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테이토 크라운

자랑하고 싶은 맛

by 고목나무와 매미

"카톡"

친구들과 저녁을 먹고 집으로 돌아가는 와중에 아부지께서 사진을 보내셨다. 새로 만든 빵, 포테이토 크라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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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테이토 크라운(Potato Crown)은 감자를 넣어 거대한 왕관-도넛에 더 가깝지만-모양으로 만든 빵이다. 만드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손이 많이 간다. 12시간 숙성시킨 발효종에 감자를 삶아 으깨어 넣고 반죽한다. 이 반죽을 다시 24시간 발효시킨다. 발효된 반죽에 헴프 시드, 아마씨, 호박씨, 해바라기씨, 호두, 아몬드 6가지의 견과류를 넣고 펀칭(반죽을 치대 공기를 넣어주는 과정)을 한다. 펀칭을 총 4번 하는데 펀칭을 많이 할수록 빵이 잘 부풀어 더 맛있기 때문이란다. 4번 열심히 치댄 반죽을 3시간 숙성한 후 가운데에 구멍을 만들고 오븐에 굽는다. 약 3일 만에 포테이토 크라운이 완성된다. ('Bread and Circus(도림북스)' 레시피 참고)


200도의 온도에서 25분 동안 구우면 먹음직스럽고 윤기 나는 갈색을 띠는 포테이토 크라운이 완성된다. 천연발효종의 향긋함과 6가지 씨앗의 고소한 냄새, 푹신푹신한 질감, 부드럽고 쫄깃한 식감. 당신이 만드신 결과물을 까다롭게 평가하시던 으르신도 이번 빵은 만족하셨는지 가족 단톡방에 여러 각도에서 찍은 사진 여러 장을 올렸다. 가족들은 이제 정말로 베이커리를 열어도 되는 모양과 맛이라고 입을 모았다. 아부지는 근처에 사는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역대급" 빵이라며 배달을 하고 오시기도 하셨다. 아부지가 자랑하실 수 있는 빵이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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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부지는 내가 어릴 때부터 자식들이 이룬 성취들을 자랑스러워하셨다. 가족 모임이나 친구들 모임에 나가시면 슬며시 우리 이야기를 꺼내곤 하셨다. 내가 초등학교 때 받은 상장부터 해외 근무, 동생의 취직 등 아부지는 자식들 자랑을 자주 하지만 넌지시, 자연스럽게 하셨다.


"00 기업에서 이번에 이런저런 제도를 도입한댜~ 아유, 우리 아들내미가 거기 다니자녀."

"중국은 지금 ~ 상황이라더구먼. 어제 상해서 딸내미가 이야기해줬어."


자식들에게 후하게 칭찬해주시고 자식들을 자랑스러워하셨던 것과는 다르게 아부지는 당신에게는 항상 인색하셨다. 아부지가 베이킹을 하시기 전에는 취미로 유화를 그리셨다. 주변 사람들은 아부지의 그림을 보면 독학한 사람의 그림이 아니라며 아부지의 실력에 감탄했다. 하지만 주위에서 아무리 잘 그렸다고 해도 아부지는 그림이 본인의 기준에 도달하지 않으면 "뭘 잘 그려~"라고 하시면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셨다. 작은 실수도 마찬가지였다. 설거지하다가 그릇을 놓치거나 쇼핑을 할 때 물건을 하나 빠뜨리기라도 하면 당신을 한없이 깎아내리는 표현을 사용하시며 자책하셨다. 그러던 아부지가 베이킹을 시작하시면서 조금씩 달라지셨다. 라면을 끓일 때를 제외하고는 거의 부엌 출입을 않으셨던 아부지에게 제빵은 미지의 영역이었다. 아무것도 모른 채 시작하는 일이었기에 실수를 해도 "처음 만드는 거니 어쩔 수 없지."라며 넘어가셨다. 또 고생한 만큼 맛있는 결과물을 보면서 "이번 빵은 내가 만들었지만 정말 맛이 좋아~"라고 뿌듯해하셨다.


퇴직 후 생산적인 일을 하고 있지 않다는 생각에 우울해하시던 아부지가 빵을 만드시면서 성취감을 느끼시고 당신이 만든 빵에 자부심을 가지시는 모습이 멋졌다. 물론 아직도 기준이 높으시긴 하지만 앞으로는 자식들에게서보다 당신에게 더 너그러워지시고 후해지시는 아부지가 되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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