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그래피와 그림으로 띄우는 100일간의 엽서 - 스물여섯번째 엽서
말린 음식은 되돌아온다라는 숙명을 짊어지고 있다. 한번 모든 수분을 잃고 말랐던 경험이 있음에도 물로 인해 되돌아오는 것이다. 그래서 말린음식은 복잡하다고 한다. 밭이나 산과 들에서 스스로 자랐는데 인간에 의해 바싹 말려졌다가 다시 원래의 상태로 되돌아온다. 제 나름대로는 앞으로 나아갔다고 생각했을 텐데 다시 뒤로 돌아가는 꼴이다. 말하자면 말린 음식에게는 되돌아오는 것이 앞으로 나아가는 것인 셈이다. 머리가 혼란스러워진다. 하지만 충분히 물을 머금고 되돌아온 말린 음식은 다음 계단을 올라서면 냄비 안에서 더 큰 전진을 이룬다. 말리기 전과도 말린 다음과도 또 다른 새로운 맛이 생기는 것이다. 겉모습은 수수하기 이를 데 없지만 보란 듯이 성장해 꽃을 피운다.
히라마쓰 요코 <어른의 맛> 중에서
예전에 읽었던 책에서 공감되는 내용이라 언젠가 궁체로 써 보려고 메모해 둔 일부분이다.
발전이 없거나, 퇴보한다는 느낌이 들어서
위축되고 자존감이 떨어질 때가 있다면
우울함의 늪에서 버둥거리기 보다는
조금 멈추는 시간을 갖는 것도 괜찮다.
해답을 찾지 못한다면 멈추어 숨을 고르거나 문제의 시작점에 돌아가보는 것도 괘낞다.
나아가는 것만이 정답은 아니니까.
음습한 우울함 속에서 허우적대다가
짓물러 썩은 야채가 되지 말자.
제대로 말라 좋은 묵나물이 되어보자.
푸르른 초록의 빛을 잃어버리고 흙처럼 짙은 갈색으로 가라앉아도
유연하게 바람에 흔들리던 줄기가 죽은 나뭇가지처럼 말라 비틀어져도
마르는 과정을 잘 거친다면
새로운 물을 만나는 그 날에는
새로운 가치를 갖게 될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