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수학 수업, 겨울(1) 확률

중학교 수학 수업 - 겨울 (1)

by Galaxy샘

2학기 수업이 좀 지친다 싶을 때,

주사위를 잔뜩 들고, 교실에 들어갑니다.

주사위만으로도 수업 분위기는 금세 활발해질 준비가 됩니다.


"주사위를 던져서 3의 눈이 나올 확률은?"

"1/6이라고, 정말?"


주사위에는 1부터 6까지의 눈이 있으니, 전체 가능한 경우의 수가 6가지이고, 그 중의 3의 눈은 1가지,

그래서 확률은 1/6 이 맞습니다만,

막상 실제로 주사위를 6번 던져 보면,

그 중에 3이 한 번도 안 나올 때도 있습니다. 그러면 3의 눈이 나올 확률은 0/6 = 0 인가요?


주사위를 6번 던지는 것이 아니라, 1000번, 10,000번, 아니 아주 아주 많이 던지면....

그 때 주사위에서 3의 눈이 나올 확률은 1/6 에 거의 가까워 지지요.

이는 야코프 베르누이(1654~1705) '큰 수의 법칙(Law of Large Numbers)' 입니다.

시행 횟수가 늘어날수록 경험적 확률이 이론적 확률에 수렴한다는 것입니다.


학생들에게 그 즉시 보여 줄 수 있습니다.

컴퓨터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을 해 보면, 컴퓨터는 100만 번을 0.1초에 하니까,

주사위를 던지는 시행 횟수가 엄청나게 커질 때,

주사위에서 3의 눈이 나올 확률이 1/6에 가까워짐을 직접 보여줄 수 있습니다.

이제는 믿어도 좋다고요~


주사위 1개를 던져서 3의 눈이 나올 확률이 1/6 이라는 걸,

학생들이 이해하는 것 같으면,

학생들에게 다시 질문합니다. 교실 천정이 무너질 확률은?

무너지거나 안 무너지거나 2가지 중의 하나이니까 1/2, 50%인가요?

으악, 그렇다면 얼른 교실 밖으로 대피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학생들은 확률이 무엇인지 혼란스러워 합니다.


수학 교사로서 가르치기 어려운 단원을 꼽으라고 하면, 저에게는 '확률'입니다.

확률은 정말 애매모호합니다.

마치 오늘 날씨 예보에서의 '강수 확률 20%' 처럼요.

강수 확률 20%라는 건, 이 지역 중에서 20%에 해당하는 지역만 비가 온다는 건지,

비가 아주 많이 올 때를 100%라고 했을 때, 비의 양이 대략 20% 정도 온다는 건지,

하루 24시간 중에 20%에 해당하는 4.8시간만 비가 온다는 건지,

오늘 같은 날씨와 비슷했던 과거에 100일 중에서 20일 정도가 비가 왔었다는 건지...


확률을 배우기도 전에, 확률에 대해서 이렇게 혼란을 일으키면 어떻게 하냐고요.

수학사에서 확률이 수학의 영역으로 들어오는 과정이 바로 이러한 혼란의 연속이었습니다.

현대 논리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버틀란드 러셀(1872~1970)은,

확률에 대하여 다음과 같은 문장으로 혼란을 표현하기도 했지요.


"확률은 현대 과학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이지만, 동시에 가장 치욕적인(disgrace) 개념이기도 하다.

아무도 그것이 무엇인지 정의하지 못하면서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확률이 본격적으로 수학의 영역으로 들어오게 된 건,

아마도 러시아 수학자 안드레이 콜모고로프의 논문 <확률론의 기초 개념>이 발표되었던 1933년이었을 테니,

정말 최근의 일이지요.


20여 년 전 초임 교사 시절 중학교 수학을 가르칠 때,

확률 단원은 수학 교과서 맨 마지막에 배치되어 있었습니다.

중학교 2학년 2학기 기말고사도 끝났는데, 가르쳐야 하는 단원으로 그 비중이 약했습니다만,

이제는 중학교 2학년 2학기 때 배우는 핵심 단원으로 그 중요성이 아주 커졌고,

최근에는 고등학교에 '확률과 통계'라는 독립적인 과목이 있을 만큼 그 존재감이 대단해졌지요.


확률과 관련된 최초 논문은,

크리스티안 하위헌스(1629~1695)가 1657년에 발표한 <주사위 놀이에서의 추론에 관하여> 입니다.

하지만 그 이전에 확률의 개념을 직감적으로 이미 알았던 사람들이 있었으니,

바로 도박사들 이었지요.


도박사들은, 두 개의 주사위를 던져서 나오는 두 눈의 합이, 6이 되는 경우와 7인 되는 경우 중에서

이상하게도 7 에 판돈을 걸면 좀 더 자주 이긴다는 걸 직감적으로 알았습니다.

마찬가지로 세 개의 주사위를 던져서 세 개의 눈의 합이, 9가 아니라 10이 되는 경우에 판돈을 걸면

좀 더 자주 이긴다는 걸 알았는데, 왜 그런지는 몰랐습니다.


수학자 중에도 도박사가 있었으니, 바로 괴짜 수학자 지롤라모 카르다노(1501~1576) 였습니다.

그는 도박에서 이기려고 수학 연구를 하였고,

그래서 쓴 책이 1663년 <주사위 놀이에 관한 책>이었습니다.


카르다노는, 이 책에서,

주사위 세 개의 눈의 합이 9가 되는 경우는, (1,2,6), (1,3,5), (1,4,4), (2,2,5), (2,3,4), (3,3,3) → 6가지

주사위 세 개의 눈의 합이 10이 되는 경우도, (1,3,6), (1,4,5), (2,2,6), (2,3,5), (2,4,4), (3,3,4) → 6가지

세 개의 눈의 합이 9가 되는 경우와 10이 되는 경우가 같다고 착각하지만,

사실은 세 개의 주사위를 던질 때, 나올 수 있는 총 경우의 수는, 6×6×6= 216 가지이고,

세 개의 눈의 합이 9가 되는 경우는, 나오는 눈의 순서까지 고려하여 정확히 25가지, 확률은 25/216

세 개의 눈의 합이 10이 되는 경우는, 나오는 눈의 순서까지 고려하여 정확히 27가지, 확률은 27/216 으로

다르다는 것을, 정확히 계산하여서 확률의 기초를 마련하였습니다.

그러니까 합이 10이 되는 경우에 판돈을 거는 것이 유리했던 것이지요.


수학 수업 시간에, '아이들을 살리는 수학 수업' 인터넷 카페에 다른 수학선생님이 소개해 주신,

'주사위 게임'을 합니다.

학생 두 명씩 짝지어 활동지에서 1~12에 해당하는 빈칸들 중에서 10개를 골라

동그라미를 각각 그리라고 합니다.

그리고는 두 개의 주사위를 던져서 두 눈의 합이 되는 숫자에 놓인 동그라미를 지우는데,

먼저 10개의 동그라미를 지우는 학생이 이기는 게임입니다.


학생들은 첫 게임에서는 무작위로 동그라미를 그립니다만

게임을 두 번, 세 번... 하다 보면, 두 개의 주사위의 합이 7이 가장 많이 나온다는 걸 직감적으로 알게 되지요.

그래서 7에 해당하는 빈칸에 동그라미를 점점 더 많이 해 놓습니다.

이 게임을 한 후, 두 개의 주사위를 던질 때 나오는 두 눈의 합에 관한 경우의 수와 확률을 구하면

학생들은 확률을 훨씬 더 쉽게 이해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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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률의 공식적인 시작은, 1654년

블레즈 파스칼(1623~1662)과 피에르 드 페르마(1601~1665) 사이에 주고받은 편지에서 였다고 합니다.

어렸을 때부터 당대 '천재'로 유명했던 블레즈 파스칼은

도박사 슈발리에 드 메레로부터 아래와 같은 편지를 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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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레즈 파스칼은 이 문제의 수학적 깊이를 알아채고는

당대 최고의 수학자라고 생각했던 피레르 드 페르마에게 편지를 보내 의견을 요청했습니다.

1654년 7월부터 10월까지 두 사람은 편지를 주고받으며 이 문제를 결국 해결했지요.


두 수학자가 도달한 해결을 알려주기 전에,

만약 판돈이 100만원이라면 어떻게 공평하게 나눌 것인지, 학생들에게도 질문합니다.

현재 2승 1패이니 2:1로 나눠 갖는다거나,

어차피 게임이 끝나지 않았으니 1:1로 나눠 갖는다거나,

그 누구에게도 주지 않는다거나,

급한 일이 마무리되면 다시 게임을 시작하면 된다 등등

다양한 제안들이 나옵니다.


그러고 나서 파스칼과 페르마의 유명한 해결 방법을 알려줍니다.

즉, 게임이 중단되지 않고, 끝날 때까지 발생할 수 있는 모든 가능한 시나리오를 적습니다.

스크린샷 2026-02-10 191017.png https://blog.naver.com/mathheart/223347855074

게임이 중단되지 않고 끝까지 할 모든 경우를 고려할 때,

2번 이긴 A가 이길 수 있는 확률은 총 3/4 이므로 100만원×3/4 = 75만원을 갖고,

1번 이긴 B가 이길 수 있는 확률은 총 1/4 이므로 100만원×1/4 =25만원을 갖는 것입니다.

학생들은, 역시 수학자는 다르다고 얘기하네요.


두 수학자의 연구는 확률 이론의 기초를 정립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이로 인해 파스칼과 페르마는 확률론의 창시자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18세기 토마스 베이즈(1701~1761)의 '베이즈 정리',

19세기 피에르 시몽 라플라스(1749~1827)의 '확률의 분석적 이론'과 가우스(1777~1855)의 '정규분포'

20세기 안드레이 콜모고로프(1903~1987)의 '확률의 세 가지 공리'를 거치면서

확률론은 현대 수학의 엄밀한 한 분야로 자리매김하게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천정이 무너질 확률은 1/2 이 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라플라스두 사건이 일어날 조건이 같은 경우에만 확률을 똑같이 배분해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무너지는 사건과 안 무너지는 사건이 일어날 물리적 가능성이 절대로 같지 않기에,

1/2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강수 확률 20% 란,

일반적으로 100번의 비슷한 기상조건이 있었다면 그 중에서 20번은 비가 왔다는 의미가 됩니다.

왜냐하면 안드레이 콜모고로프가 정립한 것처럼,

전체집합 (S) : 오늘과 비슷한 기상 조건을 가진 모든 날들의 집합

부분집합(A) : 그 중 실제로 비가 내린 날들의 집합

확률이란 이 두 집합의 크기를 비교했을 때, 그 비율이 20% 라는 것입니다.


늦게 배운 도둑질이 날 새는 줄 모른다는 속담처럼,

뒤늦게 나타난 확률론은, 수학의 판도를 뒤집을 만큼 그 영향력이 막대해지고 있습니다.

현대 수학의 기점은 확률론의 시작으로도 볼 수도 있습니다.

불확실성(Uncertainty)이나 무작위성(Randomness)을 수학의 대상으로 보기 시작했으니까요.


확률론은 수학이 현대에 다른 학문들과 관계 맺게 되는 '파워풀한 다리'이기도 합니다.

인공지능 및 머신러닝에서 확률론적 모델링에 크게 의존하고 있고요,

양자 역학은 확률이 그 존재 근거입니다.


1954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막스 보른(1882~1970)은,

“양자 역학의 예측은 본질적으로 확률적이며, 이는 우리 지식의 불완전성 때문이 아니라,

자연 그 자체의 본질적인 속성 때문이다” 라고 말하였습니다.


모르는 것을 추측하는 도구로 시작했던 확률은,

이제는 세상을 구성하는 가장 근본적인 것으로서의 확률 입니다.


알베르트 아인쉬타인(1879~1955)은, “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

아마도 그는 우주의 근본적인 법칙이 확률적이라는 것을 받아들이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습니다.

"신이 주사위 놀이를 하는지 안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는 우주는 확률적이다." 라고요.


앞으로 양자 역학의 시대를 살아갈 학생들에게,

너희가 확률을 이해하든 안 하든, 이미 너희들은 확률의 세상에 던져졌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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