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남편 때문에, 남편 덕분에

by 작은 의미


대학 졸업을 앞두고 혼자 떠난 여행 마지막 날, 강원도의 한 바닷가에서 남편을 처음 만났다.

연애시절에도 결혼 후 아이들을 키우면서도 우리 부부는 여행을 즐겼다.


남편은 ESTP, 나는 ENFJ다.

여행할 때 특히나 남편은 P, 나는 J가 된다.


모든 계획은 내가 세운다. 여행 장소와 숙소는 물론 세부 일정까지 다 내가 계획한다. 미리 일정이나 행선지를 얘기해 줘도 소용없다.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보낸다. 여행지가 자가용을 이용할 경우는 남편이 운전대 잡으면 내비게이션에 목적지를 입력하는 것으로 행선지를 통보하기도 했다.


남편은 여행에서 먹는 것이 중요하다. 좋아하는 것이 확실하다. 맛집보다는 로컬식당, 고급스러운 곳보다는 투박한 곳을 좋아한다. 가성비를 생각한다. 삼시 세끼를 꼭 먹어야 한다. 집에서는 아침을 잘도 거르면서 나가면 아침까지 꼭 챙겨 먹는다.

나는 먹는 것에 중요도를 두지 않는다. 미각이 그리 발달되지 않아서인지 웬만하면 그 맛이 그 맛. 그러다 보니 예쁜 식당, 보기에 좋은 음식, 간단하지만 깔끔한 상차림을 좋아한다. 여행 중에는 두 끼면 충분하다.


나는 짧든 길든 계획에 따라 부지런히 다닌다.

남편은 마음 가는 대로다.


자유롭고 엉뚱한 데다가 호기심까지 많은 남편 때문에 부끄러울 때가 많다.

'하지 마' '가지 마' 말이 절로 나온다.

때론 남편 덕분에 예기치 않았던 만남이나 새로운 것을 발견하는 재미를 얻는다.

남편 때문에, 남편 덕분에 그래서 여행이 더 오래 기억된다.


여행하는 동안 티격태격, 다시는 같이 안 가겠다고 다짐하지만 결국에는 또 같이 간다.

가장 편하다.

오래오래 추억을 나눌 수 있다.


"우리 이때 이랬었지... 그땐 그랬지..."


나이 들어가며 부부가 무슨 낙으로 살겠는가. 옛이야기 나누며 살아가야지


나는 여전히 계획한다.

은퇴 후 떠날 여행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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