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프리데이지 Oct 14. 2024

글을 쓰기 포기한 이유

글을 쓰기 무서웠던 이유 중 하나는 내 책을 다시 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양한 이유가 있지만, 그중 하나는 그 당시 만나던 남자친구에게 보내는 절절한 사랑의 이야기를 읽고 싶지 않아서이다. 항상 짧은 연애만 해오던 내게 2년 동안 만난 남자친구라는 존재는 내게 크게 다가온 존재였다.


많은 걸 해주고 싶었고, 또 많은 걸 나에게 준 사람이었다.


그러던 와중 장거리가 되었고, 난 나의 모든 걸 포기한 채 그 친구를 만나기 위해 많은 이유를 붙여가며 경주로 발걸음을 옮겼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친구에게는 내가 귀찮은 존재였을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복학해서 학교 적응도 힘들었을 텐데 여자친구라는 가람이 자신의 삶도 없이 남자친구를 봐야겠다는 생각 하나만으로 일도 하지 않으며 편도 5만 원의 거리를 찾아갔으니 말이다.


그렇게 마지막으로 경주를 간 날, 집으로 돌아가던 기차 안에서 그 친구는 나에게 전화통화를 통해 이별을 말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내가 그 친구만 바라보며 사는 게 부담스럽고, 내 자존감을 자신이 깎아먹는 것만 같다는 말이었다.




그 이후로 몇 달을 어떻게 살았는지 모르겠다. 생전 보지도 않았던 연애 프로그램을 보면서 울고, 운동하다가 울고 땅바닥에 앉아 울고.

살이 5kg 이상 빠졌으니까 말이다.


그러면서도 한 달에 한 번씩 그 친구에게 연락해 우리의 이별을 한 번만 다시 생각해 달라며 매달린 것도 두 번이었다.


마지막은 구질구질하게 연락 그만할 수 있게 차단해 달라는 말을 남긴 채 말이다.


그렇게 1년이 지난 지금, 정말 오랜만에 내가 쓴 책을 읽었다. 끔찍이 싫을 줄 알았는데, 내 생각보다 괜찮았다.


어른들 말 중 ‘시간이 약이다’라는 게 괜히 있는 게 아니구나 싶기도 했다. 그렇게 헤어지고 아무도 만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새로운 사람도 만났다. 좀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계속해서 원하는 걸 찾기 위한 노력도 하고 있고 말이다.


그래서 그 친구에게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을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이만큼 성장했다는 걸 멀리에서 알아주길 바라는 부끄러운 생각을 해본다.

이전 02화 돈이 뭐길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