍼즐 맞추기' 정도 될까?
'부채비율 200% 초과 = 위험한 기업'이라는
등식이 성립하려면 그 안에 들어가는 계정과목들을 세세하게 살펴보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제가 직접 실사하고 재무제표 들여다본 바에 따르면 이 기업들의 부채비율에서 발라내야 할 것들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매입채무.
2023년 장보고식자재마트의 부채총계를 볼까요?
약 1,138억입니다.
자본총계는 639억.
그래서 부채비율이 178% 정도 되네요.
부채를 세세하게 뜯어보겠습니다.
매입채무가 198억이 있고 전체 부채에서 비중이 18% 정도. 적지 않은 수준.
이걸 제외하면 순수 부채는 약 940억 정도 되겠네요.
매입채무를 제외하고 조정 부채비율을 한번 계산해 보겠습니다.
재계산하는 이유는 매번 매입채무가 정상적으로 결제되는 유통업 특성상 우리가 '부채'라고 인식하는 차입금과 성격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재계산된 부채비율은 147% 정도 됩니다.
아주 양호하다고 볼 수는 없지만 중견기업 치고는 그래도 나쁘지 않은 수준입니다.
동시에 보유 현금이 약 200억 정도입니다. 질권이 설정된 사용 제한 예금을 제외해도 약 195억 정도입니다.
극단적인 가정. 그러니까 매입채무를 전체 현금으로 결제해야 한다는 가정을 해보죠.
보유 현금으로 커버가 되는 수준입니다.
'나쁘지 않은데?'라는 생각으로 이어지게 되죠.
이번에는 자본도 뜯어봐야 합니다.
재평가차액 124억이 있습니다.
20년도에 재평가를 했는데 잘한 결정입니다.
4년이 지난 시점인 올해 말에 다시 한번 재평가를 하면 자본은 더 보충될 거라고 봅니다.
이런 식으로 하나둘 재무비율의 성격을 발라내는 것.
그리고 그것을
심사역의 관점에서 해석하는 것.
무엇보다 이게 심사 의사결정 과정에서 중요하지 않나 싶어요.
정리합니다.
기업들을 하도 많이 보다 보니 개인적으로 보통 두 가지 분류로 구분하게 됩니다.
하나는
'겉보기에 으리으리 한 기업' ,
다른 하나는
'이름값은 그저 그렇지만 내실이 있는 기업'
이 바로 그겁니다.
예전에는 저도 이름값있는 기업들을 좋아했던 애송이 시절이 있었습니다만,
이제는 사람도, 기업도.
이름값은 조금 덜해도 내실 있는 주체가 더 매력적으로 다가옵니다.
소위 말하는 '히든 챔피언'들이 스포트라이트 받는 세상이 어서 오길 바라며.
keyword
마트
기업
부채
3
댓글
댓글
0
작성된 댓글이 없습니다.
작가에게 첫 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브런치에 로그인하고 댓글을 입력해보세요!
브런치 로그인
브런치
브런치스토리 작가로 데뷔하세요.
진솔한 에세이부터 업계 전문 지식까지,
당신의 이야기를 세상에 선보이세요.
브런치스토리로 제안받는 새로운 기회
다양한 프로젝트와 파트너를 통해
작가님의 작품이 책·강연 등으로 확장됩니다.
글로 만나는 작가의 경험
작가를 구독하고, 새 글을 받아보세요.
당신에게 영감을 주는 작품을 추천합니다.
이전
1
2
3
다음
브런치스토리 시작하기
카카오계정으로 로그인
내 브런치스토리 찾기
내 브런치스토리의 카카오계정을 모르겠어요
페이스북·트위터로만 로그인 했었나요?
로그인 관련 상세 도움말
창 닫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
작가 구독을 취소하시겠습니까?
작가의 글을 더 이상 구독하지 않고,
새 글 알림도 받아볼 수 없습니다.
계속 구독하기
구독 취소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