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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달함에 깊이 빠지지 않길...

아침 단상으로 글쓰기 습관 91

by 태화강고래 Feb 17.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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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달한 음료 속

타피오카펄 맛을 뒤늦게 알게 된

아들.

  

버블티를 파는 공차라는 브랜드도, 타피오카펄의 존재도 몰랐다. 친구들과 어울려 편의점에서 음료를 사 먹고, 부모가 공차를 한 번도 데려가지 않은 터라 아들에게 공차는 생소한 곳이었다. 몇 달 전까지도. 어느 날, 학원에서 수업을 마치고 친구와 함께 공차매장에서 버블티를 마셨다. 집에 돌아오자마자 처음 먹어본 달달한 맛이 맛있었다고 순진한 미소를 띠며 만족스러워했다. 그 후로 메가나 컴포즈 같은 커피매장에서도 펄을 추가해서 음료를 마시는 습관이 슬며시 생겼다. 펄이 보너스 같이 느껴졌는지... 


며칠 전 아들의 드림렌즈 검진을 위해 안과에 다녀왔다. 병원 문을 나서자마자, 나를 쳐다보며 말했다. 


"엄마, 외출했는데 공차 마시고 가면 안 돼요? 지난번 삼촌이 주신 기프트카드 쓰고 싶은데."

"그러자. 근처에 공차 있는지 검색 좀 해 보자."

"50미터 떨어진 곳에 있어요!"


그렇게 우리 모자는 발걸음을 옮겨 병원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공차 매장에 들어갔다. 생각보다 널찍한 매장에는 테이블이 여러 개 놓여 있었다. 점심시간 직후였다. 테이블 세 곳에 6,70대로 보이는 노인 10여분이 도란도란 담소 중이셨다. 귀에 스치는 대통령과 관련된 정치 이야기가 단연 화젯거리였다. 창가 끝에 앉아 이어폰을 끼고 공부하는 학생이 보였다. 바깥 풍경을 보며 조용히 쉬다 가고 싶은 마음에 창가에 나란히 앉았다. 아들은 초코쿠앤크 스무디에 펄을 추가했다. 보기만 해도 200프로 설탕의 찐한 단맛이 느껴질 비주얼이었다. 내 눈에는 "건강하지 않은 음식"이라고 쓰여 있었다. 못 먹게 막지 않고 매장을 찾아 들어온 내가 후회스럽기도 했다. 자주는 아니니, 그래도 엄마 따라와서 어쩌다가 먹는 것이니 괜찮겠지라고 혼잣말했다. 아들에게도 가끔 먹으라는 잔소리 아닌 잔소리도 아주 쪼금 덧붙였다. 아들덕에 나는 카페라테 한 잔을 주문했다. 공차에서 마시는 커피맛은 어떨지 기대반 실망반으로 주문했는데, 생각보다 괜찮았다. 


"엄마가 할머니 돼도 커피 사줄래?"

"할 수 있으면 사 드릴게요."


내 질문에 "당연하죠!" 라는 말 대신 상황이 되면 사주겠다는 현실적인 대답이 돌아왔다. 그저 기분 좋게 달달한 말을 해 주신 대신, 미래는 알 수 없다는 아들의 답변이 약간은 실망스러웠다. 어떤 이유가 생기든 못 사줄 형편이 될 수 있는 게 인생이라는 것을, 기대를 내려놓고 살아야 소소한 행복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답이었다. 


매장 안에서는 BTS의 버터(BUTTER)가 흘러나오고 바깥은 영상 13도의 초봄 같았다. 나중에 커피 안 사줘도 되니 달달한 음료를 적당히 마셨으면 좋겠다. 내 입에서도 달달한 말이 나오지 않은 건 마찬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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