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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리데이지 Oct 13. 2024

돈이 뭐길래

작가라는 꿈을 가진 뒤, 1년 동안 책을 쓰기 위해 어찌저찌 돈을 벌기 위해 다니고 있던 직장을 그만뒀다. 그 1년 동안 매일 같이 글을 쓰며 지냈다.


부모님은 그런 나를 못마땅하게 보셨다. 이미 책으로는 성공하지 못할게 눈에 보이셨나 보다. 치킨 값 하나 벌어오지 못하는 직업은 직업으로 봐주시지 않았다. 마음 한켠에는 나도 그렇게 생각했었던 것 같다.


나이는 점점 먹어가는데, 이상만 바라보며 현실을 살지 않는 나를 보며 부모님은 하루가 멀다 하고 똑같은 말씀을 하신 것 같다.


"이제 나이가 26살인데, 졸업을 했으면 뭐라도 해야 하지 않겠니?"


당시 커피집 아르바이트로 매달 60만 원을 벌며, 돈이 떨어지면 엄마에게 쭈뼛거리며 다가가서 손을 내민 뒤 "5만 원만 빌려줘요. 내가 성공하면 갚을게."라고 말할 때마다 엄마가 내게 했던 말이다.


그 말을 들을 때마다, 마음 한켠에 나도 불안하고 심장이 막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언제까지고 내 이상만 좇으며 글을 쓸 수는 없는 노릇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돈을 벌기 위해, 전공을 살려 마케팅 회사에 취업하게 되었다.



200 초반의 월급, 10시부터 19시의 시간의 일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돈을 벌기 위한 일이라는 생각과 적응해야 한다는 생각에 반년동안은 일을 어떻게 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또 반년이 흐르고 벌써 일을 시작한 지 1년이 넘어간 새싹 직장인이 되었다.


점점 업무는 많아졌고, 큰 프로젝트가 시작되는 날에는 몇 달간 밤 11시에 퇴근하는 게 일상처럼 되었다. 분명 지난번 회사에서 이렇게 내 일상이 없는 일이 싫어서 퇴사했는데, 결국 같은 일을 반복하고 있는 나를 바라보고 있자니 학습능력이 없는 건가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점점 내가 뭘 하기 위해 여기에 들어온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초반의 열정은 어디론가 사라진채, 그저 하루가 빠르게 지나가기만을 바라며, 컴퓨터 화면에 뜬 시간만 쳐다보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내 시간이 없는 삶, 목적이 없이 일하는 삶이 점점 익숙해지고 있을 때 하루는 바다로 떠났다.


그렇게 뻥 뚫린 바다를 하염없이 보고 있자,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하고 싶은 사람이었는지를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생겼다.


가슴이 뛰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지금은 내 월세를 감당하기도 힘들어, 어두운 방구석에서 컴퓨터만 켜놓은 채 묵묵히 글을 쓴다.


그래도 언젠가는 돈이 아닌, 정말 내가 하고 싶은 걸 돈 걱정 없이 할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과 함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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