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이 나가고 말았다

담원의 엽서 Vol.2 postcard002

담원의 엽서 Vol.2 postcard002

혼이 나가고 말았다.

오늘은 시작부터 순조로웠다.
마치 운수좋은 날처럼.

몇개월째 바닥을 기던 컨디션도 오늘따라 좋았고
뭔가 착착 맞아들어가서
하나씩 할 일을 찾아 해치우며
오후를 맞아 한숨 돌리려는 타이밍이었다.

마당에 밥먹으러 오는 어미냥 삼색이가
이틀 전에 아가냥 두마리를 버리고 갔다.
신경이 쓰여 내다보니 잘 놀고 있었다.
분명히 그랬는데....

5분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 사고가 났다.
커다란 고양이 한마리가 마당에 나타났고
아기고양이가 물렸다.
등은 피투성이가 되었고
뒷다리를 바닥에 끌고 다닌다.
물은 고양이의 가슴에도 피가 낭자하다.

가슴이 덜컹해서 케이지에 아기를 넣고
급히 동물병원으로 갔다.

500그램 밖에 안되는 아기냥이는
몸집도 작아서 한번 입질에 등에 커다란 구멍이 두개나 생겼다.
의사선생님은 기흉과 신경손상이 의심된다며 이런저런 검사를 하셨다.

앞으로의 경과는 지켜봐야한다고 해서 일단 집으로 데려오는 길에
급히 필요한 실내용품들을 사러 펫샵에 들렀다.

돌아오다보니 빼먹은게 생각나지만, 일단 차안에 오래 두는 것도 안좋을 것 같아 집에 데려다 두고 다시 사러다녀왔다.

순조롭고 평온하고 짜임새있던 하루가
순식간에 돌변했고
나는 혼이 다 나가고 말았다.

ㅜㅡㅜ
다리를 제대로 쓸 수 있을런지...
기흉은 괜찮을런지....
아기냥이 너무 어려 걱정이 태산이지만
일단은 살려야하니 최선을 다해본다.

담원 글 그림 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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