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원의 엽서 Vol.1 postcard030

캘리그래피와 그림으로 띄우는 100일간의 엽서 - 서른번째 엽서

잠깐 초록을 본 마음이 돌아가지 않는다
초록에 붙잡힌 마음이
초록에 붙어 바람에 세차게 흔들리는 마음이 종일 떨어지지 않는다
여리고 연하지만 불길처럼 이글이글 휘어지는 초록
땅에 박힌 심지에서 끝없이 솟구치는 초록
나무들이 온몸의 진액을 다 쏟아내는 초록
지금 저 초록 아래에서는
얼마나 많은 잔뿌리들이 발끝에 힘을 주고 있을까
초록은 수많은 수직선 사이에 있다
수직선들을 조금씩 지우며 번져가고 있다
직선과 사각에 밀려 꺼졌다가는 다시 살아나고 있다
흙이란 흙은 도로와 건물로 모조리 딱딱하게 덮인 줄 알았는데
이렇게 많은 초록이 갑자기 일어날 줄은 몰랐다
아무렇게나 버려지고 잘리고 갇힌 것들이
자ㅜ리땅에서 이렇게 크게 세상을 덮을 줄은 몰랐다
콘크리트 갈라진 틈에서도 솟아나고 있는
저 저돌적인 고요
단단하고 건조한 것들에게 옮겨붙고 있는
저 촉촉한 불길

김기택의 <초록이 세상을 덮는다>
한마디 한마디에 실린 힘이
짙은 초록을 느끼게 하는 정말 인상적인 글이다.
시 한편 읽는 짧은 시간동안
내 마음도 초록으로 덮여 정복당한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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