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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해미고 16화

빨갱이 외삼촌

by 허관

해미고의 건물은 크게 본관, 구관 그리고 신관으로 구분되었다. 2층짜리 본관 1층에는 1학년, 2층에는 2학년 교실이 자리했다. 본관 건물 왼쪽에 붙여 증축한 신관은 3학년 교실로 사용되었다. 증축했음에도 본관과 신관을 다르게 부르는 이유는 건물 외형 차이 때문이었다.


신관은 본관보다 창문이 넓었고, 건물 높이도 2m 정도 더 높았다. 무엇보다 본관 건물은 흰색인 데 반해 신관은 노란색이었다. 2학년이 된 나는 2층으로 올라갔다.


본관 1층 중앙에는 교무실과 양호실이, 2층 중앙에는 미술실이 있었다. 본관 뒤에 있는 단층 건물이 구관이었다. 신관 건축 후로는 거의 사용하지 않아 낡은 건물이었다. 음악실과 과학실을 제외한 나머지 공간은 창고와 임시 교실로 쓰였다.


본관과 구관 바닥은 나무여서, 걸을 때마다 곳곳에서 삐걱거리는 소리가 났다. 나무와 나무 사이의 벌어진 틈에 볼펜이라도 빠지면 다시는 찾지 못했다. 나무 틈은 마치 블랙홀처럼 어둡고 깊었다. 가끔 깊은 어둠 속에서 오래된 나무 특유의 쿰쿰한 냄새나 서늘한 공기가 올라왔다.


방학 동안에 틈틈이 보수한다고 했지만, 틈은 오히려 더 넓어지고 많아졌다. 내 책상 아래에도 블랙홀이 도사리고 있었다. 옹이가 빠지면서 생긴 블랙홀이었다. 책상에 엎드려 있다가 일어날 때 이따금 그 블랙홀과 눈이 마주쳐서 깜짝 놀라곤 했다.


중학교 복도와 고등학교 복도 분위기가 다르듯이, 고등학교 1학년 복도와 2학년 복도 분위기도 완전히 달랐다. 교무실이 중앙에 떡하니 자리 잡고 있어도 1학년 복도는 시끌벅적했다. 하지만, 2학년 복도는 쥐 죽은 듯 조용했다. 유일하게 복도를 뛰어다니는 학생은 미어캣뿐이었다.


나는 미어캣과 같은 반이 아닌데도 하루에도 대여섯 번 마주쳤다. 같은 반에서 조용히 앉아있는 친구보다 더 자주 보는 미어캣이었다. 조용하고 긴 복도에 미어캣의 발소리가 울리면 나는 잠에서 깨어났다. 미어캣이 뛰어다닌다는 것은 사건 발생의 신호였다. 학교 내 작은 사건은 물론 해미 읍내의 자질구레한 사건, 심지어 나라의 큰일까지도 미어캣이 가장 먼저 알고 1반부터 6반까지 누비며 소식을 전했다.


다시금 층적운이 하늘을 덮고, 노란 개나리가 만개했다. 겨울 방학 때 나는 백설공주에게 봄옷 수선을 맡겼다. 새 옷을 빨리 입고 싶어 봄이 오기만을 간절히 기다렸다. 개학하자마자 백설공주가 정성껏 수선해 준 잠바와 하늘색 면바지를 꺼내 입었다. 백설공주의 쌍꺼풀은 더 진해졌고, 볼살은 점점 빠졌다. 읍성 밑에 개나리가 화려하게 핀 화사한 봄날인데도 백설공주의 얼굴은 늦가을 낙엽처럼 메말라 있었다. 나를 만날 때마다 애써 밝게 웃곤 했지만, 얼굴에 드리운 어두운 그림자까지는 감출 수 없었다.


“야. 백설공주 뭔 일 있냐?”


“뭔 일은 그냥 그대로야.”


대호와 나는 마치 누가 짜기라도 한 것처럼 또다시 짝꿍이 되었다. 그것은 엄청난 불행이었다. 정신없이 부산한 대호 옆에서 또 1년을 보내야 한다는 생각에 나도 모르게 깊은 한숨이 새어 나왔다. 다른 친구들은 모두 제각각 흩어졌다. 대호와 나는 2반, 단추구멍은 1반, 쿤타는 3반, 곱슬은 5반으로 배정되었다.


“몸이 자꾸 여위는 것 같아서.”


“걔가 몸이 여위다고? 그 몸이? 한참 멀었어. 더 빼야 해.”


대호는 백설공주가 아직도 살이 쪘다고 말했다. 하지만 내 생각에는 분명 무슨 일이 생긴 듯했다. 어디 아픈 건 아닌지 걱정되었다.


모두 뿔뿔이 흩어졌지만, 방과 후에는 약속이라도 한 듯 곱슬의 자취방에 모였다. 여인숙 마당에 화사하게 핀 겹벚꽃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늦겨울 내내 곱슬의 자취방에 드나들던 진달래처럼 볼이 붉던 그녀가 사라졌기 때문이었을까.


“엄마는 왜 날 버렸을까?”


대호가 한숨을 길게 내쉬며 말했다.


“야, 이 자식아. 버린 게 아니라 고아원에 맡겼다고. 너 잘 먹고 잘 살라고.”


곱슬이 핀잔에 대호가 고개를 푹 숙였다.



“그럼 백설공주......,”

아차 싶어 손으로 내 입을 막았다. 대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부산에 있는 고아원에서 같이 자랐고, 해미 성당 신부님 후원을 받아 이곳에 함께 왔어.”


긴 침묵이 이어졌다. 그 적막이 나에게는 너무나 무거웠다. 어떻게 하든 그 침묵을 깨고 싶었다. 무슨 말이라도 해야 했다.


“내 머릿속에는 폭력차단회로가 있어.”


단추구멍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다.


“폭력차단회로? 그게 뭔데?”


심각하게 천장만 바라보던 대호가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반짝이는 눈으로 나를 쳐다봤다. 평소의 밝고 긍정적인 표정으로 변한 대호의 얼굴을 보니 반가웠다. 나는 내 머릿속 폭력차단회로 이야기를 길게 늘어놨다. 단추구멍을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흥미롭다는 듯이 내 이야기에 귀 기울였다.


“야. 그거 좋은 거다. 얼마나 멋지냐. 쓸데없이 주먹 휘두르지 않고 그냥 뻗는 것이. 그래서 네가 평화주의자였구나. 평화를 사랑하는 너를 내가 지켜줄 게 걱정하지 마.”


곱슬이 나의 어깨를 툭툭 치며 미소 지었다. 역시 좋은 친구다.


“야 신기하다. 머리에 그런 게 있어. 정말이야. 난 못 믿겠는걸.”


바로 그때였다. 쿤타가 주먹으로 나의 턱을 때리는가 싶더니, 정신이 아득해졌다.


“...............”


“와 정말이네. 시간도 딱 25초야. 신기하다.”


내가 머리를 흔들며 일어나자 쿤타가 웃으며 말했다.


“사과해”


곱슬이 웃는 쿤타에게 경고했다. 쿤타의 웃음이 멈췄다.


“야. 막차 놓치겠다. 가자.”


단추구멍은 가방을 들더니 내 팔을 잡아 일으켰다. 나는 단추구멍에 이끌려 밖으로 나갔다.


“난 앞으로 절대 이곳에 안 올 거야.”


“쿤타는 그렇다 쳐도, 대호와 곱슬 모두 널 좋아해. 걔들이 너 좋아하는 게 니가 싸움을 잘해 그러는 줄 알아? 아니야. 너는 싸움을 잘하는 것보다 더 멋진 녀석이라는 걸 알기 때문이야. 무엇보다도 너는 욕을 하지 않잖아. 그래서 나도 니가 좋아.”


“나도 욕을 하고 싶어. 쿤타처럼 아주 찰진 욕을 하고 싶다고. 그런데, 마음대로 안 돼. 내가 욕을 하면 정말 어색해. 네가 듣기에도 그렇지?”


“맞아. 그게 너의 장점이야. 사람은 누구나 착한 사람을 좋아한대. 하지만 사람은 착하게 살기 쉽지 않아. 네가 의도했던, 아니든 너는 그냥 착해. 그리고 대호도 착하고, 곱슬도 원래는 착하잖아.”


“너도 착하고.”


“그렇지 쿤타도 마찬가지일 거야. 다만, 표현이 좀 투박해서 그렇지.”


한 명 한 명 뜯어보면 정말 모두 착했다. 하지만 모아 놓으면 온갖 욕이 난무했고, 못된 짓만 하려 했다.


예상했던 대로 2학년이 되자마자 외삼촌은 영어 선생님을 만나러 학교로 찾아왔다. 영어 선생님이 내 담임이 되었기 때문이다. 외삼촌의 어깨는 더욱 구부정해졌고, 얼굴은 더 검게 변했다. 무엇보다도 눈동자는 노래졌고, 배가 불룩했다.


나는 그때 외삼촌이 오래 살지 못할 것임을 직감했다. 외삼촌이 다녀간 날 엄마의 표정이 몹시 어두웠기 때문이었다.


외삼촌이 다녀갔음에도 영어 선생님은 아무 말이 없었다. 영어 선생님다운 행동이었다. 영어 선생님은 학습 지침대로 학생을 지도하고, 교칙대로 학생을 관리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 이외의 일은 신경조차 쓰지 않는 선생님이었다.


학생들이 이해하든 말든 아랑곳하지 않고 혼자 열심히 수업했고, 조회 시간에 1분이라도 늦으면 칼같이 지각 처리했으며, 조금이라도 반항하면 한문 선생님처럼 절대 흥분하는 법 없이 꼼꼼히 메모했다가, 학교 규칙에 따라 가차 없이 정학 또는 퇴학을 시켰다. 그런 냉정한 선생님이 나의 사정을 들어 줄 리 없었다. 그래도 나는 월요일 아침에는 수덕사에 갔다. 결국 매주 월요일마다 지각 처리되었다.


“무단 지각 횟수가 늘어나면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미리 담임에게 말해라.”


영어 선생님이 월요일마다 지각 처리한다는 걸 알고 1학년 때 담임이었던 선생님이 나에게 당부했다. 하지만 선생님께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랐다.


“솔직하게 말하면 된단다.”


나는 영어 선생님에게 솔직히 말했다. 담임은 알았다고 하더니 그 후로는 지각 처리를 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웬일인지 영어 선생님이 고맙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평소 영어 선생님이 학생들을 사물 대하듯이 했기 때문일 것이다.


쿤타와 나는 급속도로 멀어졌다. 솔직히 서로 멀어졌다기보다 내가 일부러 쿤타를 피했다. 쿤타는 그런 나를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이 이따금 말을 걸었다. 그때마다 나는 쿤타를 투명 인간 취급했다.


2학년이 된 지 한 달쯤 지났을 때, 피 흘려 일 년 동안 만든 서열을 순식간에 뒤엎는 충격적인 인물이 나타났다. 서산 꼴뚜기파 똘마니 하나가 느닷없이 전학을 온 것이다. 꼴뚜기파는 서산 지역을 기반으로 한 조폭 단체였다. 한때 서울 영등포를 주름잡던 무시무시한 조폭 부두목이 삼청교육대를 피해 서산으로 숨어들어 조직을 만들었다는 소문이 파다했었다. 그들은 서산 읍내시장과 술집을 장악하며 점차 세력을 키워, 심지어 태안과 당진까지 손아귀에 넣었다는 이야기마저 나돌았다.


해미고로 전학 온 그 서산 꼴뚜기파 똘마니는 키가 크고 새하얀 얼굴에 항상 하얀 신발을 신고 다녔다. 이름은 호철이었다. 호철이는 2학년임에도 순식간에 해미고 서열 1위 자리를 꿰찼다. 배바지에게도 욕을 해댔다. 호철이가 지나다니는 곳마다 적란운이 피어오르듯 긴장감이 감돌아 위태로웠다. 비가 내려 뜨거워진 대기를 식혀야 적란운이 사라진다. 곧 천둥 번개와 함께 강한 소나기가 쏟아질 듯했다. 하지만 소나기는 예상치 못한 다른 곳에서 쏟아졌다.


“니 외삼촌이 빨갱이라며!”


미호씨가 지휘봉으로 내 가슴을 톡톡 치면서 말했다. 결국 곪았던 상처가 기어이 터져버린 것이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외삼촌이 내 머릿속에 폭력차단회로에 대해 담임인 영어 선생님에게 말했고, 영어 선생님은 그 이야기를 미호씨에게 전한 것이었다.


외삼촌을 욕하는 것은 참을 수 없다. 그리고 외삼촌은 빨갱이가 아니다. 그 사실을 내가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그럼, 너도 빨갱이야?”


“아닙니다.”


“그래 그렇게 바락바락 대들어야 빨갱이답지.”


미호씨의 험상궂은 얼굴이 당장이라도 잡아먹을 듯이 내 코앞으로 다가오는가 싶더니 무언가가 내 머릴 때렸다. 순간 눈앞이 아찔해지면서 외삼촌에 대한 미안함과 미호씨에 대한 분노가 동시에 치밀어 오르는가 싶더니, 정신을 잃었다. 나의 폭력차단회로가 작동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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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서부터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다시 정신이 돌아왔다. 하지만 머리는 멍하고, 그곳에 어딘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이게 어디서 꾀병이야.”


그때 무언가가 나의 머리를 둔탁하게 때렸다. 틀림없는 군홧발이었다. 나는 다시 아득한 심연 속으로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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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 차려. 야...........”


베어의 목소리가 멀리서 들려왔다. 눈을 뜨니 곰처럼 털이 난 베어의 손등이 보였다. 이마에서 따뜻한 액체가 흘러내렸다. 피였다.


“저 빨갱이 자식!”


미호씨의 고함 소리에 나는 움찔하면서 베어의 품속으로 파고들었다.


“괜찮아. 괜찮아.”


베어는 나의 등을 토닥거리며 안정시켰다.


“아무리 선생이라지만 이렇게 학생을 폭력으로 다루면 명백한 불법 행위입니다.”


“빨갱이에게 법이 어디 있어.”


“애가 왜 빨갱입니까? 그리고 빨갱이 빨갱이 하는데 대체 빨갱이의 정체가 뭡니까?”


“당신 같은 사람을 빨갱이라고 하는 거야. 알았어? 뭐 민주주의? 웃기는 소리 하고 있네. 빨갱이에게 몸이 갈기갈기 찢겨 죽어도 민주주의를 외칠 거야. 엉? 당신들이 행하고자 하는 것과 빨갱이들의 생각과 같은 건 어떻게 설명할 텐가?”


“우리나라는 민주공화국입니다. 우리나라의 주인은 국민입니다.”


“그래? 당신 말대로 우리나라를 국민 각자에게 똑같이 쪼개 줘 봐. 금방 빨갱이들이 쳐들어올걸. 당신은 모르지. 빨갱이들이 얼마나 잔인한지. 저 북쪽 빨갱이들이 얼마나 끔찍한 짓을 저질렀는지 말이야!”


미호씨가 한바탕 악다구니를 쓰더니 씩씩거리면서 교실 밖으로 나갔다. 베어는 나를 가슴에 꼭 안았다. 숨이 막혔다.


옳고 그름을 분간할 수 없었고, 정의와 불의도 헷갈렸던 시절이었다. 그런 암흑의 시기에 오로지 하나의 불빛이 있었다면 그건 베어였다. 비록 작고 희미한 불빛이었지만, 베어의 얼굴에서 나를 어렴풋이 밝혀주는 빛을 볼 수 있었다.


“가서 얼른 씻고 양호실 가 봐.”


단추구멍과 함께 수돗가로 가서 얼굴을 씻었다.


“근데 너 어쩌냐. 미호씨에게 찍히면 졸업은 물 건너간 거래.”


“별로 미련 없다.”


“야, 임마. 너 없으면 나는? 누가 소설 읽어 주고, 누가 노래 같이 들어 주냐.”


“학교 잘리면 내가 미국에라도 가냐. 걱정하지 마. 퇴학당해도 꾸준히 소설 읽어 주고 노래 같이 들어줄게. 니 엄마 갈비와 잡채가 얼마나 맛난데 그걸 포기하냐?”


단추구멍은 나를 데리고 개구멍으로 빠져나왔다.


“어떻게든 졸업해야지.”


단추구멍이 초록의 새싹이 돋아나는 벚나무를 쳐다보며 말했다. 나도 다닐 수 있을 때까지 다녀 보려고 했다. 베어가 있고, 단추구멍이 있고, 대호가 있으니 심심하지는 않을 것이다.


“너는 꼭 경찰 돼서, 억울한 사람 없게 해줘.”


“글쎄. 국어책 한 페이지도 제대로 읽지 못하는 내가 경찰 시험에 합격할 수 있을까? 합격한다고 해도 나 같은 사람이 억울한 사람 도와줄 수 있을까?”


“조금씩 좋아지고 있잖아? 내가 옆에서 도와줄게. 나 목소리 좋다는 거 너도 인정했잖아. 뭐 시험과목 다 녹음해 줄게. 그리고 경찰 합격하면 내가 너 쫓아다니면서 서류 다 읽어 줄게. 머리는 나빠도 내 눈은 엄청 좋아. 이 멀쩡한 눈으로 나도 좋은 일 해보자.”


“말이라도 고맙다. 근데 너는 꿈이 뭐야?”


“내 꿈? 너 경찰 만드는 거.”


“농담하지 말고.”


“없어.”


“야 뭔 청춘이 그러냐? 마치 늙은이처럼. 누구나 남들보다 탁월한 재능 하나쯤은 지니고 태어난대. 그러니 니가 아직 찾지 못하는 거야.”


“근데 난 모르겠어. 신도 이따금 실수하지 않을까? 뭐 인생 거지처럼 살다가 죽는 사람들도 많잖아.”


“신의 실수가 아니라 신이 준 선물을 찾지 못해서 그렇겠지.”


“근데 왜 신은 선물을 주려면 확실하게 주지, 숨겨 놓을까?”


“신이 숨긴 게 아니라. 학교 교육이 숨기는 거래.”


“학교 교육이? 누가 그래?”


“아버지가.”


“왜?”


“자기들 말 잘 듣게 하려고.”


단추구멍의 말은 여전히 난해했다. 단추구멍도 자신이 이해하고 하는 말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같이 찾아보자.”


“뭘?”


“뭐든지?”


단추구멍도 나의 이야기를 듣고 내 삶이 얼마나 암담했는지 짐작하고도 남았을 것이다.


“나도 너와 크게 다르지 않아. 왜 내가 중1 때 난독중에 걸렸겠니? 나쁜 머리에다가 억지로 지식을 넣으려고 하니까 머리가 반항한 거야.”


“정말?”


나는 단추구멍의 말에 반가워서 소리쳤다.


“그래 친구의 불행은 곧 나의 행복이다. 이거지?”


“그게 그렇게 되나?”


“난 아버지를 존경해. 지금 무슨 일을 하시는지는 확실히 모르지만, 감옥을 들락거리시는 걸 보면 뭐 좋은 일은 아닌 것 같아.”


나이도 꽤 있으신데 감옥을 들락거리다니, 그 온화한 얼굴로 뭔 일을 저질렀기에.


“아버지는 항상 나에게 말했지. 너무 서두르지 말라고.”


단추구멍 아버지에 대해 궁금한 게 많았지만 나는 묻지 않았다. 단추구멍의 아이큐도 나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그것만으로도 나는 왠지 모르게 든든했다. 우리는 개구멍을 통해 교실로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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