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수학 수업 - 봄 (1)
딩동댕동~
수업 종이 울리네요.
중학교 1학년, 첫 수학 수업 시간
1학년 1반 교실 앞.
교실 문 열기 전 심호흡 한 번,
중학교 1학년 첫 수학 수업을 기다리는 어린 새들의 긴장감이
문 밖에 서 있는 교사에게도 전해 옵니다.
아마도 오늘 첫 수학 수업 시간 선생님 말 하나하나가 귀에 콕콕 박히겠지요.
집중력 100%!!
이런 집중도 높은 첫 수업 시간에 무엇을 할까? 고민합니다.
중학교 1학년 첫 수학 수업 시간
긴장 어린 학생들의 입을 당장이라도 열게 할 수 있습니다.
학생들에게 “초등학교 때 수학을 좋아했나요?” 라고 물으면,
곧장 다같이 큰 소리로 “아니요!!” ^^
빈 칠판 중앙에 동그라미 하나를 그리고,
그 동그라미에서 여섯 개의 가지를 칩니다.
중학교 1,2,3학년 1,2학기 총 6학기 동안 배워야 할 수학 개념들에는 무엇이 있고,
그 수학 개념들이 어떻게 연계되어 있는지를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마인드맵을 그립니다.
학생들은 마인드맵을 따라 그리면서,
중학교 3년간 배울 수학 개념들이 이렇게 연관되어 있구나 하면서 고개를 끄덕입니다만,
마음 속으로는 ‘이렇게 많은 걸 배운다고’, '수학 정말 부담스럽다', '수포자가 내 운명인가' 라고
적잖이 걱정하겠지요.
그럴 때, 출석부를 펴고 학생들의 이름을 한번 씩 불러보고는,
친구들 이름으로 5×5 빙고 게임을 하자고 하면,
수업 분위기는 다시 활기가 뿜뿜입니다.
낯선 친구들에게 수줍게 이름을 물어봐서 5×5 빙고판을 다 채우고 나면
빙고게임을 시작합니다.
이름이 불리면 그 이름을 지우고,
자기 이름이 불리운 친구가 다시 다른 친구의 이름을 부릅니다.
물론 수학샘 이름도 적습니다.
샘 이름을 영어로 하면 ‘갤럭시'라고 소개하면서 ‘갤럭시샘’으로 불러달라고 합니다.
지금은 '갤럭시샘'이지만 조만간 제 별명이, 여러가지로 바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사칙연산을 배울 땐, '곱하기샘',
분배법칙을 배울 땐, '골고루샘',
함수를 배울 땐, '짝꿍샘' 등등
빙고 게임을 하다보면 어느새 수학샘 이름도, 친구들 이름도 익숙해져 갑니다.
수학 첫 시간에는 숙제가 있습니다.
수학과 관련된 명언을 조사해 오게 합니다.
물론 그 명언을 말했던 수학자도 알아 와야죠.
수학 교사인 제가 하는 얘기보다도,
수많은 위대한 수학자들의 한 마디가
학생들의 수학 공부의 등불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숙제를 내 줍니다.
다음 수업 시간 학생들이 수학자의 명언을 발표할 때마다,
덧붙여 그 수학자에 대한 정보를 마구마구 방출하곤 합니다.
학생 : “수학은 인간 정신의 가장 위대한 창조물 중 하나이다.” - 레온하르트 오일러
교사 : "아~ 오일러! 음악에 베토벤이 있었다면, 수학에는 오일러가 있지!!
오일러는, 수학 공부를 얼마나 했든지 59세에 한 쪽 시력을 잃어버렸는데 그러고도 76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도 수학 연구를 멈추지 않았고, 무려 866편 이상의 논문을 썼다네."
학생 : “수학에는 왕도가 없다.” - 유클리드
교사 : "아~ 유클리드! 기하학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유클리드가 쓴 13권짜리 <기하학 원론>이라는 책은
성경을 제외하고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이 인쇄된 책일거야."
학생 : “수학은 모든 과학의 여왕이다.” - 카를 프리드리히 가우스
교사 : "아~ 가우스, 수학자들도 인정한 수학계의 천재지. 가우스는 열아홉살 때 이미 2천년간 풀지 못했던,
정17각형이 작도 가능함을 증명했다고 해."
학생 : “수학은 증명하는 예술이다” - 폴 에어디쉬
교사 : "아~ 에어디쉬, 그 분은 수학계의 방랑자로 불리는데, 평생을 결혼도 하지 않았고, 집도 없었고,
전세계 수학자들과 협업하기 위해서라면 어디라도 가셨다고 해."
학생들의 명언 발표를 듣다 보면
얼추 중학교 3년 동안 만나야 할 수학자들 거의 대부분이 언급되곤 합니다.
중학교 1학년 열 세 살,
수로만 이루어진 이 가상의 세계, 수학의 세계에 들어온 걸 환영합니다.
수학의 본질은, 수학자 게오르크 칸토어가 말했던, 바로 ‘자유’입니다.
"수학의 본질은 그 자유로움에 있다.” - 게오르크 칸토어
중학교 1학년, 들쭉날쭉한 키에 앳된 얼굴들,
중학교 시절은 키와 몸무게는 물론, 마음과 능력도 가장 많이 성장하는 시기이지요.
중학교 1학년 때 수줍음 많던 학생이 중학교 3학년 체육대회 응원단장을 맡기도 하는데,
“저 학생에게 저런 열정이 있었을 줄이야...” 라며 놀라는 것은, 사실 매년 있는 일입니다.
그래서 중학교 1학년,
“너희는 백지다.”, “지금부터 보여주는 모습이 바로 너의 모습이 될 것이다.”
학창 시절, 누구도 예상치 못하는,
심지어 너 자신도 아직은 모르는 너를 새롭게 만들어내는 것,
그것이 너희가 누릴 자유다!
수학 첫 수업을 끝내기 전,
일년 동안 마음에 담아 둘 글귀 하나를 수학 공책 앞에 쓰게 합니다.
덧붙여 수학 다짐도 쓰게 합니다.
학생들의 다짐 중 가장 많이 나오는 것은,
단연코 “수포자가 되지 말자!”
처음이라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가요.
'삶이라는 것은 사실 수많은 처음을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하지 않았던가요.
학생들에게 오늘의 첫 마음과 첫 다짐을 기억하게 하는 것,
노트의 첫 페이지에 적힌 이 글귀를 때때로 들여다 보게 하는 것,
이것이 중학교 첫 수학 수업에서 할 일이지요.
"처음으로 하늘을 만나는 어린 새처럼
처음으로 땅을 밟는 새싹처럼
우리는 하루나 저무는 추운 겨울에도
마치 아침처럼, 새봄처럼, 처음처럼
언제나 새 날을 시작하고 있습니다.
산다는 것은 수많은 처음을 만들어가는
끊임없는 시작입니다."
(신영복, <처음처럼>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