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담원의 엽서 Vol.1 postcard087

캘리그래피와 그림으로 띄우는 100일간의 엽서 - 여든일곱번째 엽서

미로는 복잡하지만
그 출구는 처음부터 열려 있어

-담원글, 글씨
어릴 적, 친구들과 놀러갔던 공원에서
미로에 들어가 본 적이 있다.

학습지나 어린이 잡지에 그려진 평면의 미로를 쉽게 풀어보았기에
이쯤이야 하며 들어간 미로는 한눈에 전체를 보며 여유롭게 길을 찾던 놀이가 아니었다.

벽면은 훌쩍 높아 내 키를 훨씬 넘어섰고
여기를 가도 저기를 가도 똑같은 벽들이 둘러싼데다
몇번 모퉁이를 돌고 나니 방향감각 따위는 전혀 남지 않아 빠져나갈 수가 없어서 무서워졌던 감각이
지금도 가끔 되새겨지곤 한다.

나중에 좌수법이니 우수법이니
미로에서 탈출하는 법을 찾아보다가 문득 의문이 들었다.
미로는 가두기 위한 것인가, 혹은 빠져나가기 위한 것인가?

나는 후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애초에 미로에는 문이 없다.
자물쇠는 커녕, 문 자체가 없다.
잠글 마음도 없었던 거다.

벽에서 손을 떼지 않고 걸어보거나
헨젤과 그레텔처럼 조약돌과 빵부스러기를 놓아 길을 표시하며 걷든
열심히 궁리하고 시도하며 길을 찾다보면 열린 출구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keyword
이전 06화담원의 엽서 Vol.1 postcard0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